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 건축 사진전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기록〉

좋은 건축 사진가는 건축의 표정을 드러낸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김용관은 스스로를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찾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건축가보다 건축물을 더 자세히, 오래 탐색한다.

김용관 건축 사진전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기록〉
비오토피아 석뮤지엄(2005). 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주저 없이 제주도로 날아갔다. 상상 속에만 있던 장면을 마주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해방촌에서 바라본 남산 사진은 많지만 남산에서 바라본 해방촌 사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김용관 작가는 이런 장면 또한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구 로댕갤러리(1999). 2008년 방화 이전의 남대문과 2016년 폐관 이전의 로댕갤러리가 함께 담긴 흥미로운 사진이다. 삼성 본관 옥상에서 촬영한, 이번 전시의 최고령 작품이다.

좋은 건축가를 만나면 건축물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게 된다. 좋은 건축 사진가를 만나면 어떨까? 건축의 표정을 읽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김용관의 전시가 반가운 이유다. 그는 스스로를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찾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연출을 대변하는 사진만 의뢰하는 이들은 제아무리 유명 건축가라도 그에게 거절당하곤 한다. 그가 건축 사진을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오랜 시간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건축가가 미처 보지 못한 장면까지 자신의 시각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뚜렷한 직업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김용관은 건축가보다 건축물을 더 자세히, 오래 탐색한다. 의뢰받은 작업을 모두 끝낸 후에도 일기예보를 접하며 건물의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르면 무작정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제주도에 도착해 찍은 ‘비오토피아 석뮤지엄’은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언급된다.

최봉림 사진 비평가는 “건축 사진의 첫 번째 기능은 의뢰받은 건축물의 적절한 기록이지만 김용관은 여기에 머무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는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30년간 수만 장의 사진을 찍은 김용관은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기록〉전을 위해 특별히 40여 점을 골랐다.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 실제 건축물도 아닌 건축 사진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원판 사진에 대한 근거 있는 자긍심으로 여기에 대한 대답을 마쳤다. 관람객들은 가로세로 각각 1m가 넘는 민낯의 건축 사진 앞에서 본질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용관 건축 사진전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기록〉
장소 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
기간 2023년 08월 06일까지

ddp forum 〈건축을 대상으로 한 기록의 미학〉
장소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
일시 2023년 06월 15일 16시
발표 & 토론 김용관, 김종신, 권태훈, 조성욱
모데레이터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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