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가 멕시코의 장인과 만나면?

전통 공예로 재탄생한 축구공과 경기장 크래프트 & 스포츠, 위빙 메모리 시리즈

세계 어디에나 오랜 시간 전통을 이어나가는 장인은 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로컬’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장인들은 현지의 감성과 전통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별화를 추구하며 윤리적인 경영을 이어 나가려 노력하는 브랜드들이 늘어가면서 현지 장인들과의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아디다스가 멕시코의 장인과 만나면?

현지 장인 브랜드와의 협업

세계 어디에나 오랜 시간 전통을 이어나가는 장인은 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로컬’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장인들은 현지의 감성과 전통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별화를 추구하며 윤리적인 경영을 이어 나가려 노력하는 브랜드들이 늘어가면서 현지 장인들과의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사진 출처 design.samsung.com

올해 4월에 열린 세계 최대 디자인 축제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삼성전자는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 내 레카발레리제Le Cavallerizze에서 ‘공존의 미래Newfound Equilibrium’라는 전시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Essential · Innovative · Harmonious’ 세 가지 개념을 바탕으로 한 이번 전시는 사람과 기술이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선보였다.

이 전시에서 주목받은 것은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신기술과 디자인도 있었지만, 그 못지않은 주목을 받은 것은 ‘현지 장인 브랜드와의 협업’이었다. 유럽 세라믹 장인 브랜드 무티나MUTINA, 목재 장인들의 브랜드 알피ALPI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비스포크 제품들은 전시관 내 거대한 토템처럼 자리 잡으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삼성의 디자인이 조화를 꾀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출처 stussy.com

스트리트 패션 대표 브랜드 스투시Stüssy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자 텍스타일 디자이너 니나 모하메드Nina Mohammad가 이끄는 아티산 프로젝트Artisan Project와 더불어 현지 장인들과의 독특한 협업을 이어나가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선보인 두 번째 협업에서는 모로코 여성 협동조합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방식을 이어나가는 장인들이 함께했다.

이들이 협업을 통해 제작한 것은 옷감이나 울 조각을 모아 만든 양탄자인 ‘부쉐루트 러그Boucherouite rugs’로, 제작 과정에서 찢어지거나 얼룩이 생겨 판매가 어려워지게 된 스투시의 티셔츠들과 아틀라스 산맥의 양모를 혼합하여 완성되었다. 스투시는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고, 덕분에 브랜드 및 현지 장인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전통 공예와 스포츠 브랜드의 만남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현지 장인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가고 있다. 전통 공예와 스포츠 브랜드가 만나는 이 독특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끈 곳은 아트 스튜디오 ‘펜타고노 아트Pentagono Art’였다. 2014년 설립된 이 스튜디오는 멕시코 시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의 다양하고 재능 있는 현대 예술가 및 장인들의 네트워크 조성과 더불어 지역색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을 탐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프로젝트를 위해 스튜디오는 푸에블라 Puebla, 오악사카 Oaxaca, 미초아깐 Michoacán 등 멕시코 내에서 공예로 유명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인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두 가지 시리즈가 탄생했다. 하나는 멕시코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축구 정신을 드러내는 ‘크래프트 & 스포츠 Crafts & Sports(공예와 스포츠)’이며, 또 다른 하나는 스포츠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는 경기장의 모습을 장인 기술로 재탄생시킨 ‘위빙 메모리즈 Weaving Memories(기억을 엮다)’다.

‘크래프트 & 스포츠’ 시리즈에서는 히카라*, 탈라베라**, 바로 네그로***, 구리 공예를 포함한 다양하고 전통적인 멕시코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된 매혹적인 공 모양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보자마자 축구공을 기반으로 작업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 독특한 작품들은 멕시코 장인들이 얼마나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 히카라 Jícara: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용되는 컵 또는 대접 형태의 목재 그릇. 뜨거운 초콜릿이나 음료를 담는데 사용되며 과일이나 조롱박 나무 등으로 만들어진다.
** 탈라베라 Talavera: 스페인의 탈라베라 데 라 레이나 Talavera de la Reina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스페인 및 멕시코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도자기 및 공예 기술을 일컫는다.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바로 네그로 Barro Negro: ‘검은 점토’를 뜻하며, 멕시코 오악사카를 대표하는 전통 도자기 공예 기술이다.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장인들이 수많은 시간을 들여 제작한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서 생겨나는 창의적인 시너지와 더불어 기술의 강력한 융합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소재들도 있지만, 점토나 구리와 같은 비교적 친근한 소재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렇게 누구나 알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숙련된 장인들의 손길이 있어야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펜타고노 아트 측은 “이 조각품들은 축구의 열정과 깊은 문화적 뿌리를 압축했습니다”라며, “이 컬렉션은 게임의 예술을 기릴 뿐만 아니라 멕시코 문화 특유의 복잡한 장인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인들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 이들의 설명이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 그 자체인 장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 또한 든다. 축구 팬은 물론이고 예술 애호가들에게도 인상적인 작품이라 여겨진다.


활기찬 스포츠 세계의 융합 ‘위빙 메모리즈’ 시리즈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위빙 메모리즈’ 시리즈에서는 양모 직물을 통해 멕시코 장인의 기술과 활기찬 스포츠 세계가 융합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장인들은 축구, 농구, 테니스, 육상과 같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친숙한 운동 경기의 경기장에 추상적인 도안을 더했고, 덕분에 멕시코 감성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되었다.

장인들이 정성스럽게 수작업으로 완성한 태피스트리에서 주목할 점은 작품 전부가 전통 방식으로 추출한 천연 색소로 염색되었다는 점이다. 코치닐*, 페리콘**, 마루쉬***, 인디고와 같은 천연 색소로 양모를 염색한 후에 색상과 질감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직물을 제작했다. 염료를 만드는 과정부터 이를 태피스트리로 짜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에서 장인들의 독보적인 기술과 뜨거운 노력을 느낄 수 있다.

* 코치닐Cochineal: 선인장에 기생하는 마른 깍지벌레에서 추출하는 염료이며 적색계 동물 염료로 유명하다.
** 페리콘Pericón: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전통 식물로 멕시코 타라곤Mexican tarragon 또는 멕시코 민트 메리골드Mexican mint marigold라고 불리기도 한다. 멕시코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염료 중 하나이며 노란색을 물들일 때 사용한다.
*** 마루쉬Marush: 멕시코 오악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다채로운 녹색을 내는 염료이다.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직물을 제작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단어 ‘엮다’는 감정, 순간이 모여 혼합되는 모습을 표현할 때에도 사용된다. 모든 순간이 모여 하나의 사실이 되는 모습이 실이 엮이면서 직물로 탄생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트 스튜디오가 스포츠 브랜드를 위해 태피스트리 장인들과 협업을 진행한 것도 이런 표현에 기반한 듯하다.

펜타고노 아트 측은 “운동장 주변에서 경험한 열광적인 감정의 융합은 각 실에 배어 있는 역사적인 열정과 맞물려 있습니다”라며 “순식간에 생겨나는 순간들이 전통의 틀에 짜이면서 영원한 기억으로 변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천연염료로 물든 4가지 색의 태피스트리는 멕시코 옛 골목에서부터 세련된 분위기 전시장까지 다양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사람들에게 전통 공예와 스포츠의 만남을 아름답게 느끼게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사진 출처 pentagonoart.com

4개의 공, 4개의 태피스트리를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을 활용했다. 어쩌면 운동 경기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운동 정신을 함께 일깨우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