소장품전: 2010년 이후 한국의 디자인 프로젝트 30
소장품전에서는 2010년 이후 한국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지면에 전시한다. 월간 〈디자인〉 편집부가 현재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 27명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했다.
소장품전에서는 2010년 이후 한국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지면에 전시한다. 월간 〈디자인〉 편집부가 현재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 27명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 것으로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학적, 기능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 둘째, 디자인 발전이나 미래에 의미심장한 기여를 했거나 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 마지막으로 생산과 소비의 교차점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 한편 소장품전을 위해 다양한 작품을 추천해준 디자이너들의 의견도 모두 소개한다. 결국 모든 전시는 누군가의 주관성, 사적인 것의 공적 침입을 담보로 한다는 생각이다.
“계간 〈그래픽〉 매거진 10주년 기념호에 실린 박연주 디자이너의 ‘그래픽 시’. 10년간 발생한 방대한 텍스트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짜집기해 시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풍자와 유머, 자아 성찰로 가득한 이 시들을 읽다 보면 웃다가도 울게 되고, 울다가도 웃게 된다.”
오혜진 그래픽 디자이너
그래픽 시
그래픽 시 2017, 글: 박연주
박연주의 ‘그래픽 시’는 말 그대로 시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발화의 주체가 되어 그래픽 디자인에 관해 말하는 시. 그래픽 과 디자인으로 공유되는 경험을 운율 있는 언어로 응축해 다 양한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시. 인쇄에 관해, 스몰 스튜디오 와 뉴 스튜디오에 관해, 음반 디자인과 북 디자인에 관해 쓴 시다. 이 10편의 시를 한국의 디자인 뮤지엄에 전시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픽 시’는 지난 10년간 그래픽 디자인 계의 동시대적 흔적, 그 자체다. 글 김민정 기자
〈묵향〉
2013, 디자인·연출: 정구호
무대 디자인은 작은 세계의 창조이다. 관객이 그 세계에 완전 히 속하게 하려면 좋은 연출만큼이나 시선을 장악할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국립무용단의 〈묵향〉에서 정구호는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맡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전통의 세 계를 창조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추구해온 미니멀리즘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낸 가운데, 선비의 상징인 사군자를 모티브로 한 춤을 마치 종이 위의 그림처럼 그려냈다. 여기에 역시 정구호가 디자인한 의상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 작품의 콘셉트와 맥을 같이한다. 이 모두가 하나의 경험을 위한 종합 디자인인 셈이다. 〈묵향〉은 60분의 시간 동안 관람객이 전 통의 현대적인 아름다움, 그 미학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디자인한 작은 세계이다. 글 김민정 기자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작품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그에 상응하는 디자인, 디테일이 세계의 프리미엄 백색 가전제품 시장에서 한층 돋보인다. 세련된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이석우 SWNA 대표
LG 시그니처
2016~, 디자인: LG전자
‘가전제품이 아닌, 가전 작품의 시대를 열겠다’는 LG전자의 의지가 집 안 풍경을 바꿨다. LG 시그니처는 제품에서 과감 히 LG전자 로고를 빼고 ‘본질의 미학’에 집중한 디자인을 내 세우며 전 세계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여기에는 뛰어난 품질과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특히 2019년에 출시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은 평소에 말려 있던 올레드 화면이 필요할 때 펴지면서 영상이 나타나는 혁 신적인 기술로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 의 냉장고,흑백 TV,세탁기를 출시하며 국내 가전 시장을 이 끌어온 기업이 디자인에 승부수를 걸고 기능에 미학적 가치 를 더한, 새로운 제품(작품)의 탄생이다. 글 김민정 기자
