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스 여인택 대표
자동차 문화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자동차에 패션과 음악을 접목한 영상 콘텐츠에서 시작해 모빌리티의 혁신을 꿈꾸는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독보적인 팬덤을 구축하며 국내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는 피치스의 여인택 대표를 만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가 25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국민 2명당 1명이 자동차를 보유한 셈. 하지만 자동차를 문화와 결부시키는 대중적 인식은 요원한 편이다. 튜닝 카를 저급하게 바라보고 ‘양카’라고 부르는 현상은 자동차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과 LA에 기반을 둔 피치스그룹코리아는 이처럼 불모지 같은 자동차 문화를 개선하고 자동차 튜닝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중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면서 동시에 살뜰히 팬덤을 챙기는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자면 20여 년 전 한 대중 가수가 부르던 ‘미친 마니아들의 세상’이 이제 정말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생각이 든다.
*본 기사는 월간 〈디자인〉 2022년 10월호 기사를 재편집했습니다.
자동차에 패션과 음악을 더하다
피치스그룹코리아(이하 피치스) 설립 이전에 CNP컴퍼니 창립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원래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아무리 봐도 ‘백종원’과로 보이진 않는데.(웃음)
맞아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CNP컴퍼니를 요식업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요. 저는 창립 멤버이지만 그 회사의 투자자이기도 했는데 이런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원래 문화심리학을 공부했어요. 조직 문화, 음식 문화 등 다양한 문화 저변에 깔린 심리를 공부하는 것을 즐겼죠. 군 복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 심리학〉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순수 학문보다 비즈니스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로 관심사가 옮겨간 거죠.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유학시절 제가 좋아하던 음식 문화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당시 쌓은 노하우가 현재 피치스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이죠. CNP컴퍼니는 초기에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에 집중 한 회사였어요. 피치스의 초기 모델과 유사하죠. 새로운 문화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서 요식업을 활용한 셈인데 당시 일을 하면서 진짜문화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식이나 옷을 파는 행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CNP컴퍼니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자동차 문화로 전이해보고 싶었어요.
왜 자동차였나요?
CNP컴퍼니 시절 저는 배드파머스와 무차초라는 브랜드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그때 번 돈을 모두 자동차에 쏟아부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저를 돌아보게 됐는데 제가 차를 구매하면 좀처럼 그냥 두지 않더라고요.(웃음) 제 스타일로 개조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 문화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저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게 피치스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피치스는 초창기 영상 콘텐츠에 집중해 사업을 진행했어요.
처음 피치스를 구상할 때만 해도 자동차와 패션, 음악을 섞은 영상 콘텐츠가 국내에 많지 않았어요. 영상의 파급 속도와 영향력을 감안했을때 브랜드에 적용하면 꽤 훌륭한 사업이 될 거라 판단했습니다. 솔직히 처음부터 정교하게 사업을 설계하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자동차 문화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무언가 일을 꾸미고 싶었고 지금껏 보아오던 자동차 영상과 완전히 결이 다른 것을 만들고 싶었죠. 우리가 TV에서 익히 보았던 자동차 CF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멋진 슈트를 입은 남성이 차를 운전하고 차가 지나는 도로를 따라 가로등이 켜지죠. 이윽고 이런 카피가 나옵니다. “당신의 성공적인 삶을 응원합니다.” 그런 영상이 진부하다고 느꼈습니다. 피치스다운 영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매년 2월 일본에서 개최하는 도쿄 오토살롱 시즌에 열리는 포르쉐 전문 튜닝업체 RWB의 이벤트가 적격이었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상 릴리즈 4시간 만에 온라인 매거진 〈하입비스트〉가 커버했고 덕분에 빠르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었어요.
