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구를 매개로 한 디자인 플랫폼, dkff

새로운 디자인 경험을 제안하는 dkff의 브랜드 스토리

카페와 빈티지 가구점의 새로운 만남. 가구 판매장을 특별한 디자인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dkff 이정윤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빈티지 가구를 매개로 한 디자인 플랫폼, dkff

경기도 포천시. 쓸모를 잃고 덩그러니 있던 200평 규모의 창고가 아름답고 유용한 빈티지 가구로 가득한 감도 높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개성 넘치는 비정형의 컬러풀한 가구부터 합리성을 기반으로 설계된 모던한 가구까지. 저마다 명확한 서사를 가진 사물들은 넓은 공간에 조화롭게 놓이며 전에 없던 몰입의 순간을 만든다. ‘선순환’과 ‘우리다운’ 공간을 키워드로 전개한 브랜딩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렇게 근사한 커피와 내부의 콘텐츠를 음미하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있음을 깨닫는다. 거리의 흔한 가구 판매점이 아닌 브랜드만의 레퍼런스 없는 디자인 경험을 제안하는 곳. dkff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with

이정윤​ dkff 대표

아름답고 유용한 빈티지 가구를 소개하는 브랜드

dkff는 어떤 공간인가요?

dkff는 본래 세계 각국의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를 수집하여 판매하고, 클라이언트의 공간을 큐레이팅해 주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다가 공간 디자인 사업을 전개하는 ‘마이네임이즈존’이 모회사가 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만들게 됐죠. 그게 현재의 dkff예요. 새로운 dkff는 카페와 빈티지 가구점을 한 공간에 융합시켜 시너지를 내죠. 시작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내부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동시에 유용한 빈티지 제품들로 채워지며 디자인의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판매장이 아닌 전에 없던 특별한 디자인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예요.

dkff로 볼륨감 있게 풀어낸 브랜드 로고가 인상 깊었습니다.

로고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이너 신덕호 님이 도움주셨어요. dkff가 소개하는 빈티지 가구는 세상에 하나 뿐인 제품들이에요. 대체 불가능한 가구들이기에 판매되면 더욱 세심하고 꼼꼼하게 포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포장은 점점 커지고 뚱뚱해져요. 바로 이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로고를 디자인했죠.

어쩌다 경기도 포천에 자리 잡게 됐나요?

우연한 기회에 포천에 있는 방치된 창고를 소개받았어요. 공간에 처음 방문한 순간 이곳을 어떻게 채울지 영감이 단숨에 떠올랐습니다. (웃음) 그 자리에서 마이네임이즈존의 이우남 소장님과 의견을 나누었고 자연스럽게 포천에서 dkff 오픈을 결심했죠.

레퍼런스 없는 우리다운 공간

건축물의 구조체를 감싼 패브릭부터 무심하게 툭툭 놓인 빈티지 디자인 가구들까지. 공간 구석구석 흥미로운 사물들로 가득합니다. 인테리어는 물론,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가 참 감각적이에요.

공간 기획의 핵심 키워드는 ‘선순환’이었습니다. 쓸모를 잃은 자재들을 재활용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와 재료들을 활용해 dkff만의 스타일을 감각적으로 완성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어요. 우리만의 무드를 만들기 위해 이우남 소장님과 제가 직접 장비를 타고 올라가 구조체에 패브릭을 감싸 인테리어를 마감했고, 공간을 채운 대형 패브릭 페인팅도 저와 디자이너 스태프가 직접 그린 작품이죠. 우리는 억지로 꾸미거나 자료를 참고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대신 가장 ‘나다운’, ‘우리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을 컨셉으로 삼았어요. 무심하게 놓인 듯한 가구들조차 사실은 몇 날 며칠을 옮겨가며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구도와 색감을 고려해 배치한 결과물이에요.

전시된 빈티지 가구들의 디자인이 정말 다채롭더군요. 컬러풀하고 팝한 가구부터 모던하고 단순함의 미학이 담긴 가구들까지 모두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이템의 일관성’. 유럽에서 빈티지 가구를 바잉하기 전, 셀러를 선정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입니다. 이는 곧 셀러가 자신의 스타일과 미적 감각에 얼마나 확고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해요. 동시에 dkff의 수집품들은 제가 머무는 공간에 두고 싶은 가구와 오브제로 바잉하고 있어요. 한국의 유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그만큼 희귀하고 독창적인 가치를 지닌 아이템들입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가구 제조사 카스텔린Castelijn을 위해 루크 스트라버(Louk Straver)가 디자인한 연 모양의 카이트 테이블(Kite table)은 1981년에 만들어진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걸작이에요. 1980년대 네덜란드 디자인을 집으로 들여오고 싶다면 완벽한 선택이 될 겁니다. 이 테이블은 저희가 단 한 개만 보유하고 있는 희귀품이기도 하죠. 또한, 보렉 시펙(Bořek Šípek)이 디자인한 라탄 소재의 ‘프로록 체어(Prorok Chair)’는 그 독특함과 희소성으로 수집가들이 탐내는 아이템인데요.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빈티지 가구가 주된 콘텐츠이지만 카페 기획에도 많은 신경을 쏟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간감은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며 제 기준에서 완벽함에 가까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0년 이상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로 활동한 지인을 섭외해 최상의 커피 맛을 선사하고자 했죠. 매일 아침 신선하게 만든 시크릿 크림을 듬뿍 올린 dkff 시그니처 크림커피와, 프랑스 고메 재료로 구워낸 르뱅 쿠키는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리는 메뉴입니다.

로컬의 감도를 높이다

지난 1월 dkff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공간을 운영하며 느낀 소회가 있다면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200평 규모의 창고를 지금의 dkff로 만들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습니다. 몹시 추웠던 지난 1월, ‘이 정도면 되겠다’라는 마음으로 용감하게 오픈을 결심했죠. 돌아보면 그때의 결정이 참 대담했던 것 같아요. 겨울이면 더 춥고, 여름이면 더 더운 동네에서 브랜드를 운영해 나가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죠. 지금은 오직 dkff의 감각을 믿고 찾아주시는 분들을 향한 고마움과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일을 생각하며 유쾌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과거의 고난은 모두 잊었어요. (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허허벌판에 갑자기 나타난 생경한 풍경에 지역 주민분들도 관심을 가졌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떠오르는데요. 어느 날 동네에 살고 계신 노부부께서 의아한 표정으로 dkff에 들어오셨어요. “아니, 이런 곳에 젊은이들이 카페를 오픈했냐”며 커피 두 잔을 시키셨죠. 한참 동안 커피를 즐기시고 공간의 가구며 오브제를 구경하셨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아서 기분이 좋은 찰나, 제게 쓱 오셔서 말씀하시더군요.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 큰 거름이 될 거요. 살아생전 이렇게 근사한 공간은 처음이네요. 정말 맛있게 먹고 갑니다.” 그러곤 제 손을 꼭 잡아주셨죠. 그날 느꼈던 따뜻하고 뭉클한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dkff로 펼쳐갈 다음 여정이 궁금합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과 함께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올해는 공간을 충실히 꾸려나가는 한편 내년에 펼쳐질 더욱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기대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만남을 고대하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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