“고급 조명 시장은 수입품 일색으로 표준화, 제복화되어 있다. 아고는 거기에 불어온 신선한 한 줄기 바람이다. 굳이 한국적이고자 하는 강박관념 같은 것도 없다. 애국심이 아니라 취향과 기호로 즐겁게 선택할 수 있는 국산 브랜드다.”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아고
2019, 아트 디렉터: 유화성
럭셔리와 카피로 양분되던 국내 조명 시장에 모두가 그토록 바라던 ‘디자인 바이 코리아’ 조명 브랜드가 탄생했다. 건축 조명의 기능성과 장식 조명의 조형성을 두루 갖춘 디자인의 ‘아고Ago’가 그 주인공이다. 을지로의 산업 장인과 스톡홀름 에서 활동하는 유화성 디자이너가 함께 구상한 것으로, 이는 판매를 위한 단순한 협업이 아니다. 복제품이 즐비한 을지로 에서 디자인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낸, 국내 조명 산업의 지 형을 바꾸기 위한 신호탄이다. 글 김민정 기자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2015, 기획: 최성민·김형진
보통은 전시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래픽 디 자인이 전시장 가운데에 놓인 장면은 흔히 볼 수 없는 구경거 리다. 특히 “이 전시는 2005년 이후 10여 년간 서울에서 이 루어진 그래픽 디자인 전반을 공평하게 다루지 않는다”라는 설명을 통해 엿볼 수 있듯이, 주관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들 의 발자취를 기념하고 미래를 도모하려는 능동적 움직임이었 다. 당시 이 전시에 대한 많은 말이 오갔지만 결국에는 전시 와 이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남아 새롭게 그려질 그래픽 디자인의 기록을 열망하게 해주었다. 글 신신
“현대카드는 2013년 고즈넉한 북촌에 덜컥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충격이었다. 그 이후 음악, 여행, 음식 등 문화를 기반한 공간을 열기 시작했다. 이로써 현대카드는 금융캐피탈 같은 딱딱한 기업 이미지에서 멋진 일을 하는 회사로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 이는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적확하게 보여준 사례다.”
폼앤펑션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2013, 건축 레노베이션: 원오원건축사사무소
누구나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해외에서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디자인 전문 도서관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 에서 문을 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특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곳의 핵심은 바우하우스 이후의 디자인에 집 중한,1만 권이 넘는 장서의 큐레이팅이다.일곱 가지 북 큐 레이션의 원칙을 적용한 독립적인 분류 체계, 시스템까지 독 자적으로 갖췄다. 월간 〈디자인〉을 비롯해 〈도무스〉 〈라이 프〉 〈비져네어〉 등 희귀 서적을 전권 소장한 것도 특별하다. 좋은 건축물과 디자인,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책 으로 큐레이션한 현대 디자인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디자인을 시작으로 트래블, 뮤직, 쿠킹 순으로 문을 연 라이 브러리 시리즈는 어느덧 한국 현대건축의 중요한 자산이 되 었다. 글 유다미 기자
“2001년 1회가 열린 후 표류하던 전 세계 유일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가 2011년 다시 열리게 되었다. 2011년 ‘동아시아의 불꽃’이라는 주제로 아시아 그래픽 디자이너 99명이 모인 이후 각 전시마다 타이포그래피가 주인이 되어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하듯 문학, 도시, 몸, 사물 등을 주제로 전시, 워크숍, 강연 등을 진행했다. 그동안 약 20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하며 세계 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주목하는 전시로 성장했다. 타이포잔치는 짝수 해에 열리는 ‘사이사이’ 행사와 홀수 해에 열리는 본전시로 구성되는데 시각 예술 및 디자인계의 트렌드를 챙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행사로 자리 잡았다.”
