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라이버리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요람
더 드라이버리 한국은 국내 스타트업의 독일 진출을 이끄는 또 다른 스타트업 ‘123 팩토리Factory’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국내 모빌리티 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 우퍼에 자리한 ‘더 드라이버리’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공유 사무실로 알려진 글로벌 기업 ‘위워크’나 국내의 ‘패스트파이브’처럼 개인과 기업에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이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공간을 임대해주는 사업이 전부가 아니다. 더 드라이버리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간의 협업과 교류를 위한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이자 스타트업 사이를 연결해주는 허브이다.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전통적 자동차 산업 강국에서 미래 모빌리티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에는 단비와도 같은 곳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이곳이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법률 자문과 세금 납부, 행정 자격과 정책 검토,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등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허들을 이곳에서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곳에 꼭 스타트업만 자리하는 건 아니다.
현재 더 드라이버리에는 현대 크래들과 혼다, 헬라와 콘티넨탈, 그리고 티어Tier와 베이Vay 등 대기업 사내 벤처 기업부터 부품 공급업체 그리고 소형 및 전기 모빌리티 스타트업까지 130여 개의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약 1만 ㎡에 이르는 더 드라이버리 안에서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한다. 개발자와 테크니션을 위한 전용 업무 공간인 ‘알고리즘 팜’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GPU를 제공하며, ‘항가 18’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자유로운 모임이 가능하다. 또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과 기자 회견이 가능한 ‘미디어 룸’까지 갖춰 입주사들의 편의를 돕는다.
모빌리티 디자이너를 비롯한 실질적인 메이커를 위한 공간도 있다. 목업 제작부터 3D 프린트 실물 제작, 소프트웨어 서비스 적용 테스트 그리고 제품을 전시하고 소개할 수 있는 ‘메이커 가라지 스튜디오’가 그것. 30㎡ 면적의 공간 8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 상층부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뤄지며 아래층에서는 하드웨어 제작을 지원한다. 3D 프린팅, 용접 도구와 장치, 선반 공작 기계와 전압 변화를 확인하는 오실로스코프까지 갖췄다. 개발자가 프로그래밍한 것을 아래층에서 자동차, 스쿠터, 드론 등 모빌리티에 직접 적용해보는 일이나 새로이 개발하는 물리적 테스트가 실시간으로 가능한 셈이다. 즉각적인 적용과 반응을 통해 단시간에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한 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민첩성과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업 고유의 성질을 공간에 반영할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혁신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고 오스람 사내 벤처 라이티파이Lightify를 현장에서 이끌어온 더 드라이버리 CEO 티몬 럽이 쌓아온 숱한 경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그는 더 드라이버리에서 진행하는 온보딩 미팅을 직접 수행하며 새로운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만나고, 적극적으로 기업과 기업을 연결한다. 나아가 그는 유럽을 넘어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더 드라이버리를 확장해 지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더 드라이버리 한국은 국내 스타트업의 독일 진출을 이끄는 또 다른 스타트업 ‘123 팩토리Factory’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국내 모빌리티 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thedrivery.com
Interview
티몬 럽Timon Rupp
더 드라이버리 CEO
“커뮤니티 혹은 산업 생태계 중심의 혁신이야말로 뷰카VUCA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정글 같은 스타트업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오래전부터 늘 혁신의 선두에 있는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졌다. 오스람에 재직할 때도 광전자 반도체 사업 이외에도 IoT 조명 솔루션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맡기도 했다. 대기업 조직의 장점을 경험했지만, 사업을 진행할 때 민첩성과 속도 면에서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의 IoT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전통적인 프로젝트 진행 구조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사내 벤처 라이티파이를 설립했는데, 한번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경험하니까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단순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아닌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멤버를 선정하기 위한 세부 선별 기준이나 과정이 있나?
더 드라이버리처럼 조직화된 커뮤니티의 최대 장점은 멤버 간의 시너지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 모빌리티에 기여하고자 하는 누구라도 좋다. 모빌리티라는 말이 처음에는 다소 제한을 두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매우 다양한 분야의 기업가, 개발자,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함께 활동한다. 모빌리티 영역은 헬스테크, 핀테크, 인슈어테크, 인공지능, 심지어 디자인과 예술의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드라이버리를 통해 현실적으로 실용화를 이룬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더 드라이버리 커뮤니티를 통해 엑셀러레이트된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 티어와 원격 운전 기술을 적용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이가 대표적이다. 또한 데이터 밸류 체인을 활용해 스마트 라우팅과 충전을 가능하게 한 사례는 커뮤니티 멤버들 간 협업이 작동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도심과 농촌 지역에 드론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EVA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멤버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더 드라이버리의 서비스는 무엇인가?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3D 프린트 서비스와 특별한 자동차를 위한 보험에 대한 반응이 특히 좋다. 이 외에 기업을 위한 스카우팅 프로그램과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레이징도 더 드라이버리 멤버들에게 유용한 서비스이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일에도 열정적이라고 들었다. 최상의 시너지를 알아보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각각의 더 드라이버리 멤버들이 가까워지는 걸 보면 그들이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또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알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성장 가능성과 제품 상용화 및 공급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사이의 최상의 시너지를 파악한다. 혹은 커뮤니티 내 멤버십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링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커뮤니티 혹은 산업 생태계 중심의 혁신이야말로 뷰카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규모의 회사도 더 이상 혼자서 이러한 흐름에 대처하기 어렵다. 즉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한데 더 드라이버리가 그 기반이 되고자 한다.
미래 모빌리티의 경향을 어떻게 예측하는지도 궁금하다. 특히 한 인터뷰에서 “아시아가 그 중심에 자리할 것이 확실하다”라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처럼 확신하는 이유가 있을까? 아울러 최근 눈여겨보는 아시아 내 브랜드와 기업이 있다면 알려달라.
아시아가 단순히 한 덩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시아 자체가 중심이 된다기보다 아시아 내 일부 지역이나 국가가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전동화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는 점과 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대담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전통 산업이 직면한 과제이기도 한 친환경 에너지 가용성, 배터리 원료, 그리고 인프라의 민첩성은 미래 모빌리티의 성공 요소로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물론 더 드라이버리 코리아 내 한국 모빌리티 스타트업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는 3D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스타트업, 아들러Adler와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들러는 더 드라이버리 코리아를 위한 3D 쇼룸을 제작하는데 한국 모빌리티 스타트업 7곳의 제품과 서비스를 3D 쇼룸에서 만날 수 있다. 전 세계 투자자와 잠재 고객이 온라인으로 방문해 쉽게 이들의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아이디어가 2주 만에 프로토타입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이로운 속도를 체감했다. 서비스는 오는 5월 말 론칭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파트너 123 팩토리와 함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더 많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더 드라이버리가 자리한 건물도 흥미롭다. 어떤 점에서 더 드라이버리에 최적화된 곳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베를린 중심지와는 다소 떨어져 있던데.
베를린 중심지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더 드라이버리는 베를린의 ‘크리에이티브 벨트’에 자리한다. 도심과 그렇게 멀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레스토랑과 바, 쇼핑몰, 선착장이 자리한 템펠호프 항구에 자리한다.
베를린은 글로벌, 특히 유럽 내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들었다. 도시의 어떤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베를린은 도시의 독특한 역사 덕분에 복잡하고 다채로운 용광로 같은 성격을 띤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의 모든 도전 과제를 다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시에 연방 및 주 정부의 정책 지원과 벤처 캐피털의 투자와 자본 그리고 창의적인 인재들의 유입에 적극적인 스타트업 신을 보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