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스팟 2024] 도시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공간 ① #타임믹스, #다감각

먼저 만나는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속 서울디자인스팟. 플래그십 스토어, 전시 공간, 편집숍, 카페, 호텔 등 지금 서울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디자인스팟 2024] 도시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공간 ① #타임믹스, #다감각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650만 명(2023년 1~9월까지, 서울시 연도별 관광 통계 현황)을 돌파한 지금, 서울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디자인플러스는 공간 마케팅 플랫폼 ‘헤이팝’과 함께 디자인 관점에서 서울을 여행하는 방법을 찾았다. 트렌드의 첨병인 플래그십부터 안온한 공간에 이르기까지 총 110곳의 디자인 스폿을 모으고 이를 10가지 키워드(지속가능성, 거장의숨결, 인스타그래머블, 타임믹스, 플래그십, 다감각, 취향공동체, 트랜스포밍, 큐레이션, 디자이너테이블)로 분류했다. 이 공간들은 202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기간에 장외 전시의 일환인 ‘서울디자인스팟’으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디자인플러스는 11월 5일부터 하루 한 편씩, 두 개의 키워드를 묶어 총 다섯 편에 걸쳐 ‘서울디자인스팟 2024’를 소개한다. 플래그십 스토어, 전시 공간, 편집숍, 카페, 호텔 등 서울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공간들 중에서 2023년 이후에 오픈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키워드 #타임믹스, #다감각

과거는 흐르는 게 아니라 축적되는 것이다. ‘#타임믹스’는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에서 발굴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을 소개한다. 이제 시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공감각적 체험을 유도하거나 감각의 전이를 실험하는 ‘#다감각’ 공간이 부상 중이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타임믹스 #다감각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하루를 나기란 쉽지 않다. ‘아메리카노를 수혈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만큼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만큼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이런 와중에 새롭게 간판을 다는 카페가 있다면 필히 커피 그 이상의 콘텐츠를 선보일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카페 과포화 시대를 맞이한 스타벅스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몇 해 전부터 ‘스페셜 스토어’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안하는 스타벅스 스페셜 스토어는 더(The) 매장과 콘셉트 스토어로 나뉜다. 더 매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경치에 초점을 둔 공간이고, 콘셉트 스토어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카페를 찾는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장소다. 올해 9월에 문을 연 장충라운지R점은 후자에 해당한다. 스타벅스의 열 번째 스페셜 스토어로, 인적이 드문 장충동 골목에 자리한 2층 저택을 새로 단장해 만들었다.

1960년대에 지은 이 집은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건축물에서 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공간 전체를 꿰뚫는 가로선 구조는 나상진의 수평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갤러리처럼 꾸민 차고지를 지나 실내에 들어서면 7개의 방이 나타난다. 기존 가정집 구조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뮤직 룸’, ‘리딩 룸’, ‘파이어 플레이스 룸’ 등 방마다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공간에 스며든 경험의 밀도를 끌어올리면서도 재방문을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인 셈이다. 곳곳에 놓인 가구와 오브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르코르뷔지에의 LC1 체어, 루이지 마소니가 디자인한 구찌니 모아나 램프 등 가구 애호가라면 한눈에 알아볼 법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가 공간 분위기를 농익게 하고, 초인종·벽난로·샹들리에 등 이 집의 역사와 함께해온 오래된 기물이 장소의 헤리티지를 이어나간다. 아메리카노 한 잔만으로는 아쉬운 이라면 커피로 시작해 디자인으로 끝나는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에서의 여정에 동참해보자.

기획·운영·시공·브랜딩 및 인테리어·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에스씨케이컴퍼니
주소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4길 25
운영 시간 09:00-21:00
오픈 일자 2024년 9월

선잠

#타임믹스 #다감각

논스페이스 신중배 대표가 운영하는 F&B 공간. 논스페이스 본사가 자리한 성북동의 지역성에 주목한 신중배 대표는 오래전 이곳에서 선잠제가 열렸다는 조선 시대 기록에서 공간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다. 선잠제는 인간에게 처음 양잠과 직조를 가르친 서릉씨를 모시고 풍요로운 누에 농사를 기원하는 제사를 말한다. 사라진 양잠 문화를 계승한 공간 곳곳에는 누에와 명주실 모티브가 녹아 있다. 명주실로 감싼 입구 문손잡이가 손끝에 고운 감촉을 남기고, 붉은 실로 홍전문을 형상화한 게이트는 액운을 막아주는 장치다. 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누에를 형상화한 소파와 직기를 모티브로 만든 누에실 조명 등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뽕나무와 오디 향을 담은 향수, 명주실이 감겨 있는 촉감을 표현한 도자 잔을 개발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엮어 탄생한 카페 선잠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공감각적 심상으로 승화시킨 곳이다.

기획·운영·시공·브랜딩 및 건축·인테리어·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논스페이스
사진 모디스트 필름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56
운영 시간
11:00-20:00(월요일 휴무)
오픈 일자 2024년 7월

서울브루어리 성수

#타임믹스

수제 맥주 양조장인 서울브루어리는 크래프트 맥주 탭하우스와 복합 문화 공간을 겸하고 있다. 2018년에 론칭한 이 브랜드의 목표는 ‘수제 맥주를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기’. 브랜드 초창기부터 서울 도심 한복판, 도시인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고집해온 이유다. 이런 진정성은 장소 선정에서도 드러난다. 1호점인 합정점은 가택을 개조했고, 뒤이어 문을 연 한남점은 상가 건물에 터를 잡았다.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수제 맥주 문화의 발신지를 자처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봄, 성수동 연무장길에 지상·지하 총 7층 건물을 맥주와 사람, 그리고 문화로 채운 건물을 올렸다. 서울에서 크래프트 브루어리로는 최대 규모. 서울브루어리 성수가 자리한 연무장길이 1960~1990년대에 수많은 제조업체의 전초기지였던 만큼 화려했던 공업 단지의 영광과 흔적, 그곳을 일궜던 이들에 대한 존중과 향수를 공간에 녹였다. 건물 안팎의 노출형 파이프라인은 ‘공장(양조장)’의 맥락을 담은 건축적 요소다. 공업 도시 성수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가정과 역사를 이룬 곳, 그 장소성에 스며들어 맥주를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서울브루어리라는 브랜드는 인문학적이다.

