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가 100년 넘은 옛 서울역에 펼친 다감각적 몰입의 세계
디스트릭트 창립 20주년 특별전 〈reSOUND: 울림, 그 너머〉
디지털 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 창립 20주년 특별전이자 첫 아트 프로젝트인 〈reSOUND: 울림, 그 너머〉전이 문화역서울284에서 8월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스트릭트의 신작을 포함해 국내외 크리에이터 6팀과 협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895년 12월 28일 파리 그랑 카페의 인디안 살롱, 흰 벽을 마주보고 앉은 30여 명의 사람들은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오귀스트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로 촬영한 〈기차의 도착〉의 첫 유료 상영회 현장이었다. 2020년, 삼성역 코엑스 아티움 전면에 위치한 케이팝 스퀘어에 송출되는 퍼블릭 미디어아트 ‘WAVE’를 보고 최초의 영화를 관람한 파리지엔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이처럼 ‘WAVE’를 비롯해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실감 나는 비주얼 콘텐츠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스트릭트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되는 〈reSOUND: 울림, 그 너머〉전이다.
이번 특별전은 고유한 디지털 경험의 영역을 개척해 온 디스트릭트의 새로운 시도이다. 기존의 여정을 이어가며 보다 많은 대중과 교감하기 위해 폭넓은 문화예술 협업을 감각적으로 담아낼 플랫폼 ‘디스트릭트 아트 프로젝트(d’strict Art Project)’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프로젝트인 것. 디스트릭트의 대표 작품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6팀과 협업한 작품들이 100년이 넘은 옛 서울역사에 펼쳐진다. ‘멀티센서리’를 콘셉트로, 대규모 인스톨레이션, 전방향 4D 사운드, 시네마틱 비디오, 키네틱 사운드, 인터렉티브 아트, ASMR 등을 활용한 작품들이 다감각적 몰입을 선사한다.
문화역서울284에 펼쳐진 몰입의 세계 8
디스트릭트는 건물 전체 8개의 공간에 다양한 범주의 작품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미지의 시공간을 능동적으로 탐험하도록 한다. 상대성 이론을 공간으로 표현하거나 곤충의 시점에서 바라본 자연 등 상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디스트릭트의 디지털 미디어아트
파도, 미술사의 흐름, 물리학적 이론의 공간
가장 먼저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서 마주하는 것은 디스트릭트가 독자적으로 준비한 전시이다. 그중 디스트릭트 특유의 압도적 몰입을 선사하는 몰입형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OCEAN’이 펼쳐진다. 광활한 파도를 느끼게 하는 강렬한 사운드는 영화, 무용, 연극, 현대미술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음악가 장영규 음악감독과 협업해 탄생했다.
‘FLOW’는 올해 초 런던 아우터넷(Outernet)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아우터넷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해상도 LED 스크린을 보유한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공간. ‘FLOW’는 미술사의 흐름을 담은 초현실적 메가 아트 퍼포먼스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것이다. 생동감을 더하는 ‘FLOW’의 사운드는 호주 출신의 작곡가 트라스탄 바튼과 협업했다.
디스트릭트 내·외부, 국내외 다학제적 전문가들과 함께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모델을 제시하는 오픈 유닛의 첫 번째 작품 ‘ECHO’도 공개된다. ‘ECHO’는 블랙홀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 스케이프와 라이팅 시스템으로 구성된 키네틱 사운드 작품이다. 미국 MIT, 영국 브리스톨 대학, 스튜디오 꼴, 뉴미디어 작곡가이자 아티스트 콜렉티브인 oOps.50656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블랙홀, 도플러 효과, 일반 상대성 이론 등 물리학적 이론을 공간적으로 표현하는데, 기대해도 좋다.
모놈의 4D 사운드
소리로 세운 미지의 세계
중앙홀 오른편의 3등 대합실에서는 모놈(MONOM)의 신작 ‘Imagined Worlds’를 만날 수 있다. 독일 펑크하우스(Funkhaus) 베를린에 위치한 모놈은 예술가, 기술자, 공연자들로 구성된 선구적인 공간 음향 콜렉티브. 4D 사운드를 통해 공간 사운드를 예술적 매체로 탐구하며, 혁신적인 공간 사운드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들이 시각적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무지향성 4D 사운드 작품을 통해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청각에만 오롯이 집중하며 다른 차원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야콥 쿠즈크 스틴센의 환경스토리텔링
곤충의 시점으로 원시림을 체험하다
3등 대합실 건너편에는 1, 2등 대합실이 있다. 그곳에 펼쳐진 것은 자연과 심리를 탐구하는 ‘환경 스토리텔링(environmental storytelling)’ 작품으로 주목받아 온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야콥 쿠즈크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이 창조한 낯선 원시림의 세계 ‘Catharsis’.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아름다움을 곤충의 시점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필립스튜디오의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
촉감에 반응하는 벽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필립스튜디오(Fillip Studios)는 아티스트 루스 미어맨(Roos Meerman)과 톰 코드비크(Tom Kortbeek)가 설립한 네덜란드의 아트 &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하며 이를 탐색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귀빈예빈실에는 필립스튜디오의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 작품인 ‘Tactile Orchestra’가 설치되었다. 부드러운 털로 덮인 벽을 쓰다듬고 만지면 촉각에 반응해 음악이 흘러나온다. 관람객들이 함께 벽을 터치하며 다채로운 소리를 발견하고 연주하는 ‘집단적 창작 경험’을 제공한다.
쏘쏘의 디지털 경험 디자인
온몸으로 느끼는 텍스트
역장실에는 미국 보스톤과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구축하는 디지털 경험 디자인 스튜디오 쏘쏘(SOSO)의 ‘Seated Catalog of Feelings’가 놓여있다. ‘Seated Catalog of Feelings’는 미국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멀티센서리 작품으로, 헤드폰을 쓰고 의자에 앉으면 바닥에 투사된 텍스트와 연동되는 진동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의 정서에 맞게 변환된 90가지가 넘는 카탈로그로 작품이 구성되었다.
인영혜와 미니유의 ASMR 스컬프처
부드럽게 감싸는 재충전 세계
기능과 매체를 벗어난 소프트 스컬프처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인영혜 작가와 한국 최초 ASMR 아티스트 미니유가 만났다. 귀빈실에서는 두 작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Floating Mind’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소프트 스컬프처에 lo-fi ASMR 사운드를 더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아를 성찰하며 나의 내면과 다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부드러운 조각들과 소리로 감싸인 재충전의 시공간을 경험해보자.
작품 관람 외에도 아티스트 토크, 디지털 요가와 조향 클래스, 일렉트로닉 뮤지션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는 “시각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던 디스트릭트의 새로운 도전”이며,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시각예술 중심의 경험을 공감각적으로 확장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며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이번 전시가 지닌 의미에 대해 전했다. 한편 전시장인 문화역서울284는 르네상스풍의 절충주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다. 공간이 지닌 역사성과 아름다움 등을 떠올리며 감상하면 작품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감각 세계의 문을 열게 해주는 디스트릭트의 이번 특별전은 8월 25일까지 진행된다.
디스트릭트 아트 프로젝트(d’stirct Art Project)
〈reSOUND: 울림, 그 너머〉
일정 6월 21일 – 8월 25일
운영 시간 11:00 – 19:00, 월요일 휴관
장소 문화역서울284 (서울시 중구 통일로 1)
주최·주관 디스트릭트코리아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