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이콘 의자를 조명하다, 매거진 ‹C› 디렉터 전은경 인터뷰

전은경 디렉터가 소개하는 그란데클립의 체어 다큐멘터리 매거진 <C>.

시대의 아이콘 의자를 조명하다, 매거진 ‹C› 디렉터 전은경 인터뷰

하루 24시간 인간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시간을 보내는 가구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식탁에 앉아 식사할 때, 업무를 볼 때, 출퇴근길 전철과 버스에서, 하루 끝 노곤함을 풀어주는 소파에서 등…. 이러한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일상을 지탱해 주는 가구는 단연 의자가 1순위가 아닐까. 인류사에서 의자는 인간이 앉기 위한 도구로 발명되었지만 20세기 중반 산업 혁명과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인간의 체형에 알맞게 계산되고, 보다 아름답게 공간을 물들이는 디자인으로 수많은 의자가 출시되었다. 이러한 의자들이 시대를 관통해 아카이브 되며 아이콘 의자로 불리게 되었고 오늘날 아이콘 의자를 수집하거나 소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회사 그란데클립을 시작한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은 아이콘 의자를 조명한 매거진 <C>를 떠올렸고, 실질적인 디렉팅은 전은경 디렉터가 도맡아 지난 7월 세상에 공개되었다. 지난 18년 간 월간 <디자인>에서 200여 번의 마감을 마친 그에게 새로운 잡지, 매거진 <C>를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와 과정이 있었을까. 그란데클립 디자인 어드바이저이자 디렉터 전은경이 들려주는 매거진 <C>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Interview with

전은경 매거진 <C> 디렉터・그란데클립 디자인 어드바이저

전은경 디렉터

그란데클립, 매거진을 만들다

그란데클립에 합류한 소식부터 디렉터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2022년 말 즈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님이 그란데클립 디자인 어드바이저로 함께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김봉진 의장님은 제가 존경하던 경영인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좋다고 했었죠. 저는 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좋다고 말하는 스타일이라 간을 보거나 재는 일을 잘 안 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해보자는 주의라서요.(웃음) 그렇게 2023년 6월 그란데클립에 합류해 비어있던 사무실 세팅부터 도와드리면서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매거진 <C>를 창간하면서 디렉터로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그란데클립에 합류하기 전 진행했던 프로젝트 두 개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릴리즈가 됐는데요. 지난 8월 20일 현대카드 전용서체 ‘Youandi’의 20년을 조명한 아카이브 브랜드북 <Our Typeface>가 공개됐고, 며칠 전인 27일에는 배달의민족이 개발한 총 13개 폰트를 총망라하는 <밥 벌어주는 폰트>가 나왔어요. <Our Typeface>를 더 오래전에 작업했는데, 발행이 늦춰져 일주일 간격으로 출간되었네요.

김봉진 의장님과 디렉터님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죠.

제가 긴 시간 디자인 잡지에 몸담았던 시기, 디자인으로 주목할 만하고 중요했던 국내 기업이 ‘현대카드’랑 ‘배달의민족’ 이었어요. 기자 시절부터 편집장이 되어서까지 두 기업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취재를 했었고요. 김봉진 의장님과 제가 그렇게 취재로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을 거예요. 디자이너 출신의 경영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10년 가까이 배달의민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의장님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었죠. 매번 이분을 취재하면서 디자이너 출신 경영인으로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죠.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회사를 시작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CEO냐, 디자이너냐’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게 되거든요. 한 날은 제가 인터뷰 중에 ‘CEO의 길로 접어든 후 디자인에 대한 미련은 없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편집장님 저는 경영하는 디자이너예요”라고 말씀하셨고요. 대개의 경우 경영인의 이미지를 강화하거나 디자이너 출신이라서 경영을 잘 모른다는 선입견을 피하고 싶어 굳이 강조하지 않는데 ‘아 이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구나’ 싶으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했었죠.

저는 고등학생 때 이케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디자인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재미있게 공부하고 공모전에 출품해서 상을 받기도 했죠. 가구 사업을 꼭 해보고 싶어 도전했는데 망했습니다.
・・・ 가구는 복잡하고 난해한 사업이라는 점을 배웠고요. 이후 배달의민족을 창업했습니다.
하지만 가구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가구 사업에 투자하거나 관련 매체를 만들어 이 업계를 지지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번 매거진 <C>를 발행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선배 디자이너들에 대하나 헌정과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번째는 가구 산업 관계자들의 가치 있는 콘텐츠를 널리 소개하고
세 번째는 가구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매거진 <C> 김봉진 발행인의 글 중 –

ⓒMagazineC, Park Sunghoon
김봉진 의장님은 배달의민족에서 매거진 <F>를 통해 한 가지 식재료를 집중해 소개했었어요. 그란데클립 설립 후 이번에는 의자를 주제로 매거진을 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분 진심이구나’ 생각했어요.

