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입은 수소 기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수소 충전소의 모습은?
최근 수소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 오토바이, 선박 등 수소 연료를 활용한 이동 수단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수소 충전소까지, 새로운 에너지원을 위한 디자인이 적용돼 눈길을 끈다. 디자인을 만난 수소 기술을 소개한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해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을 비롯하여 수력, 풍력, 파력 등 자연 환경을 활용하여 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전기로 구동하는 기기에 대한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수소’와 관련된 기술들이다.
수소 기술을 논할 때 수소 자동차가 가장 먼저 언급된다. 수소차는 말 그대로 수소를 연료로 하여 구동하는 차량이며,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라고 불린다. FCEV 차량은 전기차가 배터리로 동작하는 것과 달리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 전지를 이용하여 움직인다.
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기술은 고압의 수소를 기기 내 연료 탱크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충전 시간은 3-5분 내외로,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과 비슷하다. 또한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전에 효율적이다.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시간이나 주행거리를 생각한다면 장점이 크지만, 수소 생산 및 저장에 관련한 비용과 안전 문제 등 제약이 따르고 있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 기술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 필요한 전력은 재생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성한 후 배출되는 것은 물 밖에 없기에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다. 수소 충전 기술은 자동차 외에도 기차, 선박, 항공기 등 다양한 운송 수단에 적용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원으로서 산업과 가정의 에너지 공급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다양한 운송수단에 활용되는 수소 연료 기술
이런 장점 때문에 수소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 외에도 오토바이, 선박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20일, 가와사키는 일본 미에현 스즈카 시의 스즈카 서킷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 ICE) 오토바이의 공개 시연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존 닌자 H2 모델의 엔진을 개조했으며, 차체에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량의 엔진 오일이 연소되어 약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기는 하지만 전체 배출량은 기존 엔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다고 한다. 앞으로 가와사키는 수소 ICE 오토바이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2030년대 탄소 중립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 진행된 2024 모나코 요트 쇼에서 선보인 산로렌조(Sanlorenzo)의 50스틸 슈퍼요트(50Steel Superyacht)는 친환경 선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와 공동 개발한 리포머 연료전지 시스템(Reformer Fuel Cell system)이 내장되어 있는 점이 이 요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친환경 메탄올을 이용해 수소를 생성하고 이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수소를 저장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마다 생성해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활용과 더불어 이 요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는 엔진과 기계 부품을 수평으로 배치하여 수직 공간을 최소화한 하이브리드 엔진 룸(Hybrid Engine Room, HER)을 설계했다. 이 설계 덕분에 요트 하단부에 넓은 후면 비치 클럽과 스파, 체육관을 갖춘 오션 라운지가 마련되어 요트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동시에 탑승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수소 연료는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아 비행기에 이상적인 연료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비행기 운행 중에 발생하는 탄소가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수소 연료가 더욱 환영받고 있는 중이다. 에어버스, 보잉 등의 항공기 제조사들이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수소 항공기 개발을 활발히 연구 중에 있다. 이들은 2035년경 수소를 사용하는 상용 비행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수소 충전소
환경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는 디자이너들이 수소 충전소를 디자인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과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수소 충전소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수소 모빌리티 회사인 HRS와 1년 간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충전소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 스탁은 수소를 깨끗한 구성 요소, 존재하지 않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여겼다. 자신이 느낀 수소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거울과 유리 등 빛을 반사하는 소재를 적극 활용해 주변 환경과의 경계를 허물었다. 마치 충전소가 공간 속에 녹아든 듯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수소의 순수함과 청정성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자하 하디드 건축 사무소는 세계 최초의 녹색 수소 충전 인프라 설계를 공개하며 청정 에너지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인 ‘냇파워(NatPower)’ 그룹의 자회사 ‘냇파워 H (NatPower H)’와 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억 유로(약 1,498억 원)가 투자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6년 동안 지중해 전역에 100개의 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 완공될 충전소들은 연간 최대 3,650톤의 수소를 공급하여 지중해에서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 약 45,000톤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중해의 다양한 위치와 상황에 맞춰 완공될 충전소들은 해양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줄무늬 구조와 유동적인 기하학 패턴을 반영하여 설계되었으며, 재활용 자재와 지속 가능한 건설 기술로 지어질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 설계 및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 건축 기술에 특화된 건축 사무소의 노하우를 백분 활용하여 환경을 위한 수소 충전소가 세워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경량화되는 수소 저장 장치
올해 일본 모빌리티 쇼 비즈위크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토요타의 휴대용 수소 카트리지 기술이었다. 토요타는 2년 전 자회사 우븐(Woven)을 통해 이 기술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고, 이후 꾸준한 개발을 이어왔다. 이번에 공개된 버전은 백팩에 넣을 수 있는 크기와 무게에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 휴대성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토요타는 차에 카트리지를 꽂아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과 더불어 린나이와 함께 개발한 수소로 작동하는 요리 기구를 선보이며 자사의 개발품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건물이나 오지 등에서 전력을 공급할 때 수소 카트리지가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소 에너지를 일상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도입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처럼 휴대성과 활용성이 뛰어난 수소 카트리지 기술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소는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그래서 발전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고도의 기술과 비용이 들며, 안전한 운용을 위해 특수한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수소 연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중대한 문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수소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