이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특별히 컬래버레이션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자금 마련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닙니다. 피치스라는 브랜드가 아직 마니악한 부분이 있는데 널리 알려진 대중 브랜드와 협업하면 우리 힘만으로 성장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를테면 코카콜라라는 브랜드에 프리라이딩을 하는 것이죠. 스타트업식으로 이야기하면 일종의 그로스 해킹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분명 B2B로 제작하는 영상인데 피치스다운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인 영상 프로덕션이었다면 그렇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사실 대외적으로 릴리즈된 영상만 봐서 그렇지 결렬된 협업도 적지 않아요.(웃음) 아까 이야기했듯이 B2B 영상 제작에는 피치스를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어서 저희 로고를 클라이언트의 로고와 병렬로 배치하거나 아예 두 로고를 결합한 새로운 디자인을 노출하는 것을 협업 조건으로 내겁니다. 한국타이어 프로젝트에서는 한국타이어의 헤리티지 로고에 도원(D8NE)의 무한대 로고를 결합시킨 로고를 만들었고, ‘실로 엮여 있다’는 의미의 F&B 브랜드 노티드와 협업할 때는 피치스 로고에 노티드 로고가 엮여 있는 느낌으로 로고를 디자인했죠. 지금은 〈플레이보이〉와 협업 중인데 피치스 로고의 ‘a’ 자리에 토끼 버니가 들어간 로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협업을 진행하면서 배우고 느낀 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게,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하는 것이 속성상 50 대 50으로 파이를 나눠 갖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결국 불평등한 관계가 되더군요. 누군가는 70을, 다른 누군가는 30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애초에 70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70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파트너와 일하려고 합니다. 도합 140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프로젝트에 임해야 설령 상대가 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더라도 절반 의 성취를 이루게 되더라고요.
확실히 브랜드 자체가 마니악한 면이 있어요. 팬덤 구축에 유리하겠지만 비즈니스 확장에는 다소 불리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요. 피치스를 설립할 때부터 저희는 10만 원을 쓰는 고객 1만 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를 깊이 공감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어 1000만 원, 1억 원까지도 쓰는 10명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한 명을 상대하더라도 완전히 KO시킬 수 있으면, 다시 말해 우리 브랜드에 완벽히 동화된 10명만 만들 수 있으면 그 10명이 다른 10명에게 우리 문화를 전파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니치한 메시지를 구사하는 브랜드가 메이저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본 것입니다.
브랜드 이야기를 좀 해보죠. 특히 바토라는 캐릭터 디자인이 인상적이에요.
피치스 로고의 이파리 부분은 사실 〈플레이보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약간은 섹슈얼한 코노테이션connotation을 가진 로고죠. 하지만 저희는 자동차 문화를 생각할 때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를 지나치게 부각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미 마니악하고 섹슈얼한 부분이 있는데 페르소나마저 지나치게 강하면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는 꼴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브랜드의 색깔을 중화시키고자 전략적으로 기획한 캐릭터가 바토였습니다. 바토는 영어로 엉덩이를 뜻하는 슬랭 ‘butt’의 이탈리아식 혹은 일본식 발음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피치스의 비전을 담은 공간, 도원
지난해 3월 도원을 오픈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오프라인 공간을 축소하던 시기라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연 배경이 궁금하네요.
