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기반을 둔 건축 및 디자인 스튜디오 발벡 뷰로(Balbek Bureau)는 스탠리 큐브릭의 상징적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웨딩드레스 숍을 선보였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건축가 슬라바 발벡(Slava Balbek), 보리스 도로고프(Borys Dorogov)는 발벡 뷰로(Balbek Bureau)를 설립하고, 유럽, 북미, 아시아에서 다양한 상업, 주거, 문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스튜디오의 디자인 철학은 공간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기반으로 세밀한 디테일까지 파고드는 맞춤형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지양하며, 실용성과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스튜디오는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을 넘어, 실질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레스토랑, 주거용 건물, 기업 공간, 공공건물, 호텔 및 웰빙 프로젝트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오고 있으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맞춤형 가구와 장식요소를 프로젝트 별로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맞춤형 요소들은 공간의 기능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각 프로젝트가 독창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작업물로 완성되는데 일조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닮은 웨딩드레스 숍

스튜디오가 완성한 웨딩드레스 숍 ‘밀라 노바(Milla Nova)‘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위치해있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콘셉트의 인테리어가 특징인 이 매장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으며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섬세한 신부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일반적인 웨딩드레스 숍과 전혀 다른 콘셉트는 방문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방문객들은 매장에서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매장은 총 3층 규모로 설계되었으며, 각 층마다 고유한 테마와 디자인을 통해 공간의 다양성을 담아냈다. 스튜디오는 “신부의 섬세한 이미지와 우주의 신비로운 풍경 사이의 대조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통해 마치 다른 차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웨딩드레스 숍은 1899년에 지어진 역사적 건물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건물은 유럽의 클래식한 건축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바르샤바의 역사를 담고 있는 건물에 미래적인 디자인 요소를 접목시킨 스튜디오의 시도는 매우 대담한 결정이었다. 이들은 기존 건물의 유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냈다.

특히, 매장의 창문들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부드러운 조명이 내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매장 전체를 밝힌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과 최적화된 조명 솔루션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간의 복잡한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또 하나의 챌린지였다. 대부분의 맞춤형 가구와 인테리어 요소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되어 폴란드로 운송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점들이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는 초현실적인 우아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모두 담은 디자인을 완성했다.

각 층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웨딩드레스 숍의 1층 쇼룸은 고객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리셉션 구역과 함께 주요 판매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 오른쪽에는 콤팩트한 대기 공간과 함께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리셉션 데스크가 눈길을 끈다.

달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디자인이 돋보이는 리셉션 데스크는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매장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하는 중점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스튜디오는 이 스테인리스 데스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디테일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디테일은 공간 전체의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정제된 분위기를 한층 더 강조한다.

1층 매장의 바닥은 마치 먼 행성의 지표면과 같은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시멘트를 사용해서 마감했다. 여기에 바닥을 가로지르는 금속 선은 디테일을 더한다. 이 구역의 연단은 에폭시 수지로 만들어졌으며, 실제 돌의 질감을 모방한 석고와 마이크로 시멘트로 덮인 블록들이 드레스들과 조화를 이루며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물리적 공간을 통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4가지 테마, 4개의 피팅룸

한편, 2층은 웨딩드레스를 전시하는 라운지 공간이다. 이곳은 우주선 내부를 연상시키는 곡선형 디자인과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라운지 중앙에는 커다란 소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소파 뒤로는 수작업을 통해 제작된 우드 패널이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우드 패널은 장인이 직접 손으로 제작하여 완성도가 뛰어나며, 공간에 독특한 텍스처와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라운지의 조명으로는 무이(Moooi)의 ‘플락 오브 라이트(Flock of Light)’ 시리즈 샹들리에가 사용되었다. 샹들리에의 수많은 작은 불빛들이 흩어져 마치 우주의 별을 떠올리게 하고 전체 공간에 따듯한 빛을 퍼뜨린다. 이러한 조명 디자인은 공간의 부드러운 곡선과 조화를 이루고 고객들이 편안하게 드레스를 구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외에도 소파와 어울리는 드리아데(Driade)의 롤리 폴리(Roly Poly) 의자와 천연 나무 그루터기의 조합이 신선하다.

이처럼 다양한 디자인의 좌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라운지 공간은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2층에는 신부를 위한 4개의 피팅룸이 있으며, 각 피팅룸은 서로 다른 테마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타원형의 공간에 자리 잡은 피팅룸은 부드러운 곡선형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신부가 드레스를 입고 편안하게 거울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공간은 뉴트럴 한 톤의 벽과 바닥으로 마감되어 드레스를 입은 신부에게 집중되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 다른 피팅룸은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고객들이 자연스러운 빛 아래에서 드레스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1층과 2층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지하 1층에는 재단사 작업실과 창고가 위치해 있다.

바르샤바에 있는 웨딩드레스 숍 ‘밀라 노바’는 역사적인 건물에 우주와 미니멀리즘을 콘셉트로 한 미래지향적이고 초현실적인 디자인을 접목시킴으로써 고전적인 건축미와 현대적인 미학을 완벽하게 결합시켰다. 스튜디오는 섬세한 디테일과 맞춤형 요소들을 통해 공간의 독창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방문객들에게 시각적, 감각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