김경선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2011~, 기획·디자인: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세계 유일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라 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3회부터는 매 회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타이포그래피 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학(2013), 도시(2015), 몸(2017), 사물 (2019)에 이르기까지 타이포그래피와 다 른어떤것사이에서관계를만들고그에따 라 내용은 물론 방식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 는 것이다. 새로운 의미와 미적 가치를 생산 한다는 점에서 타이포잔치는 ‘디자인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의 전형적인 기능을 넘어서 생각과 실험의 매개로서 사용 을 권장하는, 꽤나 유용한 디자인이다. 글 김민정 기자
울릉도 코스모스 호텔
2017, 디자인: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19세기 파리에 에펠탑이 있었다면 21세기 울릉도에는 코스모스가 있다. 전 세대가 경 험하지 못한 상상 속의 건축물로 안내하는 길목에는 언제나 건축물의 구조를 결정하는 재료와 신기술이 있다. 울릉도 코스모스 호 텔은 우리가 흔히 아는 콘크리트의 육중함과 는 정반대의 얇고 유려한 콘크리트 구조물 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시공하고 세계 최초로 UHPC(Ultra-High Performance Concrete)를 현장에서 직접 타설해 완공했 다. UHPC는 말 그대로 초강도의 슈퍼 콘크 리트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5배 이상 높고 물처럼 흘러 다양한 형태로 빚을 수 있 다. 그래서 울릉도 절벽 위에서 고고하게 자 태를 드러내는 코스모스 호텔은 새하얀 천 자락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한 형상으로 내부에 흔한 기둥 하나 없는, 뼈대 없는 건축 물이다. 글 김만나 기자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2017, 디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은 단순한 사옥이 아니라 공공 건 축물이자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위해서도 힘을 쏟은 결과 물이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거대한 사옥을 직사각 형 형태로 단순화했고, 3개 층에 보이드를 두어 중정과 공중 정원 등으로 자연과 도시 풍경을 끌어들였다. 사무 공간을 중 심으로 미술관과 레스토랑 등 다양한 기능을 포용하는 단순 하고 과감한 디자인 언어는 ‘큰 규모 건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건축가의 철학이 드러난다. 완성도 높은 도시 건축물이 자 미학적·사회적 의미를 담아낸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대표 작으로 꼽아도 좋을 만하다. 글 오상희 기자
“한국의 선거 공보물 디자인 클리셰를 벗어나 새로운 조형을 시도한 벽보다. 견고한 레터링, 녹색 배경,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각인되는 포스터 디자인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구성한 스타일링, 주얼리, 메이크업, 사진 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시의 모든 유권자 세대에 전송되고, 선거 기간 내내 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사회·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워크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선거 공보물
2018, 디자인: 햇빛스튜디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보다 더 디자인이 잘된 선거 포스터는 없었다. 산뜻한 녹색 배경에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후보자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소수 정당에서 최연소 나이로, ‘페미니스 트 서울시장’을 내세우며 출마한 신지예의 모든 것을 대변했 다.단한줄의슬로건과단한장의이미지로후보에대한모 든 것을 보여주는 선거 포스터의 속성을 완벽하게 장악한, 디 자이너의 명민함이 느껴지는 작업이다. 글 김민정 기자
계간 〈그래픽〉
2007~, 발행: 프로파간다
계간 〈그래픽〉은 창간 당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매호 한 가지 이슈에 집중하고 그래픽을 분야나 직종이 아닌 현상으 로 파악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발행한 45권의 주 제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스몰 스튜디오’(2008)에서 ‘영 스튜디오’(2010)로, 다시 ‘뉴 스튜 디오’(2014)에서 ‘엑스트라 스몰 영 스튜디오’(2015)로 변 화하는 무수한 전환과 통로 속에 계간 〈그래픽〉이 존재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각각의 서사는 물론 흐름과 교차되는 지점 을볼수있다.현상과시스템속에서무엇을어떻게해야할 지 가늠하고 상상할 수 있다. 설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계간 〈그래픽〉은, 지난 10년간 그래픽 디자인계를 가장 충실하게 기록한 아카이브가 되었다. 글 김민정 기자
“엉망을 정말 엉망으로 만드는 방법. 슬기와 민의 그래픽 언어는 하나의 길이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점에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조중현 그래픽 디자이너
