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WA 조직문화연구소 박웅현 대표와 아이스크림에듀 이윤석 대표의 대화
아이스크림 홈런 2.0에 관하여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 홈런 2.0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차별화된 브랜딩으로 교육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신제품 개발을 주도한 이윤석 아이스크림에듀 대표와 본질을 꿰뚫는 메시지로 광고 프로젝트를 총괄한 박웅현 TBWA 조직문화연구소 대표가 프로젝트 뒷이야기부터 디자인과 교육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깊은 대화를 나눴다.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앞으로 교육업계에서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_박웅현 TBWA 조직문화연구소 대표
아이 스스로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 만들기
이윤석 11월 1일에 아이스크림 홈런 2.0을 정식으로 공개하고, 광고도 순조롭게 차례대로 선보이게 되어 뿌듯합니다. 올해 1월에 프로젝트 제안을 드린 이후 벌써 열 달이 지났네요. 처음 아이스크림 홈런 2.0 학습기를 접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박웅현 제품 디자인부터 서비스, 콘텐츠까지 모두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것이 느껴졌어요. ‘데스크테리어’를 위한 제품 디자인이 흥미로웠습니다. 콘텐츠들도 좋았지만 ‘수학의 세포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의 지식 수준을 추적한 뒤 학업 성취도에 걸맞은 문제를 추천하는 점도 돋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을 위한 아이스크림에듀의 고민이 느껴졌어요. 이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를 시도한 리브랜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윤석 201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스마트러닝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 업체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더군요. 인지도와 만족도는 높았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들에게 다소 올드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었어요. 따라서 제품과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이에 디자인 스튜디오 파운드/파운디드와 아이덴티티 및 제품 디자인을 리뉴얼했고, TBWA에는 브랜드 전략 수립과 새로운 메시지에 걸맞은 광고 제작을 위해 협업을 요청드리게 된 것이죠.
박웅현 처음 제안받았을 때 타 광고 제작사와의 경쟁 프레젠테이션 없이 곧바로 TBWA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광고 제작 전에 아이스크림에듀를 깊이 연구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드렸죠. 그래야만 광고에 아이스크림 홈런 2.0의 진정성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흔쾌히 허락해주신 덕분에 약 3개월간 교육업계 전반을 버드 뷰Bird View로 조망하면서 기업의 철학을 새롭게 발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윤석 기존 교육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주요 기능과 디자인, 광고에 이르기까지 성적을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른바 ‘1등 만들기’에 주력하죠. 하지만 아이스크림에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질문을 던지며 배움의 즐거움을 스스로 알아가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TBWA에서 저희의 방향성을 이해하시고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이라는 메시지(슬로건)를 도출했죠. 덕분에 새로운 아이덴티티와 제품 디자인, 콘텐츠까지 모두 일관된 맥락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어요.

박웅현 리서치 과정에서 메시지는 창립 당시부터 이미 기업 정신으로 내포되어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다만 명확한 문장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그리고 신제품 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아이스크림 홈런 2.0의 목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의 형성’을 공통적으로 언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공부하길 바라는 철학과 이 키워드를 결합해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이라는 문구를 만들었죠. 아이스크림에듀와 여러 차례 진행한 워크숍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양측이 난상 토론을 벌이며 올바른 방향을 점검했죠.
이윤석 워크숍은 제게도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한 갑을 관계가 아닌 ‘원 팀’으로 서로 소통한 덕분에 양질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가령 광고 제작사와 협의하다 보면 각자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키려고 하기 마련인데, 박웅현 대표께서는 오히려 저희 입장에서 제작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셨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
박웅현 제작 비용이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이것 또한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당시 같이 일한 제 후배들은 저를 좀 미워했겠지만요.(웃음) 완성된 광고는 어떻게 보셨나요?
이윤석 기존 교육업계의 광고와 달라서 좋았어요. 유명한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높은 성적을 강조하는 경쟁 업체들에 비해, TBWA가 제작한 광고는 그저 간결하게 교육의 본질을 되물었죠. 전체 광고도 ‘말 걸기’ 편과 ‘매니페스토’ 편, ‘팩트’ 편으로 나누는 등 형식 면에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말 걸기’ 편은 제품을 전혀 노출하지 않고, 지금의 교육에 관한 화두를 던지며 시청자들이 성찰하도록 유도했죠.

“지금의 교육 시장에는 아이를 자연스럽게 책상 앞으로 이끌고 흥미를 유발하는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_이윤석 아이스크림에듀 대표
박웅현 먼저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핵심 철학을 담은 ‘매니페스토’ 편을 바로 공개하면, 진정성 없이 그저 좋은 이야기를 하는 광고로 소비되다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다수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먼저 제시하고, 이후 ‘매니페스토’ 편에서 아이스크림 홈런 2.0의 비전을, ‘팩트’ 편에서 제품의 세부 기능과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편성했어요. 내년 2월까지 소비자들에게 광고가 제대로 도달하는지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매체 노출 전략을 수정할 계획입니다.
이윤석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탄생한 광고가 공감을 불러오기를 바랍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든 생각인데, 교육과 디자인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동안 교육업계는 디자인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아이스크림에듀가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처럼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웅현 동감합니다. 교육계에서 디자인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봐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품의 외관을 구성하는 행위를 넘어 사용자의 니즈를 철저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넓은 의미로서의 디자인이 필요하죠. 다만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보다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겁니다. 교육 서비스의 사용자는 아이지만 구매자는 부모니까요. 학부모가 원하는 바를 면밀히 파악하면서도 학습자의 욕구와 사용 행태를 관찰해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앞으로 교육업계에서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이윤석 맞습니다. 지금의 교육 시장에는 아이를 자연스럽게 책상 앞으로 이끌고 흥미를 유발하는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공부에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박웅현 제가 자녀 교육과 관련된 강연을 할 때마다 항상 하는 말입니다만, 학부모는 아이를 기계가 아닌 유기체로 바라보는 교육을 진정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은 기계처럼 입력하는 대로 결괏값을 도출하지 않잖아요. 책을 10권 읽은 아이가 1권 읽은 아이보다 10배 똑똑하리라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요. 이 이야기를 디자인에 대입해보면, 학생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생 각자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돕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