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최혜진의 A to Z: 브랜드 매거진부터 BI와 그림책까지, 에디토리얼 씽킹이 만든 결과물들

최혜진 에디토리얼 디렉터·아장스망 대표

최혜진은 21년 차 에디터이다. 작가이자 번역가, 그림책 비평가로도 활동한다. 에디토리얼 컨설턴시 아장스망을 운영하며 미디어 업계, 디자인 업계, 그림책 업계, 제조 업계 등 온갖 산업 분야를 넘나들며 다방면의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Creator+] 최혜진의 A to Z: 브랜드 매거진부터 BI와 그림책까지, 에디토리얼 씽킹이 만든 결과물들

최혜진 디렉터는 편집장으로서 〈볼드저널〉, 〈디렉토리〉, 〈1.5℃〉, 〈포치〉 등을 만들었고, 단행본 〈명화가 내게 묻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 미술관, 그림책에 관한 책도 다수 집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출간한 〈에디토리얼 씽킹〉은 다양한 업계에서 읽히며 그를 새로운 자리로 호명하고 있는데요. 분야를 넘나드는 업의 핵심 엔진이라고 말하는 에디토리얼 씽킹과 그를 딥다이브 하게 만드는 일, 그가 제안 작업부터 실제 크리에이티브 총괄을 맡아 진행한 브랜드 매거진과 버벌 브랜딩 프로젝트, 그림책 등 최혜진 디렉터의 작업 세계를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살펴봅니다.

프로젝트 A to Z

Agencement
A

아장스망은 최혜진 디렉터가 설립한 에디토리얼 컨설턴시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을 기반으로 기업의 온드 미디어 전략과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LG전자, 네오밸류 등을 위한 브랜드 미디어 제작을 총괄하거나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R&D 연구를 돕는 식이다. 김상아 에디터가 아장스망의 구성원으로 함께하며, 프로젝트마다 별도의 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아장스망은 최혜진 디렉터의 프로젝트 자문을 포함해 3~4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최혜진 디렉터는 의미와 가치로 경쟁하는 시대에는 에디팅이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장스망’이라는 이름 또한 ‘창조적 재배치’라는 뜻으로, 편집의 가치를 담았다.

Brand Magazine Unboxing: Porch Magazine
B

아장스망이 진행한 첫 프로젝트이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조사하는 LG전자 LSR고객연구소의 주거 관련 연구 콘텐츠를 매거진으로 편집, 달라진 집의 의미를 포착하는 인사이트 리포트 매거진을 만들었다. 최혜진 디렉터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소비자를 조사하고 미래 트렌드를 연구한다는 게 무엇인지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썼다. 무미건조한 정체성을 독자에게 감상을 주는 언어로 바꾸는 것이 늘 첫 시작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나한테 다가올 손님과 다가올 소식을 제일 먼저 환영하는 일이라고 정의했어요.” 그다음 그러한 역할을 하는 공간을 집에서 찾았다.

포치(Porch)는 외부로 돌출된 지붕이 덧대어진 현관을 의미한다. 집이라는 곳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소식과 손님들(주거 문화 트렌드)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LSR고객연구소의 연구의 행위를 은유한다. 〈포치〉의 독자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연구소에서 연구한 내용이 사내 다른 직군에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포치〉는 LG전자 임직원에게 배포되는 오프라인 매거진으로 1년에 한 번 발행된다. 2022년부터 시작해 3호까지 발행됐으며, 현재 2025년 4호를 준비하고 있다.

Editorial Thinking
E

2023년 12월 22일 출간된 최혜진 디렉터의 8번째 단독 저서의 타이틀이자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데 코어 근육으로 작동하는 역량이다. 최혜진 디렉터가 잡지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사고력에 집중해 정량화하거나 매뉴얼화하기 어려운 에디터의 일과 에디팅을 재료 수집, 연상, 범주화, 요점 등의 목차로 정리했다. 〈에디토리얼 씽킹〉은 업무로 에디팅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기다움을 드러내거나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읽히는 책으로 출간 10주 만에 10쇄를 찍었다.