의장님은 이미 가구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전개했다가 망한 경험이 있는 분이거든요.(웃음) 그래서 이제는 가구 비즈니스를 직접 할 생각은 없다고 하시지만, 매거진 <C>를 통해 가구 산업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신 분이에요. 그렇다고 비즈니스로 생각했을 때 잡지 사업이 좋은 수익을 내는 일이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선배 디자이너에 대한 존중과 가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죠. 또 원래부터도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한 존중이 있는 분이기도 했고요.

그란데클립의 모든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연구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매거진 <C>가 하는 일들이 그란데클립에 있어 일종의 R&D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치 이케아의 스페이스 10((Space 10)​*같은 느낌인 거죠.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디자인 생산자, 소비자를 파악하고 또 거기서 얻는 노하우나 네트워크가 발생하니까요.

*스페이스 10 :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라이프스타일 핵심 연구소.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간 이케아의 장기적 비전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삶이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별도의 독립 연구소을 운영했다.

매거진 <B>를 발행하는 비미디어컴퍼니와의 협업을 통해 매거진 <C>를 선보입니다. 매체와 매체 간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김봉진 의장님은 출판 그 자체보다는 가구 관련 콘텐츠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고, 매거진 <F> 발행을 통해 이미 매거진 <B>와 함께 한 의미 있는 협업의 경험이 있었어요. 그렇게 비미디어컴퍼니와 함께 1년에 4번, 국영문으로 매거진 <C>를 발행하게 됐어요. 기획과 취재 등의 콘텐츠 제작은 그란데클립에서, 디자인과 유통 등은 비미디어컴퍼니에서 담당해 서로 잘 하는 일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매거진 <C>는 <B>의 라이선스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매거진 <C>는 영문으로도 발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매거진을 시장에 안착시키기도 훨씬 효과적이죠.


아이콘 의자와 대중의 간격을 좁히는 일

ⓒMagazineC, Park Sunghoon
매호 ‘의자’를 주제로 풀어내는 체어 다큐멘터리 매거진 <C>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의장님에 제게 잡지 이야기를 몇 번 하셨는데, 제가 이 시장을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잡지를 오래 해서 질릴 대로 질려 있던 상태였거든요(웃음). 그래서 잡지를 만드는 일이 그리 쉬운 건 아니라고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저한테 오셔서는 “매거진 <C> 어때요?” 하셨고 저는 그 ‘C’가 Chair의 C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의자를 주제로 잡지를? 제가 아는 한 인테리어 잡지는 세상에 무수히도 많지만 의자만 파고드는 잡지는 없거든요. 단행본은 있을지라도요. 단번에 유니크하고 재미있겠다 생각이 들면서 이거 다른 사람이 하면 배 꽤 아프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바로 좋다고 했어요. 의자를 주제로 하는 매거진 <C> 아이디어는 의장님의 아내인 보미 님의 아이디어였다는 점을 알려드려요.

‘5 cities 5 homes’에 소개된 루밍 박근하 대표의 다이닝 공간. 장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와 캐비닛이 함께 자리해있다. ⓒMagazineC, Park Soonae
현대인들에게 ‘의자’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셨나요?

의자는 단지 앉는 도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의자를 통해 현대 라이프스타일과 건축, 디자인, 그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죠. 기술과 문화,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이자 가구, 패션, 리빙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는 관문 같은 아이템으로 본 거죠.

의장님이 의자 매거진을 처음 이야기했을 때 바로 좋다고 했던 이유도 주제가 뾰족해서였어요. 정확히 어떠한 지점을 건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러할수록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넓어지니까요. 의자는 가구의 기본 중에 기본이에요. 예를 들어 테이블을 주제로 할 경우 테이블의 조형적 범주는 그리 크지 않거든요. 조형적으로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가구는 단연 의자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집을 꾸밀 때도 가장 먼저 들여놓는 우선순위의 아이템이라는 점에서도 범용성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가난한 사람도 자기가 앉을 의자 하나쯤은 집에 두고 있잖아요. 또 집 밖으로 나가면 공원, 사무실, 전철 등 그 어디든 의자가 없는 곳이 없죠. 의자는 어떤 면에서 공공재의 역할도 합니다. 실제로 디자인 역사를 봤을 때 디자인 아이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의자이기도 해요. 파이돈(Phaidon)의 <Design Classics>*를 보면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디자인 걸작을 한데 모아두었는데 그중 297개가 의자로 30%를 차지했고 77개로 2위를 차지한 조명과도 그 수의 차이가 크죠. 그만큼 의자가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라고 판단했고요.

