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의 서사, 차과자점 차차이테
'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 차차이테' 스위트 에디션 이소영 대표 인터뷰
인생은 때때로 쓰고 때때로 달콤하다. 박물관학을 전공한 갤러리스트 지망생이 갑자기 아버지 회사의 요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것도, 그게 작은 시작이 되어 23년째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 아카데미 브랜드 ‘라퀴진’의 대표가 된 것도 모두 인생이 선사하는 묘미였다. 흘러가는 대로 잘 하는 것을 쫓아 걷다 보니 디저트 회사 ‘스위트 에디션’을 열고 서양식 디저트 브랜드 ‘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를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국적인 것을 베이스로 동서양의 디저트 문화를 조화롭게 재해석한 차과자점 차차이테를 선보였다. 차와 과자를 곁들일 수 있는 찻자리를 선사하고, 차차이테가 제안하는 서정적인 과자 선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익숙한 것 위에 새로움을 부여하는 일은 그가 가장 잘하는 영역. 차와 과자가 조우하는 자리에 어떤 새로움이 얹어졌을까 궁금해진다. 오랜 시간 쌓아온 통찰력으로 사람들의 니즈를 관통하고 한국 디저트 업계에서 볼 수 없던 서사의 영역을 쌓아 올리는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Interview with
이소영 스위트 에디션(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 차차이테) 대표
푸드 기획자의 첨예한 미적 감각
박물관학을 전공한 뒤 요리 아카데미 대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뉴욕에서 박물관학을 전공하고 귀국해서는 갤러리에 들여가려고 알아보던 차에 아버지가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당시 아버지는 ‘전망 좋은 방’이라는 리빙 폅집숍을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숍 한 편에 큰 주방이 있었는데 매장 홍보를 위해 숍에서 파는 그릇을 사용해 요리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도와드리려고 시작했던 게 지금의 ‘라퀴진’이 된 거예요. 박물관에 좋은 공간이 있으면 어울리는 작가를 초대해 전시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부엌에 셰프님들을 초대하는 식이었던 거죠. 제가 기존에 하던 것과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되지 않더라고요. 요리가 됐든 아트가 됐든 기획자의 어떤 의도가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보여지게 하는 일을 저는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라퀴진은 한국에서 ‘푸드 기획’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의한 곳입니다. 그러다 2019년 디저트 전문 회사 ‘스위트 에디션’을 시작하셨죠.
라퀴진을 오픈하고 3~4년 지났을 즈음 레스토랑을 운영했다가 크게 손해를 보고 접었던 적이 있어요. 이후에 브런치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꽤 잘 됐더니 그때부터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내 돈 들여 가게를 열어 보고, 또 망해 보기도 하면서 저한테 잘 맞는 영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일단 셰프와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건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저한테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 이태원 앤드 커피 랩(AND COFFEE LAB) 컨설팅이 들어와 전체 기획부터 메뉴 기획까지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커피는 그때 처음 다루어 본 건데 커피도 저한테는 어렵게 다가오더라고요. 대신 카페 디저트로 마들렌을 기획했는데 생각보다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그때부터 디저트 분야로 깊게 확장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콘디토리 오븐’과 ‘카라멜리에 오’ 모두 콘셉트, 비주얼, 맛까지 감각적인 기획 아래 전개하며 기존 없던 디저트 브랜드의 영역을 열었습니다. 그 감각을 쫓아가다 보니 두 브랜드 모두 가상의 브랜드 스토리를 갖고 있었어요.
콘디토리 오븐은 1800년대 후반 비엔나에서 문을 연 구움과자점을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당시 유럽을 휩쓴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을 추종하던 사람이 장인 정신을 담아 과자점을 열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서요. 카라멜리에 오는 파리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프랑스인 오 씨가 도쿄로 넘어가 만든 카라멜 디저트 가게라는 콘셉트로 완성했고요.
차과자점 차차이테는 어떤 스토리와 콘셉트로 완성하셨는지 궁금해요.
차차이테는 디저트를 공부한 주인이 동서양의 차 산지를 여행하면서 자기만의 오롯한 차 취향을 만들어 운영하는 공간으로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매장 내의 집기와 기물에도 동양과 서양 느낌을 조화롭게 배치했고요. 무엇보다 이번에는 모든 찻자리에 어울리는 차 과자를 만들고 싶어서 디저트 사이즈를 줄이고 동서양 디저트의 맛과 식감을 섞는 등 새로운 시도를 가미해 보려 했어요.
