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온 100개의 오리지널 포스터
<100 베스테 플라카테 22>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독일어로 '최고의 포스터'라는 의미를 지닌 베스테 플라카테. 2001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시작된 <100 Beste Plakate>전시는 포스터와 그 안에 담긴 디자인의 사후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일종의 해답을 보여주는 자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럽에서 온 오리지널 포스터를 볼 수 있는 <100 베스테 플라카테 22>전이 진행 중이다. 이를 기획해 온 로호타입의 김기창, 홍슬기 두 디자이너를 만나 올해 전시의 포인트를 물었다.
포스터 디자인에는 수명이 주어진다. 공연, 전시 등 행사 기간이 지난 포스터는 정보 전달의 기능을 잃는다. 그러면 그 포스터는 가치를 잃어버린 것인가? 이후 포스터의 행방은? 지난 2001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시작된 <100 Beste Plakate>전시는 포스터와 그 안에 담긴 디자인의 사후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일종의 해답을 보여주는 자리다.
독일어로 ‘최고의 포스터’라는 의미를 지닌 베스테 플라카테.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서도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받은 포스터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매년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럽에서 온 오리지널 포스터를 볼 수 있는 <100 베스테 플라카테 22>전이 진행 중이다. 두성종이 서초 본사에 자리한 두성페이퍼갤러리에서 오는 9월 24일까지 100종류의 포스터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 신에서는 어느새 연례 행사처럼 자리 잡은 <100 베스테 플라카테>. 이를 기획해 온 로호타입의 김기창, 홍슬기 두 디자이너를 만나 올해 전시의 포인트를 물었다.
Interview with 로호타입
김기창, 홍슬기 디자이너
*공통 답변
이제는 어엿한 연례 행사로 자리 잡다
지난 17년도부터 매년 꾸준히 <100 베스테 플라카테> 전시를 소개 중이세요. ‘포스터’라는 전시 소재가 동일한 만큼 보여주기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올해 전시만의 보여주기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도 매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온 최고의 포스터 100점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소재와 콘셉트 그리고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터 전시 구성이나 전시 그래픽을 다르게 적용해 새로움을 불어 넣고 있어요. 올해는 포스터를 보여주는 게시대의 레이아웃과 전시장의 조명, 전시장 집기를 제작했어요. <100 베스테 플라카테> 전시가 익숙한 관객에게 또 다른 이미지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포스터를 위한 게시대는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에서 제작했더라고요. 이전부터 제로랩과는 꾸준히 협업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이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지도 궁금하더군요.
제로랩 김동훈 실장님과는 앞서 일한 경험들이 있었고요. <100 베스테 플라카테> 한국 전시를 처음 기획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매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전시를 위한 전체 공간은 저희가 구성하지만, 그 안에 필요한 집기나 게시대 제작 등은 제로랩에서 진행해요. 작년 특별전 게시대와 올해 전시의 입구 그리고 게시대 제작을 맡아주셨습니다.
말씀하신 게시대를 유심히 들여다보니까 그 재질이 독특하더라고요?
게시대는 두성종이의 ‘에코판넬보드’라는 종이를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유럽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철판으로 제작한 게시대를 사용해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한국 전시에서도 유럽과 동일하게 철판을 이용해 포스터를 보여줬어요. 하지만 전시가 계속 이어지면서 게시대를 관리하고 보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집기를 제작해 주시는 제로랩과 함께 게시대를 위한 아이디에이션을 거듭했죠. 종이 보드를 활용해 설치와 보관이 수월하면서도 내구성이 있는 게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전시장을 거닐면서 포스터의 위치가 눈높이에서 한참 아래에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감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으까 싶더라고요. 눈높이 아래에 포스터를 위치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게시대 제작 과정에서 유럽에서의 전시에서 선보인 A자형 형태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무엇보다 포스터 판형이 크다 보니 걸어 다니며 편하게 볼 수 있고, 또 안정감을 지닌 위치와 크기에 맞춰 게시대를 제작했습니다. 제로랩도 이러한 결정에 동의를 해주셨고요.
눈높이와 마찬가지로 전시장 내 조명의 위치나 색상도 중요한 요소일텐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조명을 처음으로 바꾸셨다고요.
