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에 봐야 할 10개의 국내 전시
하반기 국내 전시 하이라이트는?
하반기에도 흥미로운 국내 전시가 가득하다. 부산비엔날레, 키아프&프리즈 서울 등 굵직한 행사부터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거장들의 개인전까지 소개한다.
올해 1월 소개한 상반기 전시 하이라이트에 이어서 6월부터 12월까지 하반기 놓쳐서는 안 될 10개의 전시 및 행사를 소개한다. 아트, 공예, 디자인을 아우르는 전시와 행사는 개최 일자 순으로 정리했으니 캘린더에 기록해두고 일정을 참고해도 좋겠다.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기간 2024.05.01 – 08.04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19세기부터 현대까지 한국 자수(刺繡)의 역사와 그 흐름을 살펴보는 대규모 전시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필드 자연사박물관, 일본민예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국내외 60여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 점과 아카이브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총 4부 구성으로 한국 자수가 시대별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1부 ‘백 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에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전통자수를, 2부 ‘그림 갓혼 자수’에서는 20세기 초 공교육과 전시를 통해 미술공예로 거듭난 자수의 변화를 조명한다. 특히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자수를 전공한 박을복, 나사균 등 유학생들의 활동을 주목한다. 이어지는 3부 전시는 ‘우주를 수건으로 삼고’이다. 광복 이후 추상이라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수용한 현대 공예로서의 자수를 살펴본다. 마지막 4부 ‘전통미의 현대화’에서는 한국전쟁 후 국가 재건에 이바지하는 산업 공예로서 자수를 조명하며,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부각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소개한다. 조선 시대 규방 자수에서 출발해 오늘날 새로운 조형 언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자수의 변천사가 궁금하다면 덕수궁 내 자리한 미술관으로 향해보자.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기간 2024.05.17 – 09.18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는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한 전시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김도영, 김을지로, 김한솔, 드리프트, 루시 맥레이, 미카 로텐버그, 박고은, 박소라, 신기운, 수퍼플럭스, 이장섭, 우주+림희영, 잭슨홍, 타이요 오노라토와 니코 크렙스, 포르마판타스마 등 총 15명(팀)의 국내외 작가, 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사물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설치부터 조각, 영상, 사진까지 약 60여 점의 작품을 3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와 2부인 ‘사물의 세계’,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는 물질과 재료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와 자연, 기술, 경제, 과학의 영역에서 사물을 탐구한 작품을 다룬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디자인 듀오 포르마판타스마의 ‘캄비오'(2020), 이장섭의 ‘보텍스'(2023~), 그리고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프로젝트 ‘머티리얼리리즘'(2018~)을 꼽을 수 있다. 3부에서는 물건으로 간주한 사물의 개념을 확장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호주 출신 디자이너 루시 맥레이, 영국 디자인 듀오 수퍼플럭스, 그리고 잭슨홍이 선보이는 신작 ‘러다이트 운동회'(2024)가 대표적이다. 사물과 인간이 만드는 대안적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전시는 표면적으로 어려워 보이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내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다.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기간 2024.05.22 – 09.19
장소 한가람미술관 제 1, 2전시실
(오른쪽) 키스, 1892, 캔버스에 유화 물감 ⓒEuropean collector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국민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특별 전시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뭉크의 작품을 한곳에 모았다. 23곳의 소장처에서 모인 140여 점의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작가의 대표작 ‘절규’이다. 석판화 위에 뭉크가 직접 채색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 단 2점뿐이다. 이외에도 ‘키스’, ‘마돈나’, ‘불안’, ‘뱀파이어’ 등 그의 주요 작품을 14개의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뭉크의 예술적 공헌에도 주목한다. 그의 일생을 돌아보며 뭉크가 정립한 독특한 화풍과 혁신적인 표현기법이 회화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등 독일 표현주의 예술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이야기한다. 절규 그 너머의 뭉크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슬기 개인전 <삼삼>
기간 2024.06.27 – 08.04
장소 갤러리현대 신관
(오른쪽) 이슬기, 현판 프로젝트 쿵쿵, 2024, 홍송, 140 x 180 x 4 cm
세계 각지의 전통과 문화를 자신만의 색깔로 탐구해 온 이슬기 작가. 갤러리현대는 인류학적 관심을 바탕으로 민속적 요소를 상기하고, 동시에 현대성을 반영한 조형 언어와 소재로 만든 그녀의 작품을 소개한다. 6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은 전시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제목 <삼삼>은 맥락에 따라 ‘외형이 그럴듯하다’ 혹은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등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는 형용사 ‘삼삼하다’에서 착안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나무 현판 위에 의성어와 의태어를 도안화해 새긴 신작 ‘현판 프로젝트’, 유럽 선사 시대 유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성 신체의 표현을 모티프로 한 ‘쿤다리’ 연작, 단청 장인들과 협업한 벽화 작업, 프랑스 바가텔 놀이에서 영감을 얻은 목재 공간 설치 작품 ‘바가텔’연작 등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식의 전환과 시적 울림을 부여하는 작가의 작품은 오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만날 수 있다.