동양에서는 차(茶)를 차(CHA)라고 하잖아요. 인도나 중앙아시아에서는 약간 밀크티 개념으로 차이(CHAI) 티를 즐겨 마시고요. 그리고 서양에서는 티(TEA)를 테(Thé)라고 부르고요. 그래서 이름을 차차이테로 지은 거예요.(웃음) 그러다 보니 동서양이 믹스된 감각과 한국적인 베이스가 깔려있는 거죠. 차차이테 계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모든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있어요. ‘브루드 네쥬(Boules de Neige)’ ‘모나카 플로랭탕(Florentine)’ 이런 식으로요.
동서양 디저트 문화를 재해석하다
‘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에 이어 차를 곁들이는 디저트 브랜드 ‘차차이테’를 오픈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어요.
사실 차차이테는 카라멜리에 오 보다 먼저 준비했던 브랜드였어요. 콘디토리 오븐을 운영하다 보니 신제품 스터디에 대한 니즈는 계속 생기는데 한 브랜드 안에서는 다양하게 전개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어 보면서 콘디토리 오븐이나 카라멜리에 오의 디저트에 대한 확장성도 열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커피에 이어 차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요즘의 트렌드는 기물들이 크기가 다 작은 편이에요. 근데 차와 곁들이는 디저트가 기물보다 커서 종종 찻자리의 미감을 해치기도 하더라고요. 찻자리의 기물과 잘 어우러지는 디저트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차차이테를 여는 데에 큰 몫을 차지했죠. 게다가 차를 마시면 차의 향과 맛이 섬세해 차향에 집중하느라 디저트를 훨씬 덜먹게 되기도 하고요.
차차이테는 정말 작은 브랜드라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차차이테의 과자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나중에 콘디토리 오븐이나 카라멜리에 오에서도 쓸 수 있는 레시피 아카이브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나아가 나중엔 차차이테가 스위트 에디션의 R&D 부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제가 디저트를 패션에 빗대어 자주 말하곤 하는데요. 패턴이 픽스되면 그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거잖아요. 내가 캐시미어를 쓸지, 실크를 쓸지 또 그걸로 티셔츠를 만들지, 바지를 만들지 고민하는 것처럼요. 디저트도 비슷해요. 레시피가 만들어지고 나면 재료와 디자인의 변주로 메뉴를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으니까요.
(오) 차가운 앙버터 타르트&크로캉트
ⓒChachaithé
앞서 운영하던 브랜드들은 프랑스식 디저트를 기반으로 한다면, 차차이테는 사뭇 다릅니다. 동서양의 디저트 문화를 재해석하고 거기에 한국적인 것을 가미했다고요.
서양 디저트 브루드 네쥬를 콩고물 유자맛으로 바꾼다든지, 일본의 한천으로 만든 젤리와 흑당을 함께 먹는 앙미츠를 수정과의 맛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흑임자 다식을 쿠키로 만든 흑임자 쿠키도 그중 하나고요. 저희가 당장 떡 종류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찹쌀가루를 이용해 찹쌀 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앙버터가 인기가 좋은데 이걸 타르트로 만들어 본다던가 ‘여기에서 조금 더 변주를 줘볼까?’ 해서 앙버터 대신 곶감 버터를 넣은 타르트를 만든다던가 하는 식이죠. 차차이테의 과자 메뉴는 계절별로 계속 바뀔 예정이고, 티룸에서 제공되는 차 과자도 2주에 한 번씩 바꿔드리려 하고 있어요.
현재 한남동 차차이테에서는 티룸을 함께 운영 중이기도 해요. 차과자에 곁들일 수 있는 엄선된 차는 ‘티에리스’ 정다형 대표의 큐레이션이 함께 했다고요.
주기적으로 티룸의 차를 큐레이션 해주는 분들은 새로운 분들과 계속 협업할 예정이에요. 이번에 첫 오픈 때는 티에리스 정다형 대표님이 큐레이션을 진행해 주셨고요. 우선 티룸에 앉으면 하동 유기농 녹차를 맞이차로 내어드려요. 그리고 그다음에 나오는 본 차는 총 네 가지 종류가 제공되는데 먼저 저희의 시그니처 블렌드 티 ‘차차이테 브렉퍼스트’는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 차인 작설과 인도 아쌈 지역의 홍차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차차이테 만의 색채로 재해석한 차에요. 7월쯤 매장에서 찻잎 구매도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고요. 그 외에도 리쉬티 화이트 로즈 멜란지, 산목련 박하차 등을 본차로 고를 수 있고, 마지막 마무리 차로는 중국 무이산의 정산소총을 소나무로 태워 독특한 송연향 차와 아쌈티를 블렌딩해 차가운 밀크티를 내어드리고 있고요.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차와 과자의 조합은 무엇인가요?
