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자원·생산 가치의 전환 제네시스 〈리:크리에이트〉전
지난 6월 12일부터 30일까지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리:크리에이트Re:create〉전이 열렸다. 제네시스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공간·자원·생산’이라는 가치의 전환을 예술적으로 전달하고자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제로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1S1T(이즈잇)의 강영민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지난 6월 12일부터 30일까지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리:크리에이트Re:create〉전이 열렸다. 제네시스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공간·자원·생산’이라는 가치의 전환을 예술적으로 전달하고자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제로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1S1T(이즈잇)의 강영민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이와 함께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인 일렉트리파이드Electrified G80(G80 전동화 모델)를 국내 고객에게 처음으로 공개해 친환경 럭셔리 모빌리티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제네시스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한때 석유비축기지였던 공간이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리:크리에이트〉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과 21세기 럭셔리의 가치인 ‘새로운 지속 가능성’의 메시지를 창조적으로 전달했다.
공간 전시장 선정부터 의미를 담았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일반에 최초 공개하는 자리로 문화비축기지를 택한 것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본래 이곳은 1970년대 석유를 보관하는 5개의 탱크가 있던 마포석유비축기지였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인근에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기로 확정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다. 이후 약 10년간 방치되다시피 한 이곳이 재조명된 것은 2013년 시민·전문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용도가 정해지고 리뉴얼을 거쳐 2017년 다시 문을 열게 되면서다. 산업 시대의 전유물과 같던 공간이 창조적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쓰임을 찾은 것이다. 이는 가솔린 시대를 뒤로하고 친환경 전기차로 새로운 활로를 찾은 모빌리티 시대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문화비축기지는 〈리:크리에이트〉전을 선보이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단순히 이동 수단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한국적 럭셔리 문화에 대한 담론까지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재탄생한 역동적인 공간에서 제네시스의 첫 전동화 럭셔리 차량을 선보이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
윤일헌 제네시스 디자인실 상무
자원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버려진 플라스틱 조각
제네시스 G80 전기차와 강영민 디자이너의 만남 역시 의미심장하다. 폐자원을 주재료로 컬러풀한 아트 퍼니처를 선보이는 강영민 디자이너는 이번 협업을 통해 환경과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되새겼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새로운 에너지 시대(New Energy Era)’라는 테마 공간이다. 원형의 공간 중앙에 빛을 발산하는 대형 인스털레이션을 설치했는데, 작품이 설치된 바닥면에는 검은 폐플라스틱 소재가 마치 석유가 고여 있는 것처럼 뒤엉켜 있고 거기서 솟아오른 빛의 기둥은 수많은 파티클과 함께 조명으로 반짝거렸다. 석유가 주 에너지원이었던 화석 연료 시대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시대로의 이행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에서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 주변으로 강영민 디자이너 특유의 색깔이 드러나는 업사이클링 가구 ‘플라튜보 컬렉션Platubo Collection’을 무심하게 배치했다. 물감을 짜놓은 듯한 생동감 넘치는 컬러의 가구는 그 자체로도 멋스러울 뿐 아니라 환경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원형 공간의 동선을 따라가보면 ‘업사이클링 밸류Upcycling Value’ 테마 공간이 나타난다. 강영민 디자이너가 업사이클링 소재로 만든 화병과 함께 디스플레이한 식물은 버려진 쓰레기도 가치 있는 예술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디자이너의 철학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여기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강영민 디자이너의 관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산 자동차 인테리어 내장재로 재탄생한 폐목재
‘제네시스 퍼스펙티브Genesis Perspective’라는 테마로 조성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G80의 사이드 뷰를 구현한 콜라주로 차 내부를 구성하는 재활용 소재를 작품의 재료로 활용했다. 친환경 가죽과 패브릭, PVC 파이프 등의 소재가 별도의 유리 케이스에 담겨 있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게 했다. G80 전동화 모델은 단순히 엔진을 전기 모터로 바꾼 것이 아니라 차량 인테리어에도 친환경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각고의 공을 들였다. 즉 헤드라이닝과 러기지 커버링에는 500mL 페트병 약 60개 분량을 재가공한 소재를 활용했고 플로어 커버링은 재활용 나일론 소재로 제작한 것이다. 펄프 생산 후 버려지는 소나무 껍질 성분을 천연 염료로 사용한 가죽 시트에는 아마씨 오일을 활용한 친환경 가죽 처리 공법을 적용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물질을 최소화했다. 제작 공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나무 조각으로 ‘포지드 우드’라는 리얼우드 패턴을 만들어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준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제네시스 윤일헌 상무와 강영민 디자이너의 영상 인터뷰를 관람할 수 있는 ‘리:크리에이트 라이프Re:create Life’ 테마 공간을 지나 도달하는 곳은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일렉트릭 럭셔리 스타트 나우Electric Luxury Starts Now’다. 이곳에서 비로소 G80 전기차의 실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기역학적 효율을 고려한 전용 크레스트 그릴을 클릭하면 감쪽같이 숨겨져 있던 배터리 충전구가 나타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마티라 블루’ 전기차 전용 컬러와 제네시스 고유의 두 줄 램프가 특징인 G80 전동화 모델은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으로 고급 대형 전동화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전망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를 모색해야 한다.”
강영민 업사이클링 디자이너(1S1T 소속)
문화비축기지의 장소적 특징이 이번 전시와 잘 맞아떨어졌다.
석유에서 문화의 전환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곳이다. 이곳에서 〈리:크리에이트〉전을 통해 제네시스 G80과 제로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중앙에 설치한 인스털레이션은 이런 콘셉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진보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평소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해석하는 데 관심이 있다. 업사이클링 가구로 선보인 ‘플라튜보 컬렉션’은 강철 파이프에 코팅된 PVC를 주재료로 활용한다. 공장에서 1년에 50톤씩 폐기되는 PVC를 재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전기차로 새롭게 탄생한 G80에도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은 어땠나?
G80가 전기차로 재탄생하면서 엔진을 냉각시키는 그릴 자리에 전기차 충전구가 내장됐다. 전기차라는 목적과 기능에 맞게 디자인이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디자이너 역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를 모색해야 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이 있다면?
전시 맥락에 맞게 석유와 전기를 각각 상징하는 스툴을 제작했다. 석유를 상징하는 스툴은 검은 PVC 소재를 사용했고, 전기를 상징하는 스툴은 반투명 PVC 소재로 제작한 뒤 내부에 조명을 넣어 빛이 확산되도록 했다. 디자이너이자 작가로서 단순히 개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1S1T 크루들과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사운드, 미디어 콘텐츠, 패널 제작 등 전시 구성 전반에 관여했다.
제네시스와 협업한 소감은?
제네시스가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새로운 지속 가능성’을 스토리텔링을 입힌 예술 작품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시간이었다. 흥미로운 공간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즐거웠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추구해나갈 새로운 럭셔리의 행보를 기대해달라.
글 서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