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손길 닿은 자연 속 카페 3
건축가의 공간에서 즐기는 커피 타임
건축가의 손길에서 탄생한 자연 속 카페를 소개한다. 치밀한 설계 아래 사람, 공간, 자연이 하나가 되는 곳으로, 오롯한 휴식을 제공한다.

우리의 일상 속 메마른 감각을 채워주는 공간만이 살아남는 시대. 카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카페가 오픈했다는 소식에 ‘이 공간은 어떤지 볼까’ 하고 둘러보면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인테리어들뿐. 우리의 휴식 시간은 귀하고 소중하다. 카페를 가더라도 공간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공간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건축가의 의도된 설계, 견고한 미감, 그리고 외부의 자연을 공간 안에 불러들이는 치밀한 계산까지. ‘사람’과 ‘공간’ 그리고 ‘주변 환경’의 삼박자를 고려해 완성한 공간에서 즐기는 시간은 보다 값지게 느껴진다.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며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자연 속 카페 세 곳을 소개한다.
보리 카페(Voree Café)
전라남도 영광군
Archihood WXY

카페 보리는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라는 서해안의 해안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방 도로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카페다. 건축가가 이곳에 설계를 위해 처음 방문했을 때 도로 밑의 야트막한 경사지는 하얀 눈에 덮여 있었고, 새봄에 있을 보리 파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해안 도로변에 서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은 흔히 알던 서해안의 해수욕장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건물 초입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늘어선 콘크리트 벽이 마치 복도처럼 서 있는데 이는 건물이 두 개로 나누어지면서 생긴 사잇 공간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지에는 두 가지 용도 지역의 경계선이 가로지르고 있고, 미래 사업 계획의 유연성을 위해 용도 경계선을 따라 건축물을 자연스레 둘로 나누었다. 건축가는 이 경계 지역을 공간의 메인 스폿으로 잡고 이 길을 통해야만 건물로 진입하게끔 의도해 코너를 도는 순간 보리밭 너머 서해바다를 맞이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또한 건축가는 이곳을 단순 카페라기 보다 보리밭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해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완성했다. 바다를 면하는 전면으로는 긴 창을 배치하고, 대지의 경사를 실내로 끌어와 두 개의 바닥 레벨로 나누었다. 또한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찾기보다 공간에 적절히 융화되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함으로써 공간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타임투비(Time to B Café)
경기도 용인시
NONE SPACE


첫 미팅에서 클라이언트의 요청은 ‘사람을 건강하게 세상을 행복하게’라는 슬로건이었다. 다른 교외 카페들처럼 단순히 매출 극대화의 브랜드가 아닌 카페 사관학교, 컨설팅, 치유와 회복의 공간 사업 등을 통해 세상에 선한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는 공정무역, 친환경, 비건 등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의 니즈와 정확하게 부합했다. 그에 따라 ‘착한 캠페인’, ‘친환경 소재’ 등 진정성 있는 행위를 통한 지속 가능한 브랜드라는 목표로 이어졌으며, 단순히 재활용 컵, 종이 빨대와 같은 개념에서 벗어나 ‘No Take Out’ 이라는 혁신적인 문구로도 이어졌다.
‘No Take Out’, ‘No Plug No Wi-fi’.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당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이다. 일상의 편리함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 그 순간의 의미 있는 가치를 우리 삶으로 끌어오고자 했다. 단편적으로 편집될 순간을 위한 일회성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시간 속에 현재 하는 것들을 사유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세월이 지나 켜켜이 쌓인 흔적들은 개인의 역사와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간은 ‘자연’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 그 사이에 접점이 되어 하나의 장소가 된다. ‘실재’하는 자연의 시간을 공간적으로 해석하여 다양한 시퀀스와 시선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흙을 소재로 한 ‘벽돌’은 시간성과 지속성을 내포하는 재료다.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있고 쉽게 변하지 않는 내외부의 주재료로 사용하여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를 전달했다. 벽돌로 외부로 감싸고 일부 내부에 분열된 벽돌을 통해 보이드 한 공간을 연출했다. 이는 실재적인 빛의 움직임을 담아내어 시간의 변화에 따른 현상학적인 리듬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공간에 들어서기 위해선 자연 속의 길을 지나는데 물 위의 제한된 동선을 의도했고, 마주한 넓은 출입구를 통해 확장된 공간 경험을 유도했다. 대지와 수평적으로 이어진 내부 1층은 땅의 자연과 연장선으로 계획되었다.
논 스페이스 카페(NONSPACE Café)
경기도 이천시
On Architects Inc.

벼농사, 꽃 농사로 유명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천의 한 지역 마을을 실험적인 교차 문화시설로 제안한 프로젝트다. 입구 교차공간에 들어서면 변화무쌍한 하늘과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바닥의 틈새를 통해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물은 단순히 보기 위한 시각적 장치를 넘어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내부에서는 마주 보는 두 면으로 나누어진 서비스 공간을 볼 수 있고, 물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돌이 가득한 풍경과 함께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하는 또 다른 보이드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볏짚을 이용한 노출 콘크리트 시공은 마치 짚으로 엮은 공간에 들어온 듯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콘크리트 타설 전 슬라브 거푸집 위에 볏짚단을 깔고 콘크리트의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물을 흠뻑 적셨다. 볏짚이 콘크리트에 붙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거푸집을 제거하고 다발도 제거해 콘크리트에 붙어 있는 볏짚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짚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