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마련한 디자인 핵심 거점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콘텐츠, 공간, 경험이라는 삼박자는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리드미컬하게 전달한다. 그 핵심에는 ‘디자인, 로컬리티, 미래’라는 키워드가 녹아 있다.

부산에 마련한 디자인 핵심 거점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F1963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지난 4월 8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오픈했다. 서울, 베이징, 모스크바, 고양, 하남에 이은 여섯 번째 공간이다. 자동차보다는 자동차에 대한 것, 관람보다는 체험에 초점을 맞춰 완성했다. 이곳은 단순히 자동차 제조 회사가 아닌 미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모빌리티 기술 기업이라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더욱 뚜렷하게 전달한다. 위치는 서점, 갤러리, 도서관, 정원 등이 모여 있는 수영구 망미동의 복합 문화 공간 F1963이다. 이로써 F1963의 즐길 거리는 부산의 어느 곳보다 풍성해졌다. 와이어와 크레인, 컨테이너 등 부산의 부둣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 공간은 전시와 강연, 워크숍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이벤트는 ‘Design to live by’를 콘셉트로 한다.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의 힘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콘텐츠, 공간, 경험이라는 삼박자는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리드미컬하게 전달한다. 그 핵심에는 ‘디자인, 로컬리티, 미래’라는 키워드가 녹아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개관전 〈REFLECTIONS IN MOTION〉.

디자인으로 비춰보는 브랜드의 시간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끄는 것은 17m의 대형 LED 스크린 크리에이티브 월에 상영되는 유니버셜 에브리띵Universal Everything의 작품이다. 그중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청정 모빌리티 사회를 시각화한 ‘런 포에버Run Forever’와 ‘메이드 바이 휴먼 플루이딕Made by Humans Fluidic’은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방향성과 그에 따른 미래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함축한 작품으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시작을 알린다. 건물 안에서는 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 〈REFLECTIONS IN MOTION〉이 6월 27일까지 열린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시초인 포니를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헤리티지 시리즈-포니’를 필두로, 저편에는 현대자동차 전기차 디자인의 미래를 제시하는 콘셉트카 ‘프로페시’가 놓여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발자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흐름이다.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는 1975년에 출시한 차량을 3D로 스캔해 고전적인 멋을 그대로 소환하고 현대적 무드를 더해 근사하게 번안한 것으로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프로페시’ 역시 공력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인한 간결한 실루엣과 볼륨감 있는 펜더의 조화가 매력이다. 그 사이에 위치한 인터랙티브 작품 ‘머티리얼Material’도 특별하다.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은 채 앞에 다가가기만 해도 자동차에 쓰는 소재를 만화경으로 볼 수 있다. 아홉 가지 지속 가능한 소재 중에서 각자가 원하는 요소를 선택하고 조합해볼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이 작품은 개인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설계한 미래 모빌리티를 표현한 것. 이는 디자인을 통해 윤택해지는 미래의 일상을 연상시킨다.

크리에이티브 월에서 싱영되는 유니버셜 에브리띵의 ‘런 포에버’.

공간마다 드러나는 현대차의 메시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위치한 건축물은 원오원아키텍츠 최욱 소장의 설계로 완성됐다. 부둣가의 크레인과 컨테이너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와이어와 철골을 핵심 소재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폭 12m, 길이 90m의 독특한 공간 비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현수교를 떠올리게 한다. 또 기둥 대신 고려제강 와이어의 장력으로 건물을 지탱하도록 설계해 야외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곳에는 부산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렇게 건물 디자인과 구조 모두 도시의 지역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에서는 공간 분위기만으로도 부산의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업사이클링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2층과 4층 바닥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사용했던 플라스틱, 유리 등 폐자재를 가공해 만든 테록시를 활용했고, 3층 바닥에는 부산 바닷가에 버려진 어망을 재활용한 카펫을 설치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대자동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지와도 잘 어우러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 건축물의 인상, 브랜드와 공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는 “훌륭한 공간은 결코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최욱 소장의 견해가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욱
원오원아키텍츠 소장
“이곳은 고려제강 F1963 부지 중 가장 오래되고 작은 건물이 남아 있던 곳이다. 부산은 다양한 레이어가 층층이 결합된 밀도 높은 도시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중 부둣가에서 볼 수 있는 크레인과 컨테이너를 건축물 형태에 결합했다. 이 건축물의 주재료는 철, 유리, 그리고 돌은 같은 바위에서 추출된 동일 계열의 재료다. 동일한 속성을 지닌 재료들을 결합하고 구조의 특성을 강조하며 구축적인 건축물로 완성했다. 부산의 건축물을 만든다는 생각에서였다.”

브랜드의 비전을 보여주는 고객 경험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는 서울, 고양, 하남과 달리 양산차를 판매하거나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곳은 지역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에 닿기 위해 디자인의 힘에 주목하는 현대자동차의 방향성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곳에는 전시 외에도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디자인 콘텐츠가 가득하다. 2층 숍에서는 전시와 관련된 국내외 디자인 상품을 만날 수 있고, 4층 이노베이션 랩에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세미나가 열린다. 전문 구루의 세심한 설명은 기분 좋은 공간 경험을 극대화시킨다. 이는 고객과의 접점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디자인 큐레이션 분야를 육성하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도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디자인 큐레이터 영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오픈 콜 프로그램이다. 첫해인 올해의 주제는 ‘시간의 가치’. 오늘날 각기 다르게 경험하는 시간성을 디자인 관점으로 어떻게 바라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렇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건축과 공간,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지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단순히 볼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며 풍부한 지역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방향성이다.