〈엉망〉전 그래픽 아이덴티티
2018, 디자인: 슬기와 민
‘엉망’이라는 제목, 단 두 글자만으로 전시와 그 내용을 효과 적으로알린것은물론포스터자체가공공미술처럼느껴지 는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다. 2018년 8월 일민미술관 외관 에는 ‘엉망’이라는 단 두 글자만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대미술 작가 Sasa[44]의 개인전 〈엉망〉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한글 나루체 활자에서 뼈대를 추출한 레터링은 엉망 인 동시에 무척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한 전시의 성격을 반영한다. 기능성을 넘어서 광화문 사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에게 일종의 ‘효과’를 남긴, 독립된 작품으로 존재하는 디자인 이다. 글 김민정기자
“빌트인 가전제품에 소비자 커스터마이징을 접목해 백색 가전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시도이며, 콘셉트뿐만 아니라 소비자 반응도 좋아 가전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석우 SWNA 대표
삼성 비스포크
2019~, 디자인: 삼성전자
소비자의 높아지는 욕구를 반영해, 직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채워넣을수있게한새로운방식의제품디자인이다.마치 붙박이가구자재를고르듯여덟가지제품타입과아홉가지 색상의 패널을 조합하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인테리어 디자인 을 냉장고로 완성한다는 새로운 만족감을 선사한다. 소비자 의 선택을 기다리는 완성된 제품이 아닌, 공간 디자인의 설계 자체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인테리어의 혁명’적인 디자인 이다. 글 김선경 212컴퍼니 대표
“FDSC는 ‘여성 디자이너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위한 토양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용기 내서 찾아간 그곳에는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나에게는 이런 연대가 필요했다. 아직도 가끔 나의 정의가 흔들릴 때면 FDSC가 만든 슬랙 채널에 들어간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양수현 뉴닉 디자이너
FDSC
2018~, 발기인: 김소미 · 신인아 · 양민영 · 우유니
젠더 차별 없는 공정한 디자인업계를 만들기 위해 2018년 조직한 FDSC는 현재 150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발하게 활 동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적정 한연봉이나일할때주의할점등구체적이고실질적인정보 를공유하고조언을나누며오래함께활동할수있도록서로 의 성장을 응원한다. 여성 디자이너의 존재를 드러내고 알리 며동등한기회가공유되는디자인환경을조성하는것을넘 어,다른업계의여성들이서로동료가되어함께협업할수 있는 건강한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FDSC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 신신
퍼시스 모션데스크
2015, 디자인: 퍼시스 디자인팀
제품명이 마치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해 당 제품 분야에 대한 대표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는 훈장 같은 것이다. 2015년 선보인 사무 가구 전문 브랜드 퍼시스의 모 션데스크도 그렇다. 모션데스크는 앉아서 오래 일할 때 생기 는 잘못된 자세와 신체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개발했으며, 사 용자가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앉거나 서서 일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모션데스크는 사무실에서 서서 일하 는 문화를 일상화시켰고 이후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무 엇보다 이 모델의 등장은 업무 자세의 과감한 변화를 유도한 지점을 넘어 개인의 사용성을 고려한 사무 가구 디자인에 대 한 인식을 불러왔다. 글 오상희 기자
민음사 쏜살문고
2016~, 발행: 민음사
국내외 스테디셀러부터 동시대를 반영한 에세이까지 장르 구 분 없이 구성한 민음사의 큐레이션 총서다. 저렴한 가격과 작 은 판형이 특징인 페이퍼백 형식에 근사한 디자인까지 보태 한국형 문고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까다롭 게 큐레이션한 좋은 책이 쇼핑 아이템 못지않게 활발히 소비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만든 쏜살문고는 리커버 북 트 렌드에서 쏜살같은 독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탐독과 탐미의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키며 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호응을 이끌었다. 즉 책을 소유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다. 글 유다미 기자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2013, 기획: 국립현대미술관
뮤지엄은 전시 자체를 수집해 기술적, 내용적으로 디자인 소 장행위에질문을던질수있다.전시는과정뿐만아니라결 과가 중요한 디자인 시각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13년 에 개최한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는 도면이나 자 료가 작품과 같은 위상이 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전시 를위해만든부산물또한원전과함께작품과작가해석의 중요한 맥락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 또한 시대적 함의를 담은 디자인 결과물이기에 전시는 그 자체로 디자인 뮤지엄의 중 요한 소장품 유형이 될 수 있다. 글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동형 음압채담부스
