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사일로랩의 A to Z: 인스파이어 ‘르 스페이스’부터 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라이트 디자인까지
박근호&이영호 사일로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대표
스튜디오의 철학을 보여주는 아트 프로젝트부터 브랜드 메시지를 공간으로 전달하는 상업 프로젝트까지, 사일로랩이 지난 11년동안 보여준 포트폴리오는 다채롭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오리지널리티가 빛나는 사일로랩의 철학과 작업들을 살펴본다.
상업 프로젝트와 아트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함께 꾸준히 높은 감도로 선보인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사일로랩(SILO Lab)은 그걸 해내는 중이다. 특히 물질적 소재와 기술을 결합하여 관람객의 기억에서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사일로랩의 철학을 보여준 아트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결과, 이제는 사일로랩의 오리지널리티를 녹인 상업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 A to Z
Ambience |
A |
2022년 여름부터 약 1년간, 이함캠퍼스에서 열린 〈Ambience〉는 물질과 기술의 결합으로 장소적 기억과 감정을 일으키는 사일로랩의 작품 철학을 보여준 전시였다. 이 전시에서 사일로랩은 6개의 공간에 빛, 물, 안개 등을 활용하여 자연의 풍광을 재구현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사일로랩은 자연을 주제로 삼지 않는다. 단지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을 즉각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요소로 자연을 빌려오는 것이다.
Commercial |
C |
〈묘화〉, 〈풍화〉, 그리고 최근 용산어린이공원에서 오픈런으로 전시하고 있는 〈온화〉까지. 사일로랩은 아트 프로젝트로 익숙하지만, 사실 초창기부터 꾸준히 상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왔다. 현대백화점의 연말 크리스마스트리 라이트 디자인을 담당했고, 나이키와는 DDP의 전체 외벽을 미디어아트로 감쌌던 쇼케이스도 진행했다. 영상 광고의 라이팅 디자인도 한 경력도 있다.
최근에는 인천 인스파이어에 위치한 미디어아트 전시장인 ‘르 스페이스(Le Space)’의 6개 존을 연출했다. 특히 이번 르 스페이스 전시 공간은 기존에 없던 미디어아트를 보여주고자 영상 콘텐츠에 의존하는 연출은 배제하고 여러 매체를 사용할 줄 아는 사일로랩의 장점을 부각했다. 또한, 대중은 물론 해외 관광객의 취향까지 고려하는 등 전시장의 목적과 역할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했다.
Light |
L |
사일로랩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빛’이다. 빛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일로랩이 탐구하는 주요 소재이자 제일 잘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사일로랩은 조명이 뿜어내는 따뜻한 빛을 선호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이영호 대표는 “아주 먼 과거, 모닥불을 피워 따뜻한 빛으로 감싸진 동굴은 사람들에게 외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었을 거예요. 그때부터 인간이 따뜻한 빛을 보면 편안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빛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감이 느껴지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Mix |
M |
사일로랩의 수식어 중 하나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하는 스튜디오’였다. 인터랙티브·미디어 아트의 특성이긴 하지만 사일로랩에게 더욱 이 수식어를 부여한 건 기술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예술적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설명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한편, 이 결합이라는 특징은 현재 사일로랩의 철학을 구성하는 주요소다. 단순히 기술과 예술의 결합뿐만 아니라, 매체 간의 결합, 물질과 비물질의 결합,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결합 등 사일로랩이 하나의 작품에서 결합하는 요소는 정말 다양하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더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에 사일로랩의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낯설 때가 있다.
Organization |
O |
점차 규모를 확장한 사일로랩은 현재 경영 팀, 기획 팀, 공간 팀, 콘텐츠 팀, 기술개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인원이 많은 건 기술개발 팀이다. 사일로랩은 작품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직접 설계하고 실험하면서 개발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기술개발 팀에 상대적으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콘텐츠 팀에는 아트워크와 3D 모션그래픽을 담당하는 영상팀이 포함되어 있고, 기획팀과 공간팀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잘 하는 것이 달라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구성원을 선별하는데, 제일 중요한 자질은 다양한 매체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고 넓은 스펙트럼과 포용력이다. 동시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의 무기가 무엇인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박근호, 이영호 대표는 덧붙였다.
Space |
S |
사일로랩의 작품 구성요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그들의 작품은 어떤 공간 안에 설치가 되어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사일로랩이 작업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작품이 설치될 공간의 컨디션이다. 동선부터 벽과 바닥의 재질감, 통제 가능한 환경 등 어떤 공간이냐에 따라 작품의 세밀한 부분이 달라진다. 이에 결국, 사일로랩의 손이 닿는 영역은 공간 연출까지 확대되었다. 작품 앞까지 걸어가는 동선은 물론이거니와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다 관객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Technology |
T |
아티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기술로 개인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건 수많은 연습과 계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일로랩은 실제 물성을 작품 속에 포함하는데, 그래서 더욱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일로랩은 고도의 기술보다는 기존 매체와 장비를 사용하여 그들이 원하는 공간을 연출하기에 더욱 기술적 요구가 높고 도전범위도 넓다. 그럼에도 기술에 관한 깊은 이해와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폭 넓게 파악하려는 노력 덕분에 사일로랩은 언제나 원하는 답을 찾아낸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