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건축가의 숨〉전

올해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스튜디오 뭄바이Studio Mumbai를 이끄는 인도 건축가 비조이 자인Bijoy Jain의 특별전을 열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건축가의 숨〉전

침묵의 재발견

벽에 걸린 ‘선 타워Sun Tower’는 비조이 자인이 주황색 산화철로 염색한 비단실을 무수히 엮어 완성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동물 형상의 석재들이 이 작품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듯한 시노그래피를 연출했다. ⓒMarc Domage
붉은 면사로 그린 대형 라인 드로잉 너머로 석재 조형물과 대나무 의자를 설치해 물성 간의 대비를 이루었다. ⓒ Marc Domage

〈건축가의 숨(Breath of an Architect)〉이라는 전시명에는 만물의 근원인 공기와 물, 빛이 호흡을 통해 창조된다는 건축가의 세계관을 반영했다. 만물의 무상함과 무위를 추구하는 비조이 자인은 자신의 작품을 나비에 비유한다. 이렇게 탄생한 건축물의 잔해, 조각과 드로잉 등 수백 점의 작품을 통해 인도의 전통 기술과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재단의 아티스틱 매니징 디렉터이자 전시 총괄 큐레이터인 에르베 샹데Hervé Chandès가 제안한 이번 전시의 키 메시지는 바로 ‘침묵(Silence)’. 모두가 침묵할 때 들리는 소리를 지각하는 것이 비로소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강철과 유리 등 현대적 소재로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특징이 공간의 내·외부, 재료, 건축과 예술 간의 경계와 관계를 탐구해온 비조이 자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주변 환경을 투영하는 ‘타지아 스터디’는 예술과 건축, 재료와 공간의 결합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대나무를 황금빛이 도는 인도산 무가muga 실크 끈으로 묶고 부분적으로 금박을 덮어 쌓아 올렸다. ⓒMarc Domage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스튜디오 뭄바이 비조이 자인 전시대나무를 엮어 완성한 ‘프리마 마테리아’는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소통의 은신처로 기능한다. ⓒMarc Domage

반면 인위적인 것을 지양하고 자연 소재만을 사용하는 그의 작품은 하이테크 건축과 사뭇 대조적이다. 입구에 설치한 인간 형상의 테라코타 조각 ‘나자 바투Naza Battu’를 시작으로 대나무를 면실로 묶어 지은 은신처 ‘프리마 마테리아Prima Materia’, 산화철 안료로 염색한 붉은 면사로 그린 라인 드로잉, 석공의 손길이 깃든 돌조각과 공중에 매달린 금속 징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외부 빛을 차단해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는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면 동물 형상의 돌조각들을 중심으로 인도 마하라슈트라 지역에서 공수한 대나무와 실크로 짠 의자, 전통 가옥의 파사드, 무슬림 장례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물 ‘타지아 스터디Tazia Study’를 만나볼 수 있다. 통로로 이어지는 다음 전시실에서는 돌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 고요하고 차분한 호흡과 함께 명상에 이르게 한다. 섬세하게 설계한 작품의 그림자도 관람객의 직관적인 교류와 공명을 촉진하기 위한 연출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화가 후 류와 튀르키예계 덴마크 출신 도예가 알레브 에부지야 지에스바이Alev Ebüzziya Siesbye도 참여했다. 두 예술가는 표현과 움직임, 시간과 공간, 재료와 물질성을 탐구하는 비조이 자인의 작품 세계를 공유한 그래파이트 드로잉과 도자기를 각각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Interview

비조이 자인 스튜디오 뭄바이 창립자

©Thibaut Voisin

“침묵은 고요함, 정밀함과 긴장감 속에 머무는 상태로 그 자체로 충만한 소리이자 모든 생명체를 연결하는 숨결의 소리다. 이러한 침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내 작품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고요함 속에서 각자의 내면으로부터 들리는 공명과 함께 호흡하며 침묵을 재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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