2020, 디자인: 안여현 부산 남구보건소 의무사무관
코로나바이스러스 검사를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워크스루(walk-though) 부스다. 이는 부산 남부보건 소의사안의현이기존의검사부스를개선해더욱효율적으 로 만든 것으로, 한국 디자인사에 남아 디자인이 추구해야 하 는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킬 것이다. 디자인이란 디자이너만 의전유물이아니라원하는기능과목적을달성하기위해제 품을 설계하고 만드는 방법 그 자체라는 점을 말이다. 글 김수 프로토파이 대표
“스스로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건물은 프로 배구팀을 위한 복합 훈련 시설로,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공성, 중첩된 기하학, 잘게 쪼갠 처마 등 한옥에서 얻은 영감과 개념을 거대 건축물에 적용한 것은 형태 위주의 전통 건축에 대한 논의를 극복했다는 의미가 있다. 철저한 보안을 요하는 건물이라 일반에 널리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소장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2013, 디자인: 황두진건축사사무소
견고한 성채처럼 보이는 이곳은 현대캐피탈 프로 배구단 스 카이워커스의 클럽하우스다. 훈련, 재활, 생활, 연습 경기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황두진 건축가는 도시와 떨어진 곳 에서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중세 시대 기 사단을 연상했다. 그 인상을 담아낼 건축으로 ‘캐슬’은 적합했 다. 건물 외벽은 익스펜디드 메탈을 이용해 갑옷을 둘러싼 것 처럼 디자인하고 내부는 오로지 선수들의 훈련과 생활에 중 점을 두고 설계했다. 재활 훈련과 근력운동이 선수들에게 가 장 외롭고 고된 과정이기에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이를 위한 시설을 배치하는 등 선수들의 루틴과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처럼 수준 높은 시설을 갖춘 훈련장 은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건 축가의 세심한 설계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고스란히 반영돼 2018-2019 시즌 V리그에서 이 팀이 우승했다. 즉 이곳은 기능적 용도만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팀을 격려하고 진화시키는 공간인 것이다. 글 유다미 기자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닷워치는 점자 시계라기보다는 디지털 정보를 점자로 변환해주는 휴대용 디바이스로 스마트폰과 페어링해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정보의 평등에 대해 디자인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김수 프로토파이 대표
닷워치
2016, 디자인: 클라우드앤코
장애인용 제품은 대개 모양새가 투박하고 디자인에서 소외된 영역이었다. 그들도 사용성이 높고 세련된 미감의 제품을 사 용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바로 닷워치다. 닷워치 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다. 닷워치가 세상에 탄생하기 전 시각장애인들은 아코디언처럼 생긴 커다 랗고 무거운 3kg짜리 점자 정보 단말기를 목에 걸고 다녔다. 컴퓨터 속의 문자를 점자와 음성으로 변화시키려면 이 기계 가 필수지만 그 누구도 가볍고 세련되게 만들 생각을 하지 않 았다. 닷워치는 일반 스마트워치처럼 생겼지만 액정 화면 자 리에 24개의 점자 핀이 있어 핀들이 위아래로 분주히 움직 이며 메시지를 점자로 변환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자 매뉴얼의 탄생이다. 글 김만나 기자
KBS 다큐멘터리 시리즈 3부작 〈모던코리아〉 타이포그래피
2019, 디자인: 김기조
KBS가 수십 년간 쌓아온 아카이브 영상을 이용한 다큐멘터 리다.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주제로 사회의 여 러 층위를 보여줬다. 주목할 것은 기존의 공영방송 다큐멘터 리와 사뭇 다른 아트 디렉팅이다. 내레이션 대신 김기조의 완 성도 높은 타이포그래피가 박진감 있게 서사를 끌고 가며 DJ 소울스케이프가 리듬감을 더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교 양 다큐멘터리’라는 관습에서 새로운 시각 언어를 제시했다 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전통적인 방송 매체에서 디자이너의 존재감과 가치를 드러낸 사례로 기록할 만하다. 2011년 이태웅 PD가 기획한 씨름에 관한 다큐멘터리 〈천 하장사 만만세〉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이들의 실험은 어김없이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한다. 글 유다미 기자
“큼직한 빨간 동그라미가 누르기 편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좋다. 이 하차 벨이 달린 신형 버스를 타면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도한결 모조산업 대표
신형전기버스의 LED 하차벨
2018
