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 시장의 팬톤이라 불리는 브랜드, 오드포뮬라

창작자의 언맷니즈를 공략하다

방구석 도예가, 도린이, 초보 도예가, 입문자들도 쉽게 색을 낼 수 있는 유약 브랜드를 소개한다. 유약 시장의 팬톤을 꿈꾸는 오드포뮬라를 만나보자.

유약 시장의 팬톤이라 불리는 브랜드, 오드포뮬라

도자기에 색을 붙이기 위해서는 유약이 필요하다. 흙으로 빚은 도기 위에 코팅하듯이 붙인 유약은 고온의 가마를 견디고 소성되어 색을 낸다. 이를 위해서는 황금 비율이 필요하다. 전문 분야인만큼 도예 대가들에게는 각자만의 노하우가 존재한다. 반면 도예 전공자와 일반인 입문자에게 유약 만들기란 쉽게 넘기 어려운 허들이다. 물감처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유약은 없을까? 이러한 블루오션을 캐치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오드포뮬라(Odd Formula)다. 물론 도자기 유약을 판매하는 국내외 브랜드는 이미 존재했다. 오드포뮬라가 이들과 다른 점은 바로 색을 체계화 했다는 점. 무려 270가지의 유약 색상을 개발해 각각 고유의 코드를 부여했다. 창작자가 원하는 색상의 유약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드포뮬라 신가은 대표와 줌 인터뷰를 나눴다. 유약 시장의 팬톤(Panton)이 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Interview

신가은 오드포뮬라 대표


유악 시장의 팬톤이 되다

미국의 색채 연구 회사 팬톤(Pantone)에서 영감을 얻어 다채로운 유약 색상을 체계화 한 오드포뮬라

오드포뮬라를 창립하게 된 배경이 유약을 구매할 때 겪은 불편함 때문이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지 궁금했어요.

맞아요. 도예 전공을 하면서 경험했던 개인적인 불편함이 시작이었는데요. 지금이야 도재상도 세대 교체가 되면서 세련된 곳이 많아졌는데 불과 3, 4년 전까지만 해도 도자기 재료를 구입하는 방식이 굉장히 보수적이었어요. 예컨대 웹사이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 주문만 받는다거나 정확한 가격 체계 없이 시가로 책정하거나, 구매하고 싶은 색상을 뉘앙스로만 전달해야 했어요. 전공자 입장에서도 재료를 구하는 허들이 너무 높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문제는 뉘앙스로 안료를 구매해 만든 유약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인데요. 자신이 공들여 만든 레시피이니 자산이라고 여길 수밖에요.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동시에 도예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게다가 도자기는 한 번 굽기까지의 사이클이 한 달에서 세 달 정도 걸리는 만큼 색을 확인하려면 물리적으로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요. 오랜 시간 매진했는데 내가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심지어 색이 자기 위에 붙지도 못할 때도 있어요. 너무 허탈하죠. 그래서 물감처럼 유약을 골라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창작자의 언맷니즈(unmet needs)가 충분한 시장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한 모멘텀도 있었을까요?

대학원 재학 중에 공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도예 공방 ‘싱가’를 운영하게 되었는데요. 컬러리스트 국가자격증 취득한 걸 바탕으로 60가지, 100가지 초록색을 내는 도자기 클래스를 연 적이 있어요. 이때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창작자는 물론이고 도예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색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었던 거죠. 그래서 팬톤처럼 다양한 색의 레시피를 체계화해서 제공하면 시장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을 오드포뮬라가 대신해 주는 것과 다름없기도 해요. 하지만 수요가 분명히 있으니 망설일 필요는 없었어요. 문제는 용량이었죠.

100ml와 300ml 용량 두 가지 라인을 갖춘 오드포뮬라의 유약 제품

용량이요?

기존 유약은 물감처럼 짜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요. 도자기에 유약을 바를 때 주로 20~30L 용량에 담가서 바르는 ‘담금 시유’의 경우가 많아요. 이를 위해 큰 용량 단위로 판매하고 가격도 높다 보니 여러 가지 색상을 구비하기 쉽지 않죠. 아무리 많아도 7~10개 정도? 이 숫자도 정말 많은 거예요. 오드포뮬라가 100ml와 300ml 두 용량으로 판매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데요. 특히 100ml 유약은 일반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써 봤으면 싶은 마음에 개발했어요.