* <Design Classics> : 1963년부터 오늘날까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상징적이며 영향력 있는 디자인 제품을 모은 아카이빙 북

의자를 주제로 매거진을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은 다양하죠. 의자에 앉는 방식, 의자가 놓이는 공간, 의자의 다리 개수 등….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의자로 매 호의 주제 방향을 설정한 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초기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오고 갔었어요. 의자의 형태, 소재 혹은 나아가 개념적인 접근 등 다양한 방향이 논의됐었죠. 그런데 이러한 주제들이 저에게는 추상적으로 다가왔고 조금 더 구체적이고 뾰족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칫 인문학 책이 되겠다 싶더라고요.(웃음) 만약 접히는 형태의 폴딩 의자를 주제로 한다고 했을 때 개념적인 접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느라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겠다 싶었죠.

이런 부분들까지 모두 수용하고 만들려면 만들 순 있어요. 필요한 자리에 에세이 넣고, 칼럼 넣고, 인터뷰 넣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로 ‘잡지’가 되겠더라고요. 재미도 없고. 그래서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아이콘 의자를 주제로 잡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됐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의자를 더 자세히, 친절하게 알려주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더욱이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 파트리크 세갱(Patrick Seguin) 같은 맨 파워가 있는 이들을 인터뷰이로 섭외해야겠다 생각했고요.

ⓒMagazineC, Park Soonae
편집자적 관점에서 매거진 <C>를 통해 바라보고자 한 ‘의자’의 면면은 무엇이었나요?

매거진 <C>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아이콘을 통해 의자의 크리에이티브, 산업적・문화적・기술적 측면을 다양한 관점으로 다룰 예정이에요. 앉는 도구와 방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의자를 둘러싼 사물들과 커뮤니케이션의 의미까지 살펴보고요. 관련 산업은 물론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부터 거리의 의자까지, 매호 아이콘을 선정해 관련 디자이너, 브랜드, 제조사, 컬렉터, 그 의자에 앉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동시대 디자인에 미친 영향 등을 조명할 계획입니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조형적 원본성’ ‘기술적 혁신’ ‘산업적 영향력’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에 끼친 영향력’이고요.

우리의 시선은 크게 ‘디자이너’ ‘제조사’ ‘소비자’ 이렇게 세 집단으로 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세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의자 컬렉터, 편집숍 대표 같은 사람들까지 함께 조명하며 생태계까지 함께 다루려 하고요. 다시 말해 의자라는 개체를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죠.

비트라 캠퍼스 내 자리한 Depot Deli에는 스탠더드 체어가 전 좌석 배치되어 있다. ⓒMagazineC, Park Sunghoon
그렇게 주제와 방향이 정해진 뒤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을까요?

눈치채지 못한 분들이 더 많겠지만 매거진 <C>에는 이중 주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1호의 경우 주인공을 장 푸르베의 스탠더드 체어로 선정했는데요. 한 권 내내 스탠더드 체어 얘기만 하면 내가 독자여도 지루할 것 같은 거예요. 장 푸르베가 궁금하면 장 푸르베 관련 도서를 구매하면 될 테고요. 매거진 <C>를 지루해하지 않고 궁금해서 읽고 싶은 매거진으로 이끌어 가려면 이중 주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대표 주제는 아이콘 체어고, 해당 체어와 관련된 키워드를 하나 설정하는 거죠. 그래서 1호의 주제는 장 푸르베의 스탠더드 체어이고, 스탠더드(표준)라는 키워드를 함께 가져간 거예요.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인터뷰이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표준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넣기도 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가구기술위원회장을 만난 이유가 그 때문이었어요. 10월에 나올 2호의 키워드는 카페라서 카페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 체어가 주제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요즘의 카페 문화를 함께 얘기 나누는 거죠. 이처럼 키워드는 앞으로 주제에 따라 공원이 될 수도 있고, 휴식이 될 수도 있겠고요.