서도호 개인전
기간 2024.08.16 – 10.27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관
포함). © Do Ho Suh.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and Seoul and Victoria Miro London & Venice. Photography by Jeon Taegsu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개인전 이후 무려 20년 만에 개인전을 선보이는 서도호 작가의 전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는 2005년부터 작가가 진행해 온 ‘사변(Speculations)’ 시리즈를 집대성했는데 인간, 사회, 우주에 대한 숙고와 추론, 새로운 가설과 제언을 담았다. 작가는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공동체적 기억에 이르기까지 사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천을 재료로 만든 집을 펼쳐 보인 작업으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서울의 한옥과 뉴욕의 아파트를 비단으로 만든 설치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서도호의 삶과 지구에 대한 성찰적 태도를 드러냈다.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전개되는 미래에 대한 은유적 이야기, 작업 세계의 원형과 사유의 과정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룰 예정이다.
부산비엔날레 2024
기간 2024.08.17 – 10.20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1918, 초량
2년마다 돌아오는 부산비엔날레(BUSAN BIENNALE)도 올해 하반기 놓칠 수 없다. 8월 17일부터 10월 20일까지 65일간 개최되는 비엔날레의 제목은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로 베라 메이(Vera Mey)와 필립 피로트(Philippe Pirotte)가 전시감독을 맡았다. 제목이자 주제이기도 한 ‘어둠에서 보기’는 일종의 시각적 역설로 어둠은 시각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과 틀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전시 관람을 유도한다. 한편 부산비엔날레에는 총 36개국 62명의 작가(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1918, 초량재 등 부산 원도심 일원의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팬스타 크루즈와의 협업해 크루즈 내 영상, 설치 작품과 연계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
기간 2024.09.03 – 2025.01.19
장소 호암미술관
1980년 스위스 태생의 젊은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의 국내 첫 개인전이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첫 번째 동시대 작가의 전시이다. 니콜라스 파티는 미술사의 재현 전통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구상화와 대형 파스텔 벽화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 문명, 인간과 비인간 종의 지속과 소멸을 주제로 다룬다. 특히 호암미술관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공명하는 작품들로 기대를 모은다. 파스텔 벽화 4점을 비롯해 다수의 신작, 기존 회화와 조각, 리움 고미술 소장품까지 총체적인 설치로 관객에게 몰입의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자.
키아프 서울 & 프리즈 서울 2024
기간 2024.09.04 – 09.07/09.08 (프리즈 서울/키아프 서울)
장소 코엑스
9월 초 서울은 분주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이 불황도, 성황도 아닌 정체기에 들어서 있다는 평이지만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아트페어를 찾는 관객은 늘었다. 더욱이 젊은 세대의 컬렉터와 크리에이터가 두각을 나타내며 또 다른 흐름을 만들고 있는 상황. 지난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된 <아트바젤 2024> 행사의 판매 흥행에 대한 걱정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는 점도 오는 9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기대감을 높인다. 참여 갤러리와 작가 그리고 스페셜 프로그램까지 앞으로 차차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다가올 9월의 아트 위크를 더욱 즐기고 싶다면 아트페어와 함께 이 시기에 맞춰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갤러리와 미술 기관의 소식도 놓치지 말기를 권한다.
아니카 이(Anicka Yi) 개인전
기간 2024.09.05 – 12.29
장소 리움미술관 M2
리움 미술관에서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Anicka Yi)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이 열린다. 영국 테이트 모던, 베니스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미술 기관과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 그리고 최근의 경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아니카 이는 기술,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는데 냄새, 박테리아, 튀긴 꽃 등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디아스포라와 여성주의 등 정치적 함의를 전개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작가는 기계, 균류, 해조류 등 비인간 지능을 탐구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신작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다채로운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아니카 이의 개인전은 2025년 3월 베이징 UCCA 미술관에서도 순회전으로 소개된다.
빌 비올라(Bill Viola) 개인전
기간 11월 중 (세부 일정 추후 공개)
장소 국제갤러리 서울점 K3
11월에는 비디오아트 거장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작품을 국제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서울점 K3 공간에 영상 설치 작품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1979)를 필두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떠 있는 스크린에 투사된 산의 이미지와 그 아래 물웅덩이가 자리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안정감의 함정과 시간의 축적에 관해 이야기한다. 물의 일렁임에 따라 흔들리는 산의 모습,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일렁임과 다시금 흔들림 없이 강직해 보이는 산의 이미지는 여러 가지 조건이 우연히 맞아떨어져야만 볼 수 있는 결과물인 셈이다. 정적이고, 단단한 시간 그리고 산의 이미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거장의 작품을 마주하는 느낌은 과연 어떨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