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간판 디자인 프로젝트

공공 디자인의 나비 효과 시작되다

갈수록 소외되어가는 시골 마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방법 역시 ‘디자인’이다. 기념비적인 디자인 모델로 성공해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에서 공공 디자인 부흥 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한다. 총괄 기획한 전주대학교 이영욱 교수와의 일문일답으로 프로젝트의 자초지종을 들어보자.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간판 디자인 프로젝트

30여 개의 상가가 마주한 작은 시골 마을이 예쁜 간판으로 단숨에 유명해졌다. 원래 이 마을 인근에는 백운동 계곡 등 유명 관광지가 있어 여름철이면 도시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대개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TV나 신문을 보고 사람들이 점점 몰려오기 시작했다. 언론의 속성이 그렇고, 민족성이 그러하듯 신기한 간판이라는 반짝 뉴스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진정한 디자이너라면 이제 막 대대적인 에코 뮤지엄(생태학ecology과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제한된 공간에 전시하는 박물관과 달리 개방형 공간의 포괄적 의미의 박물관을 말한다)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여겼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대학교의 후원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결과만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것은 간판이다. 하지만 올해 안내판, 이정표 등을 새로 만들 예정이며 자전거 도로와 같은 실험적인 디자인이 선보일 것이다. 갈수록 소외되어가는 시골 마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방법 역시 ‘디자인’이다. 기념비적인 디자인 모델로 성공해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에서 공공 디자인 부흥 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한다. 총괄 기획한 전주대학교 이영욱 교수와의 일문일답으로 프로젝트의 자초지종을 들어보자.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간판정비사업

콘셉트 대화와 소통, 이야기가 있는 간판 만들기
장소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대상 21개 사업주의 34개 간판
사업 주체 전주대학교 X-edu 사업단
총괄 기획 전주대학교 도시환경미술과(pa.jj.ac.kr) 이영욱 교수
기획 시민문화 네트워크 티팟 (www.tea-pot.co.kr, 조주연 대표, 김선미)
디자인 회사 벼레별기역(02-325-5683)
아트디렉터 남정
디자이너 이현숙, 김유나, 김형건
제작 및 제작감수 산디자인 정문성 실장

Interview
이영욱 전주대학교 도시환경 미술학과 교수

이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전주대학교(X-edu 사업단)와 진안군이 협정을 맺어 산학협력 사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사업단의 관련 교수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아, 진안군 마을 만들기 팀장(구자인 박사)과 협의하여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에서 간판 만들기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에 앞서 원초적 고민은 무엇이었나?

‘첫째, 그저 간판을 바꾸는 정도로 무슨 커다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둘째, 간판을 바꾸는 것이 마을에 제일 시급한 사항인가?’ ‘셋째, 간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 것인가?’ ‘넷째, 주민들과는 어떻게 대화해나갈 것이며 이 사업이 그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차후 주민들에 의해 그 성과가 지속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이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백운면 에코 뮤지엄 조성 계획’에 힘입어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처음에 주민들은 어떤 간판을 원했나?

처음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간판 개선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지만 동네가 좋아진다면 바꿀 의향이 있었다. 돈이 들어간다면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곳도 적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 원하는 간판은 ‘밝고 따뜻한 간판’이 중심을 이뤘다.

간판 개선 작업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

길게는 40년 이상을 지켜온 상점들의 세월과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조형적인 면으로 본다면 작고 낡은 건물을 짓누르지 않는 무겁고 크지 않은 간판,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 간판이 그것이었는데 오랜 세월을 상점과 마을을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가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기존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자칫 새로 개선된 간판에 짓눌려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삶의 이야기를 담은 간판을 위해 어떤 디자인 효과를 노렸나?

적은 예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운영비에 대한 걱정이 많은 주민들의 요구로 전기료가 들지 않는, 즉 불을 켜지 않는 간판 중심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조명을 대신할 따뜻한 느낌은 전체적으로 간판과 활자의 크기와 비례를 조정함으로써 위압적이지 않고 아담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대치했다. 교체를 희망하는 상가를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교체를 희망하지 않는 가게 중 시골 마을의 정서와 맞지 않는 곳은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가능한 한 상점의 주인이 희망하는 방향에 맞춰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355호(2008.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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