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짓는 섬유 공예가, 가구를 만든 이유는?

로파서울x김영은 작가, 로팩토리 시즌 2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로파서울(LOFA SEOUL)이 섬유 공예가 김영은 작가와 함께 가구를 제작했다. 두 번째 로팩토리 제품으로 한복의 바대 기법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한복 짓는 섬유 공예가, 가구를 만든 이유는?

지난 5월 새롭게 단장한 쇼룸을 공개한 바 있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로파서울이 섬유 공예가 김영은 작가와 함께 팝업전 <중첩되고, 확장되는 아름다움>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11일까지 뉴 로파 쇼룸에서 열리는 이번 팝업전은 로파서울이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직접 제작하는 양산품 ‘로팩토리(LOFACTORY)’의 두 번째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로파서울 쇼룸에서 진행 중인 <중첩되고, 확장되는 아름다움> 팝업 전시 전경 (사진 제공. 로파서울)

로팩토리는 크리에이터 고유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양산 시스템을 통해 대중의 접근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구매 장벽을 낮출 뿐만 아니라 단순히 굿즈로 인식되지 않도록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창작자의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내는 점도 흥미롭다. 섬유 공예가인 김영은 작가와 협업해 이번에 선보인 두 번째 제품이 대표적이다. 평소 섬유를 다뤘던 작가가 로파서울과 함께 소형 가구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중첩의 미학, 한복의 바대 기법

김영은 작가는 2015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89호 구혜자 침선장(針線匠)에게 한복 짓는 법을 배웠다. 침선은 바늘과 실을 꿰어 옷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의상 디자이너인 어머니를 둔 작가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의복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정작 전통 의복인 한복과 침선에 눈길이 가기 시작한 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 배경을 지닌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며 한국 디자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깊어졌던 것. 디자이너라면 자신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를 정립하기 위해서 그간 당연하게 여긴 한국 전통문화를 다시금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 길로 김영은 작가는 한국으로 귀국했고, 전통 공예품의 제작 과정부터 디자인까지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전통 침선을 배우면서 가장 매료된 한복의 요소가 있다. 바로 ‘바대’이다. 바대는 쉽게 말해 겨드랑이, 어깨 등 움직임이 잦아 천이 해지기 쉬운 부위에 천 조각을 덧대는 방식을 일컫는다. 대게는 적삼 등 홑겹의 옷에서 볼 수 있는데 옷 위에 부분적으로 천 조각을 더해 의복의 내구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한복을 짓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바대’는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김영은 작가에게는 바대는 새로운 창작의 기회로 비쳤다. ‘바대’라는 전통적인 형태와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각기 다른 색의 천 조각을 겹치면 새로운 색채를 표현할 수 있었는데 작가는 바대 가방, 바대 고리 등 의복이 아닌 다른 사물과 공예품 제작에도 바대 기법을 활용했다.

섬유 공예 작가가 가구를 만든 이유

로파서울x김영은 작가가 함께 제작한 두 번째 로팩토리 제품 (사진 제공. 로파서울)

한복의 ‘바대’를 활용한 섬유 공예 작품을 이어온 김영은 작가는 로파서울과 함께 가구를 만들었다. 그간 주로 천을 소재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 걸 고려하면 이번 로팩토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가장 입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섬유 공예 작가는 어떻게 가구를 만들게 된 걸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년부터 작품 이외에 양산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섬유 공예가가 가구를 만든 건 로파서울이 로팩토리를 만드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로파서울의 로팩토리 핵심은 양산이다. 손으로 바느질해 천을 꿰고 엮어야 하는 섬유 공예 작품은 그 특성상 양산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다소 무리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로팩토리는 굿즈로 소비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 평소 소장하고 싶은 작가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적정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로파서울은 김영은 작가와 함께 ‘바대 기법’을 활용한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소형 수납 가구에 녹여냈다. 화이트, 레드, 블루 세 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아크릴 도어가 바로 기존 작품의 특성을 재해석한 포인트다. 슬라이딩 방식을 채택해 물건을 넣거나 꺼낼 때 아크릴 도어 판이 자연스럽게 겹치게 되는데, 한복의 바대 기법을 가구 디자인에 적용한 것이다.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해서 자신만의 미감을 뽐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로팩토리 제품의 특징이다.

한편 로파서울과 김영은 작가는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소형 가구와 제품이 증가하는 시장의 추이도 고려했다. 1단 가구와 2단 가구로 구성된 제품은 각각 가로, 세로, 높이를 주방의 그릇장과 서재의 서랍장에 적합한 수치에 맞춰 제작했다. 현재 뉴 로파 쇼룸에서 진행 중인 팝업 전시에서는 로팩토리 프로젝트로 탄생한 가구와 함께 김영은 작가의 오리지널 아트웍 2점도 만날 수 있다. 로파서울과의 만남으로 보다 대중성을 갖게 된 김영의 작가의 중첩의 미학이 궁금하다면 용산에 자리한 로파서울의 쇼룸으로 향해보자. 참고로 로팩토리 가구는 9월 6일부터 프리오더가 가능하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