공공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대중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2018년형 신형 버스에 새롭게 부착한 LED 하차 벨은 ‘잘’ 디자인된 것이 분명하다. ‘커서 누르기 쉽다’, ‘눈에 잘 띈다’, ‘디자인이 귀엽다’ 등 #하차벨 #신상벨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SNS에 등장하는 등 소비자의 반응을 제대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LED 하차 벨은 동그란 반구 형태의 어느 부분을 누르더라도 작동하며 승하차 시 자주 잡는 기둥에 일체화되도록 설치해 편리함을 더했다. 직관적인 실용성을 강조한 공공 디자인의 좋은 예다. 글 김민정 기자
“한국적인 럭셔리를 표현한 디자인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전통적 요소를 해석해 디자인할 때 벌어지는 우를 범하지 않아 항상 참고하게 되는 디자인으로 ‘한국적 럭셔리’라는 키워드와 연관해 소장하면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심승연 가구 디자이너
애닐
2016, 디자인: 김백선·프로메모리아
‘가구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프로메모리아Promemoria 와 협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백선의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적인 선과 여백의 미 때문만도 아니다. 공간 디 자이너 김백선과 이탈리아의 유명 가구 브랜드 프로메모리아 가 함께 선보인 애닐Anil은 협업의 가치를 보여준다. 스스로 의 감각을 잃지 않되, 새로운 무언가와 교류함으로써 독창적 인 변화를 이끌어낸 이상적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간결한 라인, 얇은 두께의 이 소파에서는 ‘여백의 미’라는 조형적 감 성이 느껴지는 한편, 장인들이 한땀 한땀 바느질해 완성한 디 테일은 럭셔리 브랜드의 면모를 보여준다. “디자이너는 문손 잡이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던 디 자이너의 공력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글 김민정 기자
*월간 〈디자인〉 2017년 12월호 ‘한국적 미감을 가장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디자이너, 김백선 1966~2017’ 중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시도와 기술이 빚어낸 결과물. 수입차를 구매하는 이유가 더 이상 디자인이 아닌 시대를 만들었다.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사용성 좋은 UX를 갖추고 있으며 심미성도 뛰어나다.”
허스키폭스
제네시스 3세대 G80
2020, 디자인: 현대디자인센터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작정하고 만든 브랜드로, ‘양산 차 브랜 드가 과연 럭셔리 카도 잘 만들까?’하는 의구심이 긍정에서 확신으로 돌아선 것은 올해 3월 이후다. 미국의 자동차 저널 〈로드앤트랙〉은 “신형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완성된 디 자인 언어로 BMW 5, 아우디 A6,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 스와 경쟁한다”고 극찬했고, 유수의 매체들 역시 제네시스가 그간 추구해온 ‘역동적인 우아함’이 G80에 이르러 완성됐다 고 입을 모은다. 1974년 현대차 최초이자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가 등장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감회가 남다르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하고 미쓰비시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했던 첫 차의 기억은 이제 잊어도 좋다. 자체 기술과 디자인으로 완성시킨 럭셔리 카가 이곳에 있다. 글 김만나 기자
박근혜 게이트 웹사이트
2017, 디자인: 일상의실천
전국이 촛불로 뒤덮였던 2016년의 이야기다. 수많은 기업 과 인물들로 얽힌 뉴스가 매일 보도되던 때다. 〈시사IN〉은 당시의 기록을 면밀히 수집해 ‘박근혜 게이트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이에 일상의실천은 인터랙티브 요소로 이 복잡한 정 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고 공소장, 판결문 등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적폐실록’이자 민주주의 역사의 아카이브를 구축한 셈. 진실을 파고드는 저널리즘 의 정수와 아카이브라는 목적에 충실한 디자인이 만나 훌륭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글 유다미 기자
젠틀몬스터 북촌 쇼룸
2015, 디자인: 젠틀몬스터 디자인팀·패브리커
이제는 브랜드가 체험으로 고객의 마음과 감성에 호소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간이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증명한 국내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젠틀몬스터다. 특히 서울 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한 네 번째 쇼룸은 기존 공간 의 상징성과 시간성, 여기에 상업 공간으로서의 용도를 잃지 않은 영민한 콜라주를 보여줬다. 이곳은 당시 화두로 떠오르 기 시작한 재생 공간의 성공적인 모델로 두고두고 회자되었 을 뿐 아니라 젠틀몬스터의 지향점이 단순히 안경을 파는 데 에만 있지 않음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글 오상희 기자
* 〈스페이스 브랜딩〉(김주연 지음, 북저널리즘) 참고
“네이버가 한글 글꼴에 대한 대중화를 열었다면 문화와 글꼴에 관한 실험은 배달의민족이 전개했다. 그중 을지로체 프로젝트는 ‘을지로’라는 역사적 장소에서 사라져가는 간판 손글씨를 꺼내 그 동네의 풍경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했다.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전달해 글자체를 통해 문화를 남겼다.”