원래는 미국 유약 회사인 던컨(Duncan)에서 100ml 유약을 판매했었는데 메이코 컬러(Mayco Colors)에 인수합병되면서 100ml 용량 제품이 사라졌어요. 그 빈자리를 오드포뮬라가 채우고 있는 거죠. 저희에게는 효자 상품이에요. 100ml 유약을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어 재구매할 때는 300ml를 구매하시거든요. 300ml 용량의 유약은 핸드크림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의 전략을 차용했는데요. 기존에 판매하는 500ml 혹은 1L 용량의 유약은 전공자에게도, 일반인에게도 많은 용량이거든요. 지나친 용량에 대한 심리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나 지나친 용량으로 구매를 망설이거나 후회하는 경험을 줄이기 위해서 말이죠.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다

오드포뮬라가 업데이트 방식으로 색상 공개를 택한 건 지속적인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브랜드 전략이다.

앞선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과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고민도 엿보이는데요. 오드포뮬라가 공개하는 유약 색상이 점차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면서요.

오드포뮬라는 현재까지 270가지 유약의 색상 레시피를 개발했어요. 그중에서 60가지 색상만 공개했고요. 공개 색상을 점진적으로 증가한 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함이었는데요. 한 번에 모든 색을 공개하기 보다 업데이트를 통해 색을 늘려가면 지속적으로 팔로우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는 계절이나 시즌에 맞춰서 색상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팬톤(Panton)이 매해 연말에 내년도에 주목할 ‘올해의 컬러’를 공개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오드포뮬라는 300ml 기준 유약의 가격을 12,900원으로 통일했다. (사진. 오드포뮬라 홈페이지 캡처)

300ml 유약의 가격을 보니 12,900원이더라고요. 얻기 어려운 색상도 분명 있을 텐데 가격이 일괄적으로 통일된 이유도 궁금했어요.

국내 도재상에서 유통되는 유약들, 해외에서 판매하는 유약들을 보더라도 만 원에서 1만 8천 원 안에서 형성되어 있더라고요. 이를 참고한 부분도 있고요. 안료 자체가 워낙 고가라서 아무리 공장에서 직접 가져온다고 해도 가격을 쉽게 낮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용량을 작게 만드는 걸 선택했죠. 물론 손해를 보는 가격은 아니지만 그만큼 공수가 드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그럼에도 이 용량을, 이 가격대로 설정한 건 고관여자인 소비자가 한 번 마음에 들면 도자기를 만드는 일의 특성상 한 달 혹은 두 달 주기로 재구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오드포뮬라를 준비하면서 다짐한 게 ‘하루에 한 명 꼬시기’였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오드포뮬라의 유약을 소비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점점 규모가 커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기존 시장을 과점해 온 브랜드의 눈총이나, 경쟁 브랜드의 경계는 없었어요?

글쎄요. 아직까지 오드포뮬라가 그들과 비견될 정도의 몸집을 지는 건 아니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유약의 색상을 다루는 건 또 다른 영역이라 포지션이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상생하는 구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경쟁 브랜드 또한 색을 다루는 부분이 확연히 달라서 크게 부딪히는 건 아니지 싶어요.

컬러 레시피, 그 비법은?

오드포뮬라가 제작한 유약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유약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안료인데요. 오드포뮬라 유약을 만들기 위한 안료는 1,300도에서 한번 소성하여 사용해요. 어떤 온도대에 도자기를 굽더라도 혹은 어떤 소성 방식으로 굽더라도 색이 안정적으로 발색 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에요. 아울러 바르는 유약의 텍스처가 헤어젤처럼 발리거든요. 이러한 발림을 위해서는 유약이 지속해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요. 기존 유약들을 자세히 보면 파우더랑 물이 거의 침전되어 있어요. 이걸 어떻게 부유시켜야 할 지 고민이 많았죠. 논문 검색도 많이 했고, 주변에 관련 지식이 있는 분들의 도움도 많이 얻었어요. 운이 좋게도 침전물을 부유하게 해 줄 수 있는 물질을 미국의 한 회사에서 찾을 수 있었고 이를 공급 받아 지금의 유약을 개발할 수 있었어요.

오드포뮬라 유약의 독특한 텍스처

오드포뮬라는 다양한 색을 지닌 유약을 소개하고 있잖아요. 유약의 색은 어떻게 만드는건지도 궁금해요.