장 푸르베의 스탠더드 체어

2002년부터 비트라가 장 프루베 컬렉션을 생산해 세상에 선보이는 중이다. 금속과 나무 소재, 전체 구조와 사이즈, 나사 모양도 모두 이전 모델과 동일하며, 제작 방식에서는 기술적으로 진화한 부분도 있지만 용접, 마감, 조립 과정은 대체로 동일하다. 이 모든 진화는 장 푸르베 가족과 논의해 진행되고 있다. ⓒMagazineC, Park Soonae
창간호 의자로 장 푸르베(Jean Prouvé)의 스탠더드 체어(Standard Chair)를 소개했어요. 첫 의자로 스탠더드 체어를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 푸르베는 장식보다 기능을 강조하고 대량생산에 용이한 자신만의 제작 표준을 개발한 실용 주의자였어요. 그의 목표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기 위한 의자를 저렴하게 만들어 학교나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고요. 이후 오늘날에는 비트라(Vitra)가 생산을 이어오고 있고, 빈티지 제품 역시 왕성하게 거래되고 있죠. 의자의 새로운 표준이 된 스탠더드 체어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기꺼이 따르고 싶은 디자인 아이콘이 되었고 창간호 주제로 다루기 적절한 의자라고 생각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1호 의자 후보에는 어떤 의자들이 있었나요?

팀원들이랑 엑셀 시트에 100개가 넘는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임스 체어(Eams Chair), 바르셀로나 체어(Barcelona Chair) 등등 … 유명한 의자들이 엄청 많았죠. 개인적으로는 1호에 길거리 의자 소개하는 걸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어요. 가령 한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편의점 의자 같은 거요.(웃음) 하지만 이번 1호는 우리의 방향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일단 디자인 역사에 남을 명작 아이콘 의자를 진행하기로 했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마지막 호는 꼭 길거리 의자로 소개하고 싶어요.

스탠더드 체어는 산업적 미학과 인체공학 원칙을 탁월하게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디자인에서 편안함을 이끌어 내고, 우아한 형태임에도 내구성을 놓치지 않았으며,
재료를 효율적으로 다루려 한 그의 노력과 진심이 타임리스 디자인의 모범 사례를 탄생시킨 거죠.
– 매거진 <C> 파트리크 세갱 인터뷰 중 –

매거진 <C>는 내지에 삽입되는 모든 이미지를 직접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C>만의 톤앤무드와 감도를 유지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었다.
(왼쪽부터) ⓒMagazineCPark Sunghoon, Valetina Vos, Eisuke Komatsubara
‘5 Cities 5 Homes’ 꼭지를 보면서 좋은 인터뷰이를 선정하기 위해 에디터들이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느꼈어요. 뉴저지의 아메리칸 이글 부사장, 암스테르담의 스타일리스트, 빅뱅 출신의 탑과 우주여행을 가겠다고 해 이슈가 됐었던(현재는 무산되었다) 조조타운의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Yusaku Maezawa) 등 총 다섯 집의 풍경을 소개했습니다. 이 꼭지에서는 장 프루베 스탠더드 체어의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자 했나요?

‘5 Cities 5 Homes’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장면을 다루려고 했어요. 가족이 함께 사는 집, 부부가 사는 집, 혼자 사는 집 등 주거 형태의 다양함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함을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장 푸르베 스탠더드 체어와 함께 자신의 일상을 만들어 가는 의외성의 인물, 직업적・국가적 다양성을 고려하려 했고요. 무엇보다 매거진 <C>는 앞으로 영문판으로도 계속 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려 했죠. 이 꼭지를 위해 인물을 리스트 업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낀 건 아이콘 의자를 수집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정적이라는 거예요. 의자를 수집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의자를 수집하는 경찰관은 보기 드문 것처럼요.

ⓒMagazineC
그 외에도 ‘Essay’ ‘Special Interview’ 꼭지를 통해 런던 더 디자인 뮤지엄 명예관장이자 디자인 큐레이터 데얀 수디치(Deyan Sudjic), 비트라 디자인 명예회장 롤프 펠바움, 장 프루베 디자인의 가치를 널리 알린 파트리크 세갱, 스포츠 웨어 브랜드 온(On) 디자인 글로벌 리드 존 카윌만 등 각기 다른 업계의 저명한 인물을 만나 장 푸르베의 스탠더드 체어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죠.

매거진 <C>를 통해 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컬렉터만을 위한 책은 아니니까요. 그렇다 보니 전 세계에서 오늘날 의자 디자인에 대해 말해 줄 화자를 찾는 게 중요한 미션이었고 그중 한 명이 데얀 수기치였죠. 그리고 2002년 비트라가 장 프루베 컬렉션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로 스탠더드 체어의 가치와 위상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그러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비트라 명예회장인 롤프 펠바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요. 장 프루베의 의자를 주제로 다루는 책인 만큼 그가 인터뷰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인터뷰를 잘 안 하는 분이지만 흔쾌히 저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요. 그 외에도 지금의 장 프루베를 있게 한 파트리크 세갱, 비트라 출신으로 현재는 스포츠 웨어 브랜드 온(On)에서 디자인 글로벌 리드를 맡고 있는 존 카윌만(John Kuilman)의 이야기를 담아왔어요. 존 카윌만을 온 사옥을 장 프루베 컬렉션으로 가득 채운 장본인이었고요.