저는 목련박하차랑 오랑제트 조합 좋아해요. 신선한 조합이면서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백차랑 갸또 바스크, 유기농 녹차 웰컴티랑 앙버터 타르트 잘 어울리고요. 티룸에 오시면 제공해 드리는 조합은 매번 달라지는 점 참고해 주세요.(웃음)
특히 장 프루베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미닫이 수납장을 이소영 대표의 미감으로 재해석해 원목과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가구로 완성했다.
차차이테 공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여느 티룸과는 색다른 느낌이거든요.
공간을 와보면 아시겠지만 공간의 느낌이 굉장히 중성적이에요. 동양과 서양 그 사이 어딘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제가 금속을 정말 좋아해요. 이 공간에도 금속 소재를 꼭 녹여내고 싶었는데 금속 중에서도 알루미늄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데요. 알루미늄이 스테인리스와는 다르게 보기에는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함이 있어요. 겨울에 만져도 너무 차지 않고요. 그래서 공간 곳곳에 들어간 금속 작업들을 김동규 작가님과 함께 했고요. 특히 티룸 정면에 보이는 장은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과 장 프루베(Jean Prouvé)가 만든 미닫이 수납장에서 영감받아 직접 제작한 거예요.
매장에서 사용하는 다기와 다구 등 여러 집기는 대표님의 소장 컬렉션과 월(WOL) 제품으로 아름다운 찻자리를 내고 계신다고요.
맞아요. 김동규 작가님과 월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트레이랑 포크 그리고 유리 다관을 찻자리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에 고민이 됐던 건 알루미늄 금속 상판 위에 또 금속 트레이를 올리자니 이상하진 않을까 싶었거든요. 근데 막상 그렇게 둬보니 아름답기만 하더라고요. 저희만의 느낌을 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유리 다관도 처음엔 고민됐던 이유가 찻잎이 자유자재로 출렁이는 모습이 단아해야 하는 차실에 과연 어울릴까 싶었어요. 보다 더 단아한 분위기여야 하지 않나 했던 거죠. 근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테이블 위에 꼭 연못이 하나씩 떠 있는 것 같다고요. ‘아 이런 흐트러진 모습이 사람들한테 불편하지 않구나’ 느끼게 된 계기여서 저한테도 좋은 경험이었고요.
티룸 입구와 찻자리에서 사용하는 한지도 직접 한지 장인에게 공수해온 거라 들었어요.
4대째 대를 잇고 있는 장지방 한지 장인님께 가서 구매해 온 거예요. 장인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 제작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매장에서 사용하는 건 옻칠 한지로 포이어 공간과 티룸 공간을 살짝 구분 지어주는 용도로 오브제처럼 공간에 크게 걸었고, 찻자리 받침으로도 쓰고 있어요. 옻칠 한지의 그 묘한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맛과 비주얼을 설계하는 방법
‘익숙한 80에 새로운 20을 얹어라’ 그간 여러 디저트 브랜드를 운영해온 대표님의 기획법입니다. 차차이테의 ‘새로운 20’은 무엇인가요?
가장 쉽게는 기존에 있던 과자의 사이즈와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는 것이고요. 그다음으로는 곶감 말이라는 익숙한 메뉴를 타르트에 넣어 곶감 버터 타르트로 만들거나 오랑제트(Orangette)*를 오렌지 필에 화이트 초콜릿으로 코팅해 맛의 변주를 주는 등 익숙한 맛과 모양을 살짝 비틀어 바꾸는 것도 저희만의 새로움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과자뿐 아니라 패키지의 사이즈도 확 줄였다는 건데요. 차차이테 과자는 패키지를 통째로 찻자리에 두어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지는 사이즈로 제작하고 있어요.
*오랑제트 : 오렌지 필에 다크초콜릿을 코팅한 메뉴
차차이테뿐 아니라 스위트 에디션의 전반적인 디저트 레시피와 비주얼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궁금해요.
