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뮤지엄 재팬을 향해〉전

지금 재팬 하우스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주목하자. 일본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뮤지엄 재팬을 향해〉전

지금 재팬 하우스 런던에서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뮤지엄 재팬을 향해(Design Discoveries: Towards a Design Museum Japan)〉전이 열리고 있다.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현재 추진 중인 국립디자인박물관 설립을 둘러싼 쟁점과 그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전시 형태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2003년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국립디자인박물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논의의 단초가 되었는데, 20년 가까이 연구와 자료 수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들어 비로소 성과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패션 디자이너 모리나가 구니히코가 선보인 의복 ‘하부라긴’. 가고시마현의 전통 부적을 모아 제작했다.

그 시도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일본 전역의 ‘디자인 보물’을 총망라한 국립디자인박물관 컬렉션을 상상해보는 실험적인 자리로 꾸몄다. 디자인과 건축,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저명한 아티스트 7명이 전국을 여행하며 발견한 디자인 보물을 각자 하나씩 제시했는데, 전시품의 면면이 보물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와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조몬 시대 토기. 건축가 다네 쓰요시가 추천했다.
영화 제작자 쓰지카와 고이치로가 추천한 효고현의 나무 팽이.
디자인 엔지니어 다가와 긴야는 이시카와현을 대표하는 디자인 보물로 ‘소리 야나기 커틀러리’를 골랐다.
일본 럭비 대표팀이 2019년 자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착용한 유니폼. 스포츠웨어 개발에 뛰어든 섬유 디자이너 스도 레이코가 추천했다.

조몬 시대 토기와 효고현의 나무 팽이처럼 전통과 역사가 담긴 것도 있는 반면 스테인리스 식기나 스포츠웨어 같은 소박한 일상용품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물관의 지향점이 디자인을 화이트 큐브의 틀 안에 가두고 작품화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직조하는 디자인의 힘을 깨닫도록 하는 데에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각지를 대표하는 사물이 한데 모여 지역적 다양성을 형성하고, 이것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면 자그마치 1만 년의 시간을 아우르게 된다. 여기에 관람객이 각자의 보물을 기증하는 참여형 방식으로 디자인사의 외연을 더욱 확장했다. 역사와 영토를 아우른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지도를 꿈꾸고 있는 일본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9월 8일까지 이어진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4호(2024.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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