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말하는 디자인,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암스테르담은 어떻게 도시 브랜딩에 성공했나?

암스테르담 비주얼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는 디자인과 브랜딩의 경계를 확장한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암스테르담이 어떻게 '도시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했는지 알아보자.

도시를 말하는 디자인,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도시 아이덴티티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도시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이미지로 다가간다. 도시 브랜딩은 단순한 로고나 슬로건을 넘어 도시의 본질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는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에 뿌리내린 삶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지리적 좌표를 묻는 것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탐구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도시 브랜딩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사회 참여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함으로써 도시의 장기적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필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암스테르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암스테르담 비주얼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는 디자인과 브랜딩의 경계를 확장한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아 왔으며, 복잡한 기존 비주얼 시스템을 정리하여 도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시민과 관광객이 각자의 시각으로 도시를 해석하도록 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암스테르담이 어떻게 ‘도시라는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재탄생했는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디자인과 브랜딩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망해 보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로에 선 아이덴티티

©EdenSpiekermann, ©Thonik

2000년대 초반,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시스템은 혼란 그 자체였다. 수십 개의 로고와 디자인이 일관성을 잃고 뒤섞여 있어 도시 이미지를 명확히 전달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암스테르담 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독일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디자인 및 브랜딩 에이전시인 에덴스피커만(EdenSpiekermann)과 협업해 도시 브랜드의 일관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다양한 특성을 통합하면서도, 각 지역과 부서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목표로 했다.

©EdenSpiekermann, ©Thonik

프로젝트는 단순히 시각적 요소를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암스테르담 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간담회, 이미지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암스테르담을 어떻게 느끼고, 어떤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는지를 파악했다.

강점 중심의 브랜딩 전략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암스테르담은 강점 중심의 브랜딩 전략을 채택했다. 도시의 약점을 감추기보다는 강점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암스테르담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매력적이고 독특한 특성을 부각시켰으며, 시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외부에 그 도시만의 특별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의 브랜딩 과정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다양한 협력 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이다. 여러 협력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각기 다른 부서와의 협력이 가능한 유연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러한 협력은 암스테르담을 강력한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시는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해 매뉴얼을 개발하고, 800여 곳의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업, 학교, 지역 단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암스테르담은 관광 대신 비즈니스와 지식 기반 마케팅으로 전략을 전환하여 유연하게 대응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암스테르담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혁신적인 비주얼 시스템, Shape Alphabe

©EdenSpiekermann, ©Thonik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핵심은 바로 ‘Shape Alphabet’이라는 독창적인 디자인 시스템이다. 세 개의 붉은 십자(XXX)를 중심으로 한 Shape Alphabet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도시의 여러 행정 부서와 지역 사회가 각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암스테르담은 통일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시민과 방문객들이 도시를 독창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Shape Alphabet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Stijlweb’이라는 디지털 플랫폼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공공기관과 파트너들이 암스테르담의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디자인 자산을 쉽게 접근하고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EdenSpiekermann, ©Tho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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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암스테르담 산스(Amsterdam Sans)’라는 전용 서체도 개발했다. 볼드 먼데이(Bold Monday)와 협력하여 디자인한 이 서체는 기존 서체인 아베니르(Avenir)를 대체했다. 가독성과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암스테르담 산스는 도시의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디자인 매뉴얼과 일관성 유지

암스테르담은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 매뉴얼’을 마련한 것은 브랜딩 효과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마련한 매뉴얼은 공공기관과 파트너들이 암스테르담의 시각적 언어를 통일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브랜드 색상, 로고 사용 규칙, 서체 및 기타 구성 요소들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창의성과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 매뉴얼은 단순한 지침서를 넘어, 도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관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스토리텔링과 복잡한 정보 전달을 위해 고안된 아담과 이브 ©EdenSpiekermann, ©Thonik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에는 암스테르담이 대규모 재조직을 통해 단일화된 정체성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에이전시 에덴스피커만과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토닉(Thonik)은 기존의 정체성 시스템을 단순화하면서도, 활기차고 다채로운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아담과 이브’라는 새로운 시각적 아이콘을 추가해, 스토리텔링과 복잡한 정보 전달을 지원하는 모듈형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 아이콘은 개방성과 적응력을 상징하는 인물 형태로 변화하는 도시 이미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스토리텔링과 복잡한 정보 전달을 위해 고안된 아담과 이브 ©EdenSpiekermann, ©Thonik

암스테르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는 도시 브랜드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조명한 사례로, 도시의 다양한 특징을 일관성 있게 반영하면서도 개별적 특성을 살린 시스템을 구축했다. 암스테르담은 도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진화할 수 있는 유연한 브랜드 시스템을 제시하며, 도시 브랜딩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줬다.

도시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니다. 디자인은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그곳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정서적 연결을 도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로, 시각적 상징을 통해 사람들이 도시를 쉽게 인식하고 기억하도록 돕는다. 암스테르담의 사례는 디자인이 가지는 본질적인 힘을 잘 보여준다. 도시의 특성을 담은 디자인 언어는 시민과 방문객이 도시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암스테르담 다운’ 정체성을 경험하게 한다.

©EdenSpiekermann, ©Thonik

또한 도시 브랜딩은 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기여를 한다. 명확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도시를 독특한 브랜드로 만들어 관광객과 투자자들에게 도시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디자인을 통한 브랜딩은 도시의 이야기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며, 도시가 특정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암스테르담은 특정 장소,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문화를 하나의 통일된 경험으로 묶어 도시를 사람들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브랜드로 만든 데 성공했다. 암스테르담의 브랜딩은 디자인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도시 브랜딩 프로젝트에 있어 더 면밀한 접근과 폭넓은 참여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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