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건축 문법을 향한 HdM식 도전장
헤르조그&드 뫼롱(이하 HdM)이 한국에서 선보인 첫 번째 건축물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 지난 9월 30일 개관했다.
헤르조그&드 뫼롱(이하 HdM)이 한국에서 선보인 첫 번째 건축물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 지난 9월 30일 개관했다. 2018년 설계를 마친 직후 한국에서 이를 발표했기에 4년 반 가까이 이어진 감감무소식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지은 서울의 많은 건물이 역시나 짧은 시간 안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HdM의 긴 여정은 오히려 건축에 대한 확신으로 읽힌다. 청담동에 들어선 신사옥은 건축 문외한이 보아도 눈에 띌 정도로 날카로운 삼각 형태다. 대로를 향한 파사드는 높고, 정원이 있는 건물 뒷면은 주변으로 스며드는 반전과 다정함도 있다. 이는 바닥 면적, 토지 이용 규제 등 설계 조건 안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조각을 도출한 결과다. 하지만 이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송판 거푸집을 사용해 건물 표면에 새긴 소나무 패턴이다. 목판의 문양과 결을 통해 건축물에 표현한 질감은 ‘숨어 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松隱’에서 영감받은 것. 자연 요소를 건축물로 끌어들인 디자인 어법이 건조한 청담동 중심부의 온도를 조금은 바꿔놓은 듯하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도산대로에 좋은 건축물은 없다”라는 HdM의 4년 전 일갈이 무색한 것은 사실이니까. 대중, 예술가, 컬렉터 모두에게 유효하기를 의도한 이들의 건축이 과연 어떠한 영감을 전해줄지 두고 볼 일이다.
건축
Herzog & de Meuron,
herzogdemeu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