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손길 닿은 자연 속 스테이 3

건축가의 공간에서 즐기는 여행지에서의 하루 조천욕장, 코스모스, 유원재

자연을 바라보는 건축가의 시선이 오롯이 담긴 국내 스테이 세 곳. 제주 바다와 울릉도의 장엄함, 그리고 충주 자연의 산세가 함께 하는 곳.

건축가의 손길 닿은 자연 속 스테이 3

진정한 럭셔리는 자연이라는 말이 있다. 값비싼 호텔이나 휴양 시설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일상으로부터 떼어 내고 자연의 온전함에 몸을 맡기는 것. 자연의 호흡에 맞춰 숨을 가다듬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이 주는 호사를 만끽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럭셔리 아닐까. 지난 ‘건축가의 손길 닿은 자연 속 카페’ 편에 이어 여행의 계절 여름에 어울리는 ‘건축가의 손길 닿은 자연 속 스테이’ 편을 준비했다. 여느 공간과는 다르게 여행지에서의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을 보내는 곳. 그래서 인간의 생활에 더 맞닿아야 하는. 그러나 너무 일상적이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가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마다 자신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설계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생각하며 공간을 살펴보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올여름 많은 이들이 자연 속 스테이를 즐기길 바라며 건축가의 손길 닿은 자연 속 스테이 세 곳을 소개한다.

조천욕장 (朝天浴場)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by 아틀리에 이치(Atelier ITCH)

높다랗고 시끌벅적한 관광지 호텔에서 보는 바다 뷰와는 다르게 사람 냄새나는 작은 바다마을의 조용한 바다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위안을 건네는 바다와 최소한의 호스피탈리티를 즐길 수 있는 조천욕장은 아침에 뜨는 해를 맞이하기에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조천의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다 앞쪽으로는 땅에서 담수가 솟아난다. 건축가는 여행지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을 보내는 ‘스테이’라는 공간은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했다.

건축가는 조천의 바닷가가 품고 있는 ‘물’이라는 요소에 집중했다. ‘몸을 씻는 것’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행위지만 몸을 재정비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를 풀어주는 강력한 힘을 가진 행위라고 생각한 것. 조천욕장은 4.5평씩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욕장이다. 3층을 바다가 전경으로 보이는 욕장, 2층은 침실, 1층은 주방으로 구성했다. 또한 건축가는 수직적 형태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자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으로만 열리도록 의도했다. 바다를 향하는 곳과 빛을 받아들이는 곳만 열어둔 채 나머지 공간은 외부와 완전한 단절을 이루었다. 오롯이 자연과의 밀회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바다의 색을 닮은 일렁거리는 빛의 타일로 마감하고, 천장에 거울 소재를 통해 물과 빛의 일렁임, 그리고 수증기와 물방울이 반사돼 몽환적이고 몰입감 있는 샤워 경험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욕조의 물은 용천수의 물이 솟아나는 개념에서 착안해 기포가 솟아오르는 욕탕으로, 샤워는 좌식 샤워 공간과 해바라기 샤워 두 가지를 모두 구비했는데 이는 솟아나는 물, 쏟아지는 물, 담겨있는 물, 바라보는 물 등 다양한 물의 움직임을 통한 감각이 풍족해지는 샤워 경험으로 노곤한 여독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의도를 담았다.


코스모스 (KOMOS)

울릉도 북면
by 더 시스템 랩

ⓒ김용관

우리나라지만 살면서 몇 번이나 갈지 잘 모르겠는 울릉도에 한 번쯤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울릉도는 대한민국의 도서지역 중 원시적인 자연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건축가는 울릉도 송곳산 부근의 자연경관을 마주한 순간, 이 대지 위에 건축물을 설계하기 보다 자연을 담는 그릇을 만들고자 했다. 코스모스 리조트는 자연을 담는 동시에 우주 속 자연 현상을 관조하는 일종의 천체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고. 코오롱 그룹이 의뢰한 해당 건축물의 프로젝트명 코스모스 또한 이러한 맥락에 기인했다. 오픈 때부터 화제였던 이곳은 세계 럭셔리 호텔 어워즈에서 2년 연속 ‘럭셔리 빌라 리조트’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고, 세계의 아름다운 건물 20개 중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용관

절벽 위 바다와 맞닿아 있는 코스모스. 유려한 곡선미와 건축물 뒤편의 송곳산과 경치가 어우러져 웅장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통상 기(Energy)라고 부르는 자연의 흐름 속에 조화롭게 머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공간에 머무르는 이들을 위한 최선의 설계였다고 말하는 건축가. 천문 기상대 컴퓨터의 도움으로 관측한 해와 달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궤적을 고려해 코스모스 리조트의 기본 형상을 창조했다고. 부지를 둘러싼 신비로운 자연 현상들과 조우할 수 있도록 여섯 개의 소용돌이형 가지를 구조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각각의 여섯 소용돌이 가지는 그 안에서 체류하는 인간과 자연을 기의 흐름 안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으며 객실의 마감재, 향, 공간의 구성까지 객실마다 차별화된 콘셉트로 설계해 다양성과 개성을 부여했다.

ⓒ김용관
ⓒ김용관

유원재 (YUWONJAE)

충청북도 충주
by 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

충북 충주의 온천 관광지인 수안보에 자리한 유원재. ‘하루 동안 정원을 바라보며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객실별로 프라이빗 정원을 갖추고 있다. 고요한 공간에서 잡념은 잠시 잊고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스테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 규모로 설계된 이곳은 객실, 카페, 레스토랑, 노천탕 등의 시설을 갖췄다.

또한 건축가는 마을의 구조를 재해석해 유원재 로비와 복도 그리고 객실을 회유하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마을 어귀에서 골목길과 집, 동네의 풍경을 내부로 관입하고, 각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집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유원재의 각 객실은 다양한 평면과 공간 형태를 지니고 있다. 손에 닿는 마감재와 가구는 장인들의 가구로 제작해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고, 본관과 중정을 잇는 곳에는 연못을 만들어 스테이에 머무르는 동안 물이 흐르는 소리를 연출했다. 자연 속의 호사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 아닐까.

객실은 한옥과 서원의 배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한 칸, 한 칸 이어지는 구조로 여행의 기분을 한껏 고조시킨다. 한국 전통 주거형태와 같이 단층으로 계획해 계단이나 단차가 전혀 없으며, 모든 동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객실은 개인 정원의 조경과 온천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돌담으로 공간을 나누었고, 꾸밈없이 원초적인 모습에 가깝게 채운 개인 정원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나무들의 잔향과 담너머 시냇물 소리, 처마 뒤로 펼쳐진 완만한 산세. 유원재는 심도 있는 휴식의 경험을 공간적 체험으로 구현하기 위해 건축, 인테리어, 조경, 조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완성했다.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 세상과 단절된 하룻밤의 경험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안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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