대오 모빌스그룹 디자이너
배달의민족 서체
2012~, 디자인: 배달의민족·산돌
배달의민족은 한글 서체에 유독 애정을 품은 기업이다. 이는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유명한 김봉진 의장의 고집이기도 하 다. 이들은 2012년 한나체를 필두로 매년 실험적인 서체를 개발하고 무료로 공개해왔다. 도현체에 한글 서체 최초로 오 픈 타입 피처 기능을 적용한다거나 한나체 pro에는 빈글리 프를활용해글자와이미지를결합하는등다양한실험도멈 추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하나둘씩 사라지는 을지로의 모습 을 복원하는 마음으로 을지로체를 제작했다. 을지로의 힘찬 기운을 반영하면서 이곳의 정체성을 오늘의 매체로 표현한 것이다. 붓글씨를 연상시키는 주아체, 아크릴판을 잘라 만든 간판에서 영감을 얻은 도현체 등 배달의민족의 서체는 조금 씩 사라져가는 도시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로도 기능 한다. 기업 서체는 대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 한 목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제 배달의민족에게 서체란 시 대와 정신을 말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 중 하나다. 글 유다미 기자
‘제안들’ 총서 북 디자인
2014~, 디자인: 워크룸프레스
디자인만으로 책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한 ‘오브제로서 책의 신호탄’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앙리 보스코, 조르주 바타유가 누구이고 어떤 내용의 소설을 썼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표지의 절반을 훌쩍 넘는 띠지에 SM견출명조로 크게 적은 저자와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만으로 ‘제안들’ 총서는 갖고 싶 은 책의 대명사가 되었다. 김형진 대표는 월간 〈디자인〉과의 인터뷰에서 워크룸프레스가 지향하는 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품이라는 것. 티셔츠를 디자인하듯 하는 거죠. 파 는 거니까요.” ‘제안들’은 책의 생산과 소비, 그 교차점에서 디 자인의 가치를 명확히 보여줬다. 글 김민정 기자
* 월간 〈디자인〉 2017년 10월호 디자이너 인터뷰 중
프로토파이
2017, 디자인: 스튜디오씨드코리아 디자인팀
디지털 제품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쉽게 프로토타이핑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제품은 나날 이 진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제품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들이 일하는방식은몇십년전과별반다르지않고,디자인한내 용을 실제 디바이스에서 테스트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프로토파이(ProtoPie)는 디지털 제품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코딩없이빠르게테스트할수있게해줌으로써디자인혁신 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글 김수 프로토파이 대표
카카오프렌즈
2012, 디자인: 호조·카카오 프렌즈 디자인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보여준 디자인이 다. 복잡 미묘한 상황과 감정을 대변해주는 메신저 이모티콘 으로 카카오프렌즈의 성공은 예상 가능했다. 여기에 모바일 밖에서 이들의 활약은 국내 디자인 산업에서 캐릭터의 가치 와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하게 했다. 특히 2015년 자회사로 독립함에 따라 카카오프렌즈(지금의 카카오IX)는 다양한 제 품개발과라이선스사업확대로새로운비즈니스모델을만 들었다.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솔루션 서비스를 넘어서 디자인과 캐릭터 그 자체를 사업 아이디어로 삼고 성공적인 결과까지 이뤄낸 모범 사례다. 글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