ⓒMagazineC
비트라 디자인 매니저 클래식스팀의 슈티네 리프 부우어(Stine Liv Buur) 인터뷰도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비트라 내 클래식 디자인 라인을 올바르게 계승해 나가도록 바로잡는 부서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비트라 조직이 워낙 크다 보니 저희도 사전에는 몰랐어요. 비트라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한눈에 보기에도 특별해 보이더라고요. 유사하게는 디올(Dior)의 헤리티지 팀이 떠오르더라고요. 기업의 헤리티지가 굉장히 중요해진 시대잖아요. 명품일수록 헤리티지가 더욱더 중요한데, 그 이유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인 정신을 존중하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에게 돈이 되기 때문이에요. 훗날 엄청난 가치를 가질 테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지금보다 더욱더 중요해질 거라고 봐요. 최근에 한국에 들어온 싱가포르 커피 브랜드 바샤 커피(Bacha Coffee)의 연도 표기 이슈*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비트라도 옛날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아이템을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비트라 제품=검증된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비트라가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노하우를 엿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모로코 마라케시의 오래된 궁전 ‘다르 엘 파샤’에서 이름을 따 2019년 설립된 싱가포르 커피 브랜드. 원두 패키지와 매장 인테리어에 궁전의 완공 연도 1910년을 기재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자 했다.

ⓒMagazineC
매거진<C>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매거진 <B> 형식과 거의 동일하게 제작됩니다. 한 가지 차별점이라면 커버 디자인에 들어간 라벨 디자인인데 여기에는 어떤 의도를 담았나요?

커버 정중앙에 있는 라벨 디자인은 의자를 구매하면 보증서와 의자 정보가 라벨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마치 의자 하나를 구매해 소장한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장치이자 요소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매거진 <C>를 구매해 읽는 분들은 대부분 디자인 체어에 관심이 많아 수집을 하거나, 디자인 체어를 위시리스트로 두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장 의자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된다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좋아하는 체어가 소개된 매거진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욕구가 충족되는 거죠. 반대로 이 의자를 이미 갖고 있는 사람에겐 개인의 취향을 더욱더 탄탄하게 뒷받침해 줄 수도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또 매거진 <B>, <F>는 주제와 관련된 제품을 찍고 일정 부분 클로즈업하는 커버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C>는 매 호 주제의 의자가 사용되는 장면을 담고자 했고요.

앞으로 그란데클립 내에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을까요?

그란데클립은 현재 스타트업으로 최근 여러 서비스를 론칭했고, 현재는 앱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에요. 크게 보면 물성이 있는 매거진 <C>부터 앱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회사인 거죠. 매거진 <C>는 현재는 책으로 시작을 했지만 앞으로는 작은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서는 의자를 주제로 한 잡지를 발판 삼아 비즈니스적으로 디벨롭 될 수 있고요. 간혹 가구를 만들 거냐, 호텔을 만들 거냐 등등 여러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수도 있고 그게 아닌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어요. 지금 당장은 매거진 <C>가 어떠한 비즈니스 형태로 발전될지 말씀드리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웃음)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잡지 한 권을 기획 단계부터 취재까지 참여해 세상에 선보인 소감은요?

아이콘 의자라는 게 어떤 건 값이 제법 나가 금방 소장할 수 없지만 내가 꿈꾸는 의자를 하나 수집하는 기분으로 저희 책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갖고 싶은 의자 혹은 이미 갖고 있는 의자가 어떤 역사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결국 내가 쓰고 있는 의자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매거진 <C> 에디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의자는 무엇일까?

(시계방향) LC4 ©Cassina / Cosm Chair ©Herman Miller / Le Bambole ©B&B Italia / 4794 Loung Chair ©Vintage

전은경 디렉터 |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LC4.
집에 있을 때면 여기 앉아서 책도 보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하루 종일 이 의자에서 시간을 보낸다.

김민정 편집장 | 허먼밀러(Herman Miller)의 코즘 체어(Cosm Chair).
하루 평균 1/3 시간을 이 의자에 앉아서 보낸다. 사랑한다.

유다미 기자 |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의 르 밤볼레(Le Bambole).
푹신푹신함은 소파의 임무! 보기만 해도 푹 안기고 싶다. 저기에 누우면 마치 소파와 몸이 영원히 하나가 될 것 같다.

김선진 기자 |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의 4794 라운지 체어.
핑크색 커피 테이블과 짝을 맞춰 거실에 둔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 중 가장 편안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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