기획·운영 서울브루어리
건축·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및 인테리어·가구·조명 디자인 더퍼스트펭귄
시공 쓰리스퀘어종합건설(건축), 더퍼스트펭귄(인테리어)
조경 디자인 그로우즈
사진 홍기웅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28-12
운영 시간 11:00-24:00
오픈 일자 2023년 4월

올댓재즈

#타임믹스 #다감각

이태원 골목에 자리한 올댓재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클럽이다. 1976년부터 라이브 재즈 연주를 선보여온 역사적인 장소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을 키워낸 성지와 같은 곳이다. 세계적 명소인 미국 뉴욕의 재즈 클럽 ‘블루노트’가 문을 연 게 1981년이니 올댓재즈가 공백기 없이 계속 영업을 이어갔다면 그보다 역사가 훨씬 길 터. 팬데믹으로 1년여간 문을 닫은 올댓재즈는 작년 1월 새로운 장소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했다. 문을 열면 쏟아지는 붉은 조명과 곡면 유리 벽이 등장하고, 실내 전체를 감싸는 레드 컬러가 강렬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이 공간을 지나면 붉은색 커튼이 감싸 안은 듯한 공간이 등장한다. 디자이너는 이 커튼을 올댓재즈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장치로 해석했다. DJ 부스와 바, 안내 데스크 등도 붉은색으로 연출해 통일감을 줬다. 천장에 수평으로 설치한 액자는 올댓재즈가 거쳐온 40여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브제이며, 조명 또한 올댓재즈 진낙원 회장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던 것을 공간에 맞게 새로 보완한 것이다. 천장에 수평으로 설치한 액자 역시 올댓재즈의 역사와 함께해온 자산이다. 새로운 공간에 걸맞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리뉴얼했다. 올댓재즈의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고전적인 세리프체 위에 리드미컬한 율동감으로 변주를 주었는데, 그 변화무쌍한 모습이 꼭 재즈의 운율을 닮아 있다. 오랜 세월 재즈 불모지에서 제자리를 지켜온 올댓재즈가 디자인이라는 새 옷을 입고 한층 건재해진 모습이다.

기획·운영 올댓재즈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mttb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hypt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6 2층
운영 시간 일-목요일 18:00-24:00, 금-토요일 18:00-01:00
오픈 일자 2023년 1월

이오이 서울

#타임믹스 #다감각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이오이 서울은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가 운영하는 카페 겸 갤러리다. 이오이(EOE)는 ‘Essence Of East’의 약자로, 한국의 재료와 동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선보이며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직조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지역의 전통과 공간의 역사를 존중하는 태도는 건물 내 · 외부 디자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오래된 한옥을 공간 용도에 맞게 수리하면서도 툇마루 등 전통적인 한옥의 공간 구조를 재현했고, 사이니지를 비롯해 곳곳에 사용한 고재 역시 기존 한옥의 구조물을 재활용한 것이다. 구석구석에 놓인 소품과 기물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임정주 작가의 문손잡이, 이윤정 작가의 풍경 등 공예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공간의 감도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켜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오이 서울에서는 시선이 가닿는 모든 곳이 볼거리다.

운영 이오이앤코
기획·건축·브랜딩 및 인테리어·브랜드 아이덴티티·가구 디자인 인테그
시공 에이비씨그룹, 광백개발
조명 디자인 스튜디오 폼기버
조경 디자인 더숲, 제이디가든
사진 이우경 기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3
운영 시간 월-금요일 10:00-18:00, 토-일요일 및 공휴일 11:00-19:00
오픈 일자 2024년 5월

Red11

#다감각

멀리 떠나지 않고도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현대카드는 그 해답을 미식에서 찾았다. 지난 8월 도산공원 인근에 새로 문을 연 Red11은 현대카드가 새롭게 선보이는 F&B 공간으로, 딤섬 바와 브랜디 바가 나란히 붙어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먼저 마주하게 되는 딤섬 바는 뉴욕 차이나타운의 홍콩 식당을 모티프로 했다. 빨간 조명과 벽에 붙은 전단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홍콩 방송 라디오 소리까지 로컬 차이나타운의 무드를 그대로 옮겨왔다. 찜기와 식기, 포장 용기에까지 일관된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해 공간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식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로고는 영문과 한자를 세로로 병기했는데, 이는 중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패널 메뉴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편 딤섬 바 뒤로 보이는 철문 너머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프렌치와 쿠바 스타일이 혼재한 이곳은 서울에 흔치 않은 브랜디 바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주종을 새롭게 맛보며 나만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Red11이 선사하는 감각과 경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섬세하게 큐레이션한 음악과 필름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공간 곳곳을 장식한 오브제와 가구가 예술적 영감을 일깨운다.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면 Red11을 방문해보자. 국경과 문화, 미식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감각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기획·브랜딩 및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현대카드
인테리어 디자인 디자인 스튜디오 마움
사진 우창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8-10 1층
운영 시간 17:00-23:00 (일요일 휴무)
오픈 일자 2024년 8월

[서울디자인스팟 2024] 도시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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