전시장에 설치된 기존의 주백색 조명을 거둬내고 백색의 주광색 LED 등을 설치했어요. 덕분에 전시장이 뉴트럴 한 느낌으로 변하면서 기존 조명 아래에서 발현되지 못한 포스터의 색상들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국내 전시의 차별점은?
한편 전시 <100 베스테 플라카테>는 독일에서 먼저 열리잖아요. 한국에서의 전시가 지닌 차별점도 있는지 궁금해요.
전시의 의미, 포스터의 카테고리와 크기, 인쇄 기법의 다양성 등 전시를 찾는 관람객에게 포스터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해요. 또한 한국에서는 한국 전시만의 콘텐츠도 진행하죠. 매년 한국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그들의 작업을 알리는 특별 전시를 진행하고, 워크숍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전시와 함께 제작하는 도록에서도 해당 내용을 별도로 보여주고 있고요.
한국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도 궁금한데요. 전시 준비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나요?
약 3개월이 걸려요. 올해 <100 베스테 플라카테>에 뽑힌 100점의 포스터 스틸 이미지를 협회에서 받는 것으로 시작해 6월 독일 베를린에서 첫 전시가 시작되면 협회와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한국 전시에 관해 논의를 시작하죠.
100개의 포스터에 붙는 넘버링의 기준도 있나요?
알파벳순으로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름을 나열합니다. 사실 <100 베스테 플라카테>는 100점의 모든 포스터가 선정작이자 순위가 없기 때문에 넘버링에 큰 의미는 없어요. 도록이나 리플렛 등 정보 사용을 위해 임의로 숫자를 부여하고 있죠.
올해 선정된 포스터에서 보이는 디자인 경향도 궁금합니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포스터들의 특징이 있다면요?
올해는 디자인의 표현적 경향보다 많은 영 디자이너들의 등장이 눈에 띄게 보여요. 5년 넘게 전시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튜디오와 교류하고, 그들의 근황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올해 도록 원고를 정리하면서 디자이너들을 살펴보던 중에 이전에 인턴이었던 사람이 인턴 딱지를 떼고 이제는 한 명의 디자이너로 등장하거나 카테고리 C(학생 작업)에서 두각을 보였던 학생이 카테고리 A(의뢰받은 작업)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디자인: 골든 코스모스(다니엘 돌츠, 도리스 프라이고파스), 국가: 독일, 크기: 100x70cm, 인쇄기법: 실크스크린, 의뢰처: 디자이너, 인쇄소: 올리버 네르리히 지프두르크
올해 가장 눈여겨 본 포스터는?
올해 선정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포스터 디자인도 있으세요?
<Women! Life! Freedom!>. 올해 가장 눈여겨 본 포스터에요. 강한 힘이 느껴지는 제목과 그 힘에 지지 않는 재치 있는 그래픽 일러스트와 색상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각 요소의 시너지가 크게 작용하여 관객들에게 전달력이 강한 포스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래픽 디자인 신에서는 연례 행사처럼 자리 잡은 느낌이에요. 그만큼 필드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전시로 알고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유럽에서 제작된 포스터를 직접 본다는 경험부터 포스터 크기와 색상, 인쇄 기법 등 유럽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그래픽 스타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표현을 많이 해주시더군요.
유럽에서 온 포스터는 한국에서의 전시가 끝난 뒤에 어디로 가나요?
전시가 끝난 뒤 포스터는 저희 스튜디오에서 관리하고 보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관하는 걸 넘어서 한국에서도 <100 베스테 플라카테>의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Information
100 베스테 플라카테 22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기간 | 2023년 8월 25일 – 9월 24일 (주중 10시 – 18시 / 주말 10시 – 19시)
장소 | 두성페이퍼갤러리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23길 41)
주관 | 100BestePlakate e.V.
주최 | 로호타입, 두성종이
후원 | 제로랩
전시 그래픽 디자인 | rojotype (김기창, 홍슬기 디자이너)
게시대 및 집기류 디자인 | 제로랩 (김동훈 디자이너)
사진 | studio PAN (김민혁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