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전

8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협업으로 열리는 전시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이하 〈헬로 로봇〉)은 영화 포스터, 영상 클립, 사진, 게임, 레고, 모션 그래픽, AR 등 200점이 넘는 작품과 함께 로봇에 얽힌 디자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현대자동차 ×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전
‘호기심의 방’으로 불리는 첫 번째 섹션 ‘과학과 상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 속 디자인을 주목하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본격적으로 디자인 플랫폼으로서의 행보를 알렸다. 앞서 진행한 개관전 〈리플렉션스 인 모션Reflections in Motion〉에서 현대자동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디자인을 소개하며 브랜드 가치와 비전을 조명했다면, 8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협업으로 열리는 전시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이하 〈헬로 로봇〉)은 영화 포스터, 영상 클립, 사진, 게임, 레고, 모션 그래픽, AR 등 200점이 넘는 작품과 함께 로봇에 얽힌 디자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기간 8월 3일~10월 31일
장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협업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웹사이트 motorstudio.hyundai.com/busan

〈헬로 로봇〉전은 2017년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선보인 ‘과학과 상상’, ‘업무 프로그램’, ‘친구와 조력자’, ‘융합’이라는 4개의 섹션으로 시작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당신은 로봇을 신뢰하나요?”, 현대자동차 ×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전 “물건이 감정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의 동선을 이끈다.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은 작품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전시 도입부인 ‘과학과 상상’ 섹션에서는 대중문화에 등장한 로봇을 총망라했다. 독일 표현주의 감독 프리츠 랑Fritz Lang이 제작한 최초의 SF 영화 〈메트로폴리스〉부터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스타워즈〉에 이르기까지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한 다양한 로봇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 포스터들 사이에 로봇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진 작품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미국 사진작가 에릭 피커스길Eric Pickersgill의 ‘제거Removed’ 시리즈다.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보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손에는 스마트 기기가 지워진 텅 비어 있다. 작가는 동네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가족이 아무런 대화 없이 각자 스마트폰에만 몰두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완성했는데 그의 사진은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원활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테크놀로지에 대한 낙관적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친구와 조력자’ 섹션에서는 로봇과 인간이 맺어가는 다양한 관계를 조명했다.

기술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두 번째 섹션 ‘업무 프로그램’에서 로봇의 등장에 따라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로 확장된다. 런던의 모스 컬렉티브Moth Collective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지구상에서의 마지막 직업, 완전히 자동화된 세계를 상상하라(Last Job on Earth: Imaging a Fully Automated World)〉는 작업을 돕기 위해 개발한 산업용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바로 지척에서 ABB 로보틱스사의 협동 로봇 유미Yumi가 세밀하고 유연하게 작은 공을 반복해서 옮기고 있는데 이러한 배치를 통해 애니메이션 속 로봇이 대체하는 세상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이라도 닥칠 현실임을 체감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 기계와 더불어 살게 되면서 최적화된 공존을 찾는 ‘융합’ 섹션.

하지만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이 늘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친구와 조력자’와 ‘융합’ 섹션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동반자적 관계와 공존에 주목한다. 로봇 네이티브 세대를 양육하기 위해 개발한 육아 지원 로봇, 그리고 AI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그녀Her〉가 대표적이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로봇과의 관계에서도 공유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로봇이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지는 미래의 모습을 시사했다.

‘업무 프로그램’ 섹션에서는 노동과 생산, 산업과 일상의 영역으로 로봇이 침투하면서 변화하는 미래 모습을 희망과 불안이라는 양가적 감정으로 담아냈다.

한편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 섹션이 추가되었는데 바로 ‘디자인 영역의 확장, 로봇과 인간’ 그리고 ‘AR로 만나는 미래 삶의 디자인’이다. 이곳에서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DAL-e’, 그리고 최근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식구가 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과 ‘아틀라스’를 소개한다. 더불어 현대자동차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이자 창의 인재 플랫폼 ‘제로원ZER01NE’에서 활동하는 룸톤Roomtone,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 신태호, 이강일 작가가 참여했다. 실외 배송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호텔 배송 로봇, 가사 지원용 매니퓰레이터까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가상 세계가 AR 기술을 통해 펼쳐진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과 ‘아틀라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로봇으로 인해 편리한 일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 로봇과 인간을 둘러싼 논쟁적 이슈를 가감 없이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시장을 나서면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면대면 소통과 대화가 단절됨에 따라 그 빈자리를 로봇이 채워가는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글 이정훈 객원 기자 담당 서민경 기자
사진 ©신경섭, 현대자동차 제공

전시의 마지막 섹션 ‘AR로 만나는 미래 삶의 디자인’. 룸톤, 언해피서킷, 신태호, 이강일 작가의 AR 작품을 앞에 비치한 패드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아멜리에 클레인Amelie Klein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큐레이터
“로봇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을 자주 접하곤 한다. 로봇은 훌륭한 해결책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전시에서 제시한 14개의 질문은 ‘그렇다’ 또는 ‘아니다’로 간단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없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러한 점이 〈헬로 로봇〉전의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박준호
현대자동차 HMS 크리에이션팀 매니저
“단순히 로봇에 관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전시가 아니라 로봇을 둘러싼 이슈를 고찰할 수 있는 질문을 관람객들에게 던지며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다. 로봇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상의 영역을 차지할지, 또 인간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점차 발전하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재확인하고, 로봇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좁혀나갈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상상한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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