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반: 너르고 바른 반〉전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에서 〈반.반.반: 너르고 바른 반〉전이 열리고 있다.
소반, 모반, 과반, 탁반, 두리반…. 생각해보면 반盤이란 참 기묘한 가구다. 가장 오래된 이동식 주방 가구이기도 하거니와 남녀가 유별한 조선 시대에 남자가 기거하는 사랑채와 여성 공간인 안채를 넘나드는 유일한 가구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뜻하지 않은 소반 열풍이 불며 반을 주제로 한 창작자들이 늘어났는데 이를 그저 심미적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은 반쪽짜리 탐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1일부터 24일까지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반.반.반: 너르고 바른 반〉전은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박물관 개관 46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사랑방〉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전시는 한국 고유의 생활 문화를 상징하는 반을 망라해 가구의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여기에 그친다면 여느 소장품전과 다를 바가 없을 터. 온양민속박물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디자이너와 현대 작가 36팀을 모아 지난 8월 워크숍 ‘마당’을 열고 각 창작자가 독창적으로 반을 재해석하도록 한 것이다.
지누박이나 송봉규처럼 든든하게 국내 디자인 신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디자이너부터 구오듀오, 김예지 등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 작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참가팀 구성이 돋보였다.
그 결과물은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전시장 정면에는 전통 반을, 뒤편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을 비치해 디자이너들이 각각 반의 어떤 속성과 본질에 주목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참여 디자이너들의 워크숍 과정을 전시해 더욱 흥미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