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주목한 콜롬비아의 섬유 예술가, 올가 데 아마랄

유럽에서 열린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콜롬비아 출신의 섬유 예술가 '올가 데 아마랄(Olga de Amaral)'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유럽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 작품까지 망라해 소개한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주목한 콜롬비아의 섬유 예술가, 올가 데 아마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콜롬비아 섬유 예술가 ‘올가 데 아마랄(Olga de Amaral)’의 작품 세계를 돌이켜 보는 대규모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2일부터 오는 2025년 3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완성한 90여 점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대다수의 작품이 작가의 고향인 콜롬비아 밖에서 공개된 적 없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는 장식용 금박을 활용한 ‘브루마스(Brumas)’ 외에도 섬유를 연구하고 탐구한 실험적인 초기작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올가 데 아마랄은 누구?

올가 데 아마랄은 콜롬비아 출신의 섬유 예술가다. 1932년 태생으로 쿤디나마르카 공립 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 미시간의 크랜브룩 예술 대학(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수학하며 모더니즘의 원칙과 콜롬비아의 고유한 전통, 콜럼버스 시대 이전의 예술을 접하며 작업에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핀란드 출신의 미국인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마리안네 스트렝엘(Marianne Strengell)의 직조 공예 워크숍에서 섬유 예술을 처음 접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올가 데 아마렐 전시 전경 ©Cyril Marcilhacy

저는 작품 표면을 쌓아 나가면서, 명상과 사색, 감상을 담은 공간을 만듭니다. 표면을 형성하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개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이와 같이 작품 역시 각각의 개별적 요소가 지닌 분위기의 깊이를 전체로 구현합니다.

올가 데 아마랄(Olga de Amaral)

그녀는 1960년대부터 린넨, 면, 말총, 석고 가루, 장식용 금박, 팔라듐 등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활용해 섬유라는 매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작가는 직접 실을 짜고, 매듭을 짓거나 땋는 등 입체적인 작품을 한땀한땀 만든다.

태피스트리의 전통을 벗어나는 작품들

올가 데 아마랄은 크랜브룩 예술 대학 재학 시절에 색채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뿐만 아니라 소재와 구성 및 기하학을 활용한 급진적인 실험에도 적극적이었다. 1955년 고향으로 돌아온 작가는 콜롬비아의 전통적인 텍스타일에 관한 지식과 본인이 탐구한 다양한 기법을 결합해 독자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 안데스의 고원과 계곡, 광활한 열대 평야 등 역사와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형태와 색조가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했다. 별과 안개라는 뜻을 지닌 시리즈 작품 ‘에스텔라스(Estelas)’와 ‘브루마스(Brumas)’가 대표적이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올가 데 아마랄’ 전시 ©Marc Domage

‘에스텔라스’는 탄탄하게 짜여진 면의 구조에 석고 가루를 두껍게 한 층 바르고 나서 아크릴 페인팅과 장식용 금박을 더해 원단 특유의 흔적을 모두 감춘 것이 특징이다. 마치 동굴 속에서 아래로 자라는 금빛 석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브루마스’는 속이 비치는 입체적인 텍스타일이 움직이며 면 원사에 바로 채색해 완성했다. 단순하고 기하학적 패턴이 드러나는 형식이 눈길을 끈다. 작품을 마주친 관객은 마치 구름과 이슬비 사이를 걸어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 디자인 콘셉트는 미래의 고고학?

한편 이번 전시의 공간 디자인도 흥미롭다. 프랑스 출신 레바론 건축가 리나 고트메(Lina Ghotmeh)가 맡았다. 이번 전시 공간 디자인은 ‘미래의 고고학(archeology of the future)’이라는 접근 방식을 도입했다. 장소와 작품에 담긴 기억으로부터 영감을 이끌어냈는데, 관객은 시간을 초월해 감정과 감각으로 가득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올가 데 아마랄’ 전시 ©Marc Domage

로타 바움가르텐(Lothar Baumgarten)이 디자인한 정원에 둘러싸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빌딩의 1층 슬레이트 스톤은 작품이 안팎으로 연결되는 풍경을 연출한다. 마치 수 많은 돌이 놓인 거친 자연 속에 작품이 전시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품의 대조적인 매력과 크기, 배치를 활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연출해 작가의 작품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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