스위트 에디션에는 메인 셰프 1명, R&D를 하는 셰프 1명 총 2명의 셰프가 있어요. 모두 저와 10년 넘게 함께 한 친구들이에요. 가장 처음 레시피나 비주얼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제가 내면 거기에 맞게 두 셰프가 실질적인 개발에 들어가고요. 그런 다음 한 메뉴를 다양한 레시피로 만들어 저한테 가져오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더 나은 맛을 골라내고요. 제가 맛을 가려내지 못할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손이 덜 가고 지속적인 운영이 더 쉬운 걸로 가자고요. 왜냐하면 고심해서 맛보는 테이스팅에서도 맛을 못 가려내면 일반인도 못 가려 낸다는 얘기인데 이런 부분에서는 더 효율적인 방향을 선택하는 게 맞죠. 괜한 수고스러움이나 비용을 쓰게 될 테니까요.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저희는 특히나 맛을 잡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디저트 메뉴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비주얼, 맛, 질감, 포장’ 이 네 가지 요소를 꼽은 바 있어요. 콘디토리 오븐과 카라멜리에 오, 차차이테 모두 딱 봐도 마찬가지로 패키지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는 게 느껴져요.
차차이테 패키지의 경우 모든 걸 처음부터 하려고 하지 말고 시장에 나와 있는 것에 우리만의 요소를 하나 얹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희는 굉장히 작은 브랜드로 시작하는 거고 지속 가능할지 아직 알 수 없는 단계이기 때문이 크죠. 그래서 저는 차차이테 패키지 키워드를 소개할 때 ‘스타일링’이라고 말해요. 그래서 과자를 넣어 파는 유리병도 기존에 있던 유리병에 샌딩 작업을 거쳐 저희만의 터치를 입혔어요.
작은 브랜드일수록 소통이 중요하잖아요. 디렉터로서 팀원들과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피드백을 줄 때 굉장히 세심하게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내가 팥을 안 좋아하니까 맛없어’ ‘그냥 내 취향이 아니라 별로야’ 이런 피드백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해요. 디자인 크리틱이랑 비슷해요. 디자인이 왜 안 좋은지 설명을 할 수가 있어야 그냥 이상하다고 하는 건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 아니거든요. ‘이건 너무 맛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는 조금 과한 면이 있어’ ‘맛이 조금 부족한데 소금이 살짝 들어가면 나을 것 같지 않아?’처럼 명확해야 해요. 그래야 이 친구들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죠. 이런 코멘트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사실 디렉터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푸드 업계에서 20년 넘게 예민한 감각을 유지한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책을 정말 많이 봐요. 옛날 잡지도 자주 들춰보고요. 종종 그 안에서 감각의 힌트를 얻곤 하죠. 서점도 자주 가고요. 그리고 외식업이 아닌 공간에 가는 걸 좋아해서 박물관, 갤러리나 패션숍을 자주 가요. ‘아 요즘은 이런 공간도 있구나’ 하면서요. 경험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돈으로 사업 망해본 경험도 중요하고, 좋은 걸 돈 써서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기반으로 연구하고 공부한 다음 오마주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더 좋을 것을 만들어 내면 비로소 제 것이 된다고 생각해요.
스위트 에디션이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차차이테 슬로건이 ‘찻자리의 작은 호사’인 것처럼 저희의 디저트와 함께 사소하지만 마음은 넉넉해지는 호사로운 기분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디저트는 삶의 끝을 달달하게 만드는 소중한 순간이다.
– 알랭 드 보통
스위트 에디션을 통해 바라보는 대표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선물용 디저트 없냐고 엄청 물어보시거든요. 백화점에서도 입점해서 판매할 좋은 선물 세트 없냐고 묻고요. 근데 선물용 디저트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란 쉽지 않아요. 아예 서울 하면 떠오르는 클래식 브랜드가 되던지, 대충 편하게 집어가서 지인들 선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던지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참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저의 최종 목표라 하면 외국인들이 서울에 놀러 왔다가 기념품처럼 사 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스위트 에디션 디저트들을 면세점에서 입점시키고 싶고요. 근데 이 또한 쉽지 않아요. 유효기간 유통기한도 제어해야 하고 외국인들을 사로잡을 만큼 맛도 뛰어나야 하고요. 이런 것들을 조금씩 헤쳐 나가 봐야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