우선 유약의 기본 재료인 안료는 광물로 만들어요. 어떤 광물이냐에 따라서 색이 다르죠. 예컨대 파란색은 코발트(Cobalt), 노란색은 프로세오디뮴(Praseodymium), 빨간색은 산화철(Iron Oxide)로부터 나오는거죠. 이렇게 색의 근원이 되는 광물을 빻아서 안료를 만들고, 이 안료들을 혼합해서 여러 색채를 만드는 원리예요. 오드포뮬라는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바탕으로 컬러 레시피를 만들어요. 정밀 저울로 0.01g씩 색과 색 사이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색을 테스트하죠. 이렇게 만든 컬러 시스템은 색깔별로 구분하기 위해 기호를 부여했는데요. 예컨대 YB124AA, YB124BA, YB124CA 등 이런 방식으로 색을 구분하거든요. 가장 앞에 붙은 Y는 노랑색을, B는 파랑색을 말하고요. 124는 124번째 색상임을 뜻해요. 뒤에 붙은 영문자 AA, BA, CA 등은 같은 노란색이라고해도 프로세오디뮴이 아닌 다른 광물 원료에서 추출한 노란색임을 말해주는거죠.

가장 만들기 까다로운 혹은 어려운 색은 어떤 색이에요?

아무래도 채도가 높은 색들이 만들기 어려워요. 유약을 바르고 식기로 쓰일 정도의 도자기로 구우려면 온도가 훨씬 높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만큼 색이 날아갈 가능성도 높아요. 그래서 유약을 만드는 비율도 중요했지만, 유약이 흙에 잘 달라붙을 수 있는 가마 온도대를 정하는 것도 큰 숙제였어요. 소성 온도에 미치지 못하면 가루가 되어서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녹아버리면 녹아 흘러서 용암처럼 바닥에 붙어버리거든요.

오드포뮬라 테스트 피스의 시편 가이드.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발림 정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색 발림을 보여주는 ‘테스트 피스’도 눈길을 끌어요. 디자인도 흥미롭고요. 이는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컬러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요?

테스트 피스는 명함 모양으로 디자인했어요. 각각이 색깔들이 마치 명함처럼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명함 사이즈로 제작했어요. 그리고 똑같은 색이라도 명도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잖아요. 예컨대 개나리색이어도 연하게 보면 버터색처럼 보이기도 하고, 진하면 샛노랑으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옆으로 갈 수록 발림의 정도에 따라서 색깔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허들 없는 창작 생활을 꿈꾸다

신가은 대표가 연 공예 공방에서 진행한 클래스 ‘초록색 수업’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 모습

오드포뮬라는 결국 나만의 노하우를 공개한 셈이잖아요. 독점 형태로 시장에 자리 잡는 편이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훨씬 이득 아닌가요?

오드포뮬라는 중간자의 역할을 한다고 봐요.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도예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 할 줄 아는 작업이지만 귀찮게 생각될 수 있는 이 작업 과정을 대신해주는거죠. 그래서 전공자분들 말고도 오히려 취미로 공예를 접하시는 분들이 더욱 쉽게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면 공예라는 산업의 전체 파이도 커질 거라고 믿어요.

공방을 운영하면서 수강생분들 중에 전공자 보다 훨씬 잘 만드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 오드포뮬라의 유약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작품을 보다 쉽게 만들고, 이를 계기로 공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된다면 그 가치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깊어질거라고 봐요. 예를 들어 뮤지엄 숍을 가보면 컵 하나에 7, 8만원 정도 하잖아요.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이 돈을 주고 살 바에 다이소에소 2,3 천원대의 가성비 컵을 사겠죠. 하지만 한 두번이라도 직접 내 손으로 컵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안에 담긴 가치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오드포뮬라가 공예 시장의 범주가 넓어지는데 관여할 수 있지 않을까 보는거죠.

오드포뮬라 유약 중에 가장 인기 많은 색상도 궁금하네요.

보라색을 띈 ‘RB56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많죠. 저도 보라색을 좋아해요. 만들기 가장 어렵거든요. 실제 가마에서 구우면 쉽게 얻기 힘든 색상이라 기존 도재상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워요. 시중에 있는 도자기 중에서 보라색이 많이 없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죠.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도 저와 다르지 않았던거예요. 초록색 계열도 인기가 많아요. 특히 아이스크림 메로나처럼 키치한 연두색을 가진 유약이 시중에는 없어서 많이들 찾으시는 제품이에요.

가장 최근 개발한 새로운 색상의 유약이 있다면요?

7월과 8월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여름이잖아요. 오드포뮬라에 아직 없는 색상이 녹음 지는 진한 초록색이거든요. 지난 7월 1일 ‘캄 그린(Calm green)’ 색상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