“나는 에디토리얼 씽킹을 이렇게 정의한다.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 (중략) 편집은 결국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고, 사실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행위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에는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의미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_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NOUDIT
N
누디트 리브랜딩 프로젝트. BX 디자인 스튜디오 아임레디(임이레 디자이너)

네오밸류의 버벌 브랜딩 및 기업 가치관 재정의 프로젝트에 이어 진행한 네오밸류의 복합문화공간 리브랜딩 프로젝트이다. 홍대스러움, 성수스러움 등 로컬의 아이덴티티를 수용해 지역에 따라 공간의 쓰임과 의미가 달라지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의 네이밍과 슬로건, BI 등을 개발했다. 도시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고, 이곳이 도시를 새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도시의 새로운 내러티브(New Narrative of City)’라는 슬로건을 완성했다. ‘누디트’라는 네이밍은 프랑스어로 새로움과 이야기를 의미하는 ‘Nou’와 ‘Dit’를 결합한 것이다.

Owned Media
O

과잉의 시대, 브랜드가 발신하는 콘텐츠 또한 예외는 아니다. 로고리스(Logoless) 전략의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는 브랜드의 콘텐츠가 무척 많고 다양한 것. 그렇기에 최혜진 디렉터는 온드 미디어를 시작하기 전 목적과 동기를 다시 한번 살펴볼 것을 권한다.

“단순히 요즘은 브랜드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아요. 우리가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콘텐츠로 발신하고 싶은 욕망 자체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Picture Book
P

최혜진 디렉터는 두 권의 그림책 작가 인터뷰집을 냈고, 그림책 비평가와 번역가로 활동한다. 그는 그림책이 글과 이미지의 조화, 페이지 넘김과 펼침면 단위 레이아웃의 총합을 통해 작가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는 매체라고 소개하며, 종이 잡지를 편집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세계에 매료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매료되지 않았다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는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봄은 또 오고(원제: Les Printemps)〉를 그림책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책으로 추천했다. ‘기억’이라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주제를 페이지의 중첩과 같은 물성으로 표현했다.

Receiver
R

최종 목표 지점과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은 디테일을 만들고, 이는 기획과 결과물 전반에 반영된다. 확실하고 명확한 엔딩에서 역으로 디자인이나 스토리텔링의 기승전결을 설정해 나갈 수도 있다.

“다른 창작자와 구분되는 에디터의 재주라고 한다면, 독자에 대한 감정 이입과 상상을 잘하는 것이지 않나 싶어요. 저는 언제나 예비 독자에 대한 상을 꽤 뚜렷하게 그립니다. 〈에디토리얼 씽킹〉의 경우에는 후배 에디터 한 명이었어요. 한 명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서 그 사람이 품을 법한 질문에서부터 생각을 풀어 나가죠. 프리젠테이션도 마찬가지예요.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진의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의 무엇이 궁금할까 고민하며 질문 목록을 정리하고 그것을 목차로 만들어요. 듣는 사람은 질문을 해소하며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죠. 물론, 예비 독자가 품을만한 질문을 잘 뽑아내는 것이 요령이고요. 〈1.5℃〉는 독자가 첫인상에서 느꼈으면 하는 감각이 매우 구체적이었어요.”

Society of Editors
R
SOES는 선배와의 대화 모임 현장

SOES로 불리는 에디터들의 동료애 기반 커뮤니티. 최혜진 디렉터를 주축으로 2022년 2월, 다양한 필드의 에디터 30여 명이 모인 것이 시작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에디터 업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을 숙성하고 동료애와 연대감을 가지고 서로 영감과 자극, 정보와 배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뭉쳤다. 기수제로 운영되며 현재 3기까지 진행됐다. 50명의 멤버가 함께하며 선배와의 대화, 컨퍼런스 등의 활동을 한다.

〈Society of Editors: 질문하고 설득하는 사람들〉

에디터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멤버들이 만나고 싶은 선배를 섭외하고 질문을 던지며 서로 공감대를 나눈 선배와의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 지난 2월 전자책으로 출간한 〈Society of Editors: 질문하고 설득하는 사람들〉에는 황선우, 이충걸, 김지수, 김민철, 박찬용, 정성갑, 7인의 등대 같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나눠준 애정과 인사이트가 담겼다. 기획과 섭외부터 모더레이팅과 기록, 그리고 전자책 출간까지 SOES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더욱 의미 있다.

Uncertainty
U

최혜진 디렉터는 불확실성 앞에서 열정을 불태운다. 백지를 받아 들고 처음부터 체계를 그려 나갈 때 마음이 생생해진다.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자유롭게 상상하세요, 라고 할 때 가장 신나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재생에너지 사업 기업,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리걸테크 기업 등 다양한 업계를 아우를 수 있었던 것 또한 그가 불확실성과 함께 전례 없는 일들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