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만난 제품 디자인, ‘인간 가구’ 프로젝트

산업&제품 디자이너가 말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법

김주원, 서지원, 이효정 세 명의 산업&제품 디자이너가 생성형 인공지능 툴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아이데이션부터 최종 시각화까지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생성형 AI를 만난 제품 디자인, ‘인간 가구’ 프로젝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산업 전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특히 디자인 영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 툴의 등장은 새로운 창작의 장을 열고 있다. GPT 4o, 미드저니, 비즈컴, 매그니픽 AI, D-ID, HeyGen, DALL-E2 등 이미지 생성과 영상 편집 그리고 이미지 업 스케일링까지 각각의 툴이 지닌 장단점을 파악하고 작업에 맞게 활용한다면 시간을 아끼고, 수고를 덜 수 있다. 더욱이 상상 속에만 머물던 디자인을 프롬프트 입력 하나만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도 디자이너를 비롯한 창작자들이 생성형 AI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김주원, 서지원, 이효정 세 명의 제품/산업 디자이너가 진행한 ‘인간 가구’ 프로젝트

김주원, 서지원, 이효정 세 명의 산업 및 제품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생성형 AI가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인간 가구(Human-Objec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패션과 가구가 융합된 ‘인간 가구’ 프로젝트는 가구의 생동감을 더해 공간의 유기적 변화를 이끌어 낸다. 여기서 가구는 마치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패션 아이템으로서 인간이 착용할 수 있는데 쉽사리 결과물을 그려낼 수 없던 콘셉트였던 만큼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필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 툴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물리적인 작업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였고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더한 제품 디자인 결과물을 만든 일련의 과정과 똑똑한 도구에 대한 세 디자이너의 시선을 물었다.


인간 가구(Human-Object) 프로젝트의 시작

‘인간 가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어떤 계기 혹은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던 걸까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최종 시각화까지 제품 디자인의 전 과정에 적용해 보는 실험을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가장 먼저 생성형 인공지능의 장점을 파악했고, 평소 제품 디자이너가 만들기 어려운 카테고리를 주제로 선정하고자 했는데요. 여러 주제를 상상해 보다가 ‘인간이 패션 아이템처럼 가구를 입고, 가구의 역할을 하며 공간을 형성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주제로 느껴졌습니다.

총 다섯 가지 가구(및 사물)을 소개했어요. 조명, 파티션, 꽃병, 테이블, 러그를 선택한 기준도 있나요?

기존에 ‘공간’을 무대로 한 가구들이 벽, 바닥, 천장 등 그 쓰임새와 목적에 맞는 형태와 위치가 있는 것처럼 ‘인간’을 무대로 한 ‘인간 가구’ 역시 그 쓰임새에 맞는 위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 부분 중 가구와 결합할 만한 부분을 선정했습니다. 이어서 그에 맞는 쓰임새, 스토리, 조형을 만들어나가면서 신체 각 부분이 오브제와 결합해 어떤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지 탐구했습니다.

제품 디자이너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법

생성형 인공지능 툴을 활용한 디자인 프로세스

무엇보다 ‘인간 가구’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었던 건 생성형 인공지능을 디자인 전 과정에 사용했기 때문일 텐데요. 인공지능의 등장이 창작자에게 호불호가 있던데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이 높은 편이신가 봐요.

AI 툴을 처음 접했을 때 놀라움과 함께 ‘이거 전부 다 합성 아니야?’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고 원리를 파악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조형 아이데이션과 합성 등 시각화 작업 전반의 영역에서 기존 툴과 프로세스로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요. 생성형 인공지능이 디자이너에게 실질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거죠. 과거 일일이 손으로 도면을 작성하던 시절, 처음으로 캐드(CAD)로 설계를 했을 때 마주하는 감정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웃음) 새로운 기술이나 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도 인공지능을 디자인 작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간 가구’ 프로젝트의 제품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

오늘날 시중에는 여러 가지 생성형 인공지능 툴이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인간 가구’ 프로젝트에는 GPT-4, 미드저니(Midjourney), 비즈컴(Vizcom), 매그니픽 AI(magnific AI)를 사용했어요.

시중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죠. 저희 프로젝트에서 가장 필요했던 아이디어 구체화, 이미지 생성, 디테일 추가 및 변경, 퀄리티 향상의 과정을 가장 효과적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툴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직관적이고 사용하기도 쉬워요. 프로젝트 진행에 큰 도움이 됐죠. 어디까지나 프로젝트를 함께 한 세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AI 툴이 있어요. 가격, 활용도, 적합도를 판단해 프로젝트의 성격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툴을 활용한 만큼 기존 디자인 방식이나 접근법과는 크게 달랐을 것 같아요.

기존의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는 모델링을 통해 조형을 먼저 확정하고, 이후 키샷(KeyShot) 등의 툴을 사용해 시각화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의 의도를 담은 텍스트 프롬프트로 다양한 시안을 먼저 생성했어요. 최종 이미지에 가까운 시안들을 미리 확인하고 역으로 그 조형에 대한 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분명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와는 크게 다른 점이었는데요. 각각의 프로세스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델링과 렌더링을 거쳐 10개의 시안을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보다 200개의 디자인 중 원하는 디자인을 추려가는 방식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한편 세 명의 디자이너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디자이너 간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각자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사이드 프로젝트에 임했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 전반에서 ‘효율성’을 우선시했어요. 각자의 역할을 고정하지 않았고, 진행 상황을 피그마(Figma)를 통해 공유하면서 일정이 급한 경우 혹은 업무 부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을 분배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아이디어 도출, AI 시안 선정 등 중요한 사안을 위한 의사 결정은 투표를 통해 빠르게 결정하면서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죠. 이러한 협업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갖춰진 덕분에 프로젝트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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