김소민, 강민희
스페이스오퍼레이션팀 팀장, 스페이스크리에이션팀 팀장
“디자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현대자동차의 스페이스오퍼레이션팀과 스페이스크리에이션팀이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한다고 들었다. 두 팀은 각각 어떤 일을 하나?

스페이스오퍼레이션팀은 국내외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운영하고 프로모션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스페이스크리에이션팀은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신규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한다. 해외 모터쇼, 디지털 전시 등 글로벌 고객 경험 플랫폼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주요 구성원은 기획자, 마케터, 건축 및 공간 디자이너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REFLECTIONS IN MOTION〉 전시.
여섯 번째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부산에 마련한다는 소식에 오픈 전부터 큰 기대와 주목을 끌었다.

부산은 바다를 중심으로 독특한 지역적 특색을 유지하며 발전한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또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문화·예술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디자인’을 키워드로 계획한 현대자동차의 활동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기존 국내 현대 모터스튜디오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는데, 앞으로 현대차의 움직임을 경남권으로도 확대해나가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고려제강이 운영하는 F1963에 위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새로운 거점을 위해 문화적으로 특색 있는 공간을 찾던 현대자동차와, F1963의 새로운 파트너로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브랜드를 물색하던 고려제강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 이는 두 회사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졌고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F1963의 신축 건물에 입주하게 됐다.

‘Design to live by’라는 콘셉트가 특별하게 여겨진다.

디자인은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고 창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니즈를 반영하는 영역이다. 이렇게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비전인 ‘인류를 위한 진보’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을 통해 디자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활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개관전으로 〈REFLECTIONS IN MOTION〉을 열었다.

첫 전시는 디자인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생각을 전달하는 작품들로 구성한 체험 전시로 기획했다. 인간의 삶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 전시 초입에는 1970~1980년대에 생산한 포니를 전기차로 재해석한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를, 끝에는 미래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프로페시’를 배치했다. 이 사이에는 ‘컬러 앤 라이트’를 설치해 리플렉션 디스크를 통해 투영되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 두 세대의 자동차에 현대차의 핵심 디자인 요소인 ‘파라메트릭 픽셀’을 반영해 변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를 보여줬다.

F1963.
이번 전시 아이덴티티에도 파라메트릭 픽셀을 활용한 그래픽이 돋보인다.

파라메트릭 픽셀은 기계가 만들어낸 패턴의 연산을 통해 도출한 디자인을 뜻한다. 이는 새롭게 론칭한 아이오닉5의 핵심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파라메트릭’은 사전적으로 ‘매개 변수’라는 뜻이다. 대입하는 값에 따라 그 결과가 다양하게 도출되는 일종의 수식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수식은 보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변화무쌍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파라메트릭 픽셀’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표현한 것으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시리즈의 디자인과 연관된다.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있다.

유니버셜 에브리띵은 현대자동차와 오랜 기간 협업해온 영국계 디지털 아트 그룹이다. 감각적인 비주얼 언어는 현대자동차의 미래 비전과 감각적인 비주얼 언어와 연결된다. 또 다채로운 컬러로 주변 환경을 반영하는 ‘컬러 앤 라이트’, 인터랙티브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머티리얼’은 독일 전시 컨설팅 그룹 ‘네스트 원’과 협업한 결과다.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는 현대디자인센터와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의 ‘미디어 스트링스Media Strings’ 또한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브랜드 철학과 어떻게 연결되나?

목진요 작가 역시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미디어 스트링스’는 현의 진동과 울림을 기계장치와 빛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작은 LED가 달린 와이어가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면 마치 빛이 현을 타고 흐르며 소리를 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여기에 가동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기계음과 현악 4중주가 조화를 이루며 인상적인 공간적 경험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대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Sensuous Sportiness’와 연결된다.

4층 인스퍼레이션랩에서는 전시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고객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업사이클링 클래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미래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E-카(전기차) 디자인 클래스,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는 포니 퍼즐 자동차 클래스가 있다. 전시 주제가 바뀔 때마다 그에 따른 신규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을 지속적으로 재방문하도록 풍성한 콘텐츠를 준비할 예정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의 ‘미디어 스트링스’.
앞서 언급한 이벤트 외에도 마스터클래스Master Class와 디자이너스 테이블Designer’s Table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각각 어떤 차이가 있나?

마스터클래스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초대하는 강연 시리즈다. 우선 현대자동차 이상엽 전무가 직접 나서는 현대차 디자인 철학에 대한 강연, 이곳을 설계한 원오원아키텍츠 최욱 소장의 건축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 디자이너스 테이블은 기획 전시와 연계해 4개월 단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3명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부산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3명의 영 디자이너와 함께 그들의 삶과 생각을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또 영화, 음악, 자동차 등 각자의 영역에서 열정을 일로 연결시킨 전문가들을 초빙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

이곳은 우리의 일상에서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의 힘을 느끼며, 이러한 디자인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과 고객 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영감을 얻고 즐거운 일상을 누리길 바란다.
글 유다미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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