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디자인 위에 지속 가능성 한 스푼, 케이크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모빌리티 디자인 파이어니어

19세기 후반에도 전기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1894년 영국 발명가 토머스 파커Thomas Parker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사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기술적 한계, 여기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채굴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금세 가솔린 엔진 자동차에 왕좌를 내줬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에디슨에 가려져 잊혔던 니콜라 테슬라가 오늘날 다시 주목받았듯 전기차 산업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소개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성공과 실패의 교차로에 서 있다. 하지만 성패와 상관없이 이들이 추구하는 혁신적 실험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모빌리티 디자인 파이어니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달콤한 디자인 위에 지속 가능성 한 스푼, 케이크
케이크의 주요 모델 중 하나인 마카.

브랜드만의 디자인 언어 = 고성능을 강조한 간결함

전기차에 이어 전기 바이크도 전도유망한 제품으로 급부상 중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 오토바이 시장 규모는 2021년 457억 달러에서 2030년 1095억 달러까지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전체의 약 3%에 불과해 사실상 블루 오션이다. 앞으로 다양한 전기 바이크 브랜드의 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에 정식 수입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 바이크 브랜드 케이크Cake는 2016년 스웨덴의 친환경 기업가 스테판 위테르보른Stefan Ytterborn이 설립했다. 그는 2004년 바이크용 헬멧 브랜드 POC(Piece Of Cake)를 론칭해 큰 성공을 거뒀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시의 소음과 매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 바이크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케이크의 핵심은 브랜드만의 디자인 언어. 거추장스러운 장식 대신 초경량, 고성능을 강조한 구조와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간결함이 돋보인다.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주요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석권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프로드 주행과 레이싱에 적합한 칼크Kalk, 바이크 초보자를 위한 기본형인 마카Makka, 사용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오사Ösa 등 모델별 특징에서 내연기관 바이크의 탑승 경험은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다양한 사용자들이 오사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모습.

특히 오사는 지난 4월 브랜드의 국내 론칭과 함께 선보인 ‘코리아 에디션’ 제작에도 활용되었다. 카 클럽 ‘에레보’가 하얀 도화지와 같은 셸 모듈을 디자인했다. 사용자의 취향을 담은 컬러나 그래픽을 입힐 수 있으면서도, 클램프 장치를 활용해 제품의 구조를 해치지 않고 간편하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픽은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아이르통 세나Ayrton Senna가 몰았던 포르쉐 956 머신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스웨덴 국기의 옐로와 에레보의 브랜드 컬러인 블루를 더했다. 간결한 디자인 덕분에 케이크가 마치 힙스터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케이크의 진정한 목적은 트렌디한 바이크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스웨덴의 국영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과 협업해 생산 라인 탄소화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남아프리카의 코끼리 밀렵꾼들을 추적하기 위해 태양열로 구동하는 전용 라인업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 얼마 전 CEO 스테판 위테르보른은 2025년까지 차체를 종이로 제작한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내에 지속 가능성 부서를 별도로 설립해 운영하는 등 케이크의 행보는 홍보용 전략이 아닌 기업 구성원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간결한 디자인부터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까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나아가는 케이크를 앞으로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ridecake.kr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모빌리티 디자인 파이어니어

다비드 곤살레스 David Gonzalez
케이크 리드 디자이너·아트 디렉터



“케이크의 디자인 언어는 가볍고 조용하며, 깨끗하고 재밌다.”

칼크를 탄 채 레이싱 묘기를 즐기는 모습.
남아프리카의 코끼리 밀렵꾼을 추적하기 위해 개발한 전용 라인업.

케이크를 처음 구상하던 당시 첫 스케치의 순간이 궁금하다.
창립자이자 대표인 스테판 위테르보른이 구상했다. 그는 전통적인 바이크의 프레임을 탈피해 더 가볍고 강하면서도 단순한 형태를 만들고자 했다. 칼크의 특징인 L자형 차체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일반 바이크에서 연상되는 공격적인 디자인이 느껴지지 않아 흥미롭다.
케이크의 디자인 언어는 가볍고 조용하며, 깨끗하고 재밌다. 기존 바이크가 다소 마초적이거나 복잡한 것과는 차별화된다. 이는 창립 멤버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자연이라는 동일한 운동장을 공유했다. 서핑, 엔듀로 라이딩, 스키, 등산, 트레킹 등 탐험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디자인 팀원 누구도 내연기관 바이크를 소유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전통적인 바이크 운전자와 달랐다. 전기 구동렬을 중심으로 케이크만의 고유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카 클럽 에레보가 디자인에 참여한 케이크 코리아 에디션.

케이크 디자인의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의 디자인은 언제나 브랜드와 제품의 목적을 지원한다. 분명한 당위 없이는 세부 사항을 추가하지 않으며, 항상 진실하고 정직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 결과가 합리적이고 제조업체 중심적이면서도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요즘 모빌리티업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유기적·감성적인 디자인과는 다르다. 유기적인 디자인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언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케이크의 목표는 언제나 재료의 최소화와 효율적이고 정밀한 설계이다.

케이크는 럭셔리 전기 바이크 브랜드인가?
럭셔리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프리미엄’은 혁신성과 성능, 품질에서의 고급을 의미한다. 사치는 즐거움을 주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케이크의 기본 정신과 정반대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 명확한 뜻이 없다면 진행하지 않는다. 모방 대신 창조하려고 꾸준히 노력한다. 또한 정확한 성과를 측정해 우리의 철학이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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