많은 사람이 영상을 통해 피치스라는 회사를 접했는데 그들조차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밥을 먹고 사는지 이해를 못 하더군요.(웃음) 솔직히 처음에는 그걸 꼭 알려줘야 하나 싶었지만, 차츰 우리의 비전이 담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친구들을 초대해 뭔가 재미난 것을 꾸릴 수 있는 공간, 즉 우리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 구성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CNP컴퍼니에서 선배들 어깨너머로 이런저런 것을 배우면서 깨달은게 하나 있는데 오프라인 공간은 조성하는 것만으로 이미 어떤 한계를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인테리어 비용에 매몰되기에 십상이라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선택을 할 때가 있더군요. 특히 유행이 빠른 한국에서 고정된 인테리어에 천착한다는 건 굉장히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그래서 도원은 가변적인 개념의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사실 요즘 공간 비즈니스를 잘하는 곳이 정말 많잖아요. LCDC, 젠틀몬스터, 아더에러, 말똥도넛…. 공간을 통해 정체성과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브랜드들이죠. 그런데 피치스가 과연 그런 식으로 공간을 풀어내는 브랜드일지 의문이었습니다. 짜놓은 스크립트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공간보다 직접 튜닝하고 운전하는 차들로 공간을 채우는 게 우리에게 더 맞다고 봤어요. 그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도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역시 튜닝 같아요. 그런데 아직 국내에서는 튜닝 시장이 걸음마 단계라 회사 차원에서 보면 다소 모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자동차 문화라는 게 없는 것 자체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 자동차를 라이프스타일과 매칭하지 못했던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기본 이동 거리가 수십 마일씩 되는 미국에서는 자동차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고 그만큼 차가 삶에 가까이 밀착되어 있죠. 반면 우리는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니 상황이 다르죠. 하지만 저희는 다른 면에서 가능성을 보았어요. 한국인만큼 오늘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신경 쓰는 민족도 없잖아요.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다양한 패션 플랫폼이 고속 성장했다는 데에서도 그 욕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차려입고 타는 차는 하나같이 무채색에 별 특색이 없어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 시장이 블루오션이라고 봐요. 자동차 색깔을 바꾸거나 래핑을하거나 디자인을 더하는 행위가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옷으로 입겠다는 욕구와 동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확실히 자기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색깔을 적용한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N이라는 브랜드의 아이코닉 컬러는 우유를 섞은 듯한 하늘색이거든요. 자동차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각인시키기에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거친 배기음을 내며 달리는 차가 옆을 지나갈 때 많은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는데 이걸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꿀 것인가는 피치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 같습니다.
해킹, 튜닝, DIY…. 개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의 손에 완성된다는 공통분모가 있죠. 공급자 선에서 디자인의 A to Z가 완성되는 과거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요즘은 ‘내 것을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는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예나 지금이나 차체를 핑크로 도색하면 옆에서 “나라면 그 색으로 안 했겠다”라며 은연중에 눈치를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차주가 “내 차는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MZ세대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는데 그 단어가 바이럴되기 시작하면서 자기만의 개성을 찾는 세대가 형성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네요. 예전에도 신발, 의상 등에 이런 커스텀 문화가 존재했는데 피치스는 이 흐름이 자동차로 옮겨갈 것이라는 힌트를 넌지시 던져주고 있어요.
화제를 좀 바꿔보죠. 요즘 전기차 시장, 공유 모빌리티 등이 부상 중인데 이런 상황이 피치스 입장에서는 불리한 것 아닌가요?
거기에 대해선 두 가지 입장이 있어요. 일단 기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가 좀 다른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교통수단이었던 말이 지금은 승마라는 스포츠로 자리 잡은 것처럼. 내연기관을 갖춘 차를 타는 게 일종의 특권처럼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전기차의 성장과 더불어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커스터마이징 시장이 성장할 거라고 예견해봅니다. ‘오늘의 집’이라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자기 개성을 표출하는 인테리어 시장이 활기를 띤 것처럼 실내의 클러스터 디자인 또는 가구나 소품의 배치 등에서도 자유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입니다.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
이즈음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피치스를 어떤 브랜드라고 정의하나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피치스는 이런 브랜드가 되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여인택이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튜닝의 방식이나 디자인이 선호될 수밖에 없고 그게 곧 브랜드의 색깔이 되리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사람들이 회사로 유입되면서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원을 오픈할 때만 해도 팀원이 예닐곱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35명이 넘습니다. 하는 일도, 생각도 제각각이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피치스와 그들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결이 다른 경우도 많더라고요. 최근 우리 회사의 영상 감독 한 명이 “내 영상은 웨스 앤더슨풍의 키치한 스타일인데 그동안 보여줬던 강한 인상의 피치스 영상과 너무 달라 우려가 된다”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네가 들어와서 지금 만들고 있는 피치스의 이미지가 곧 피치스이니 걱정 말라”라고 답해줬습니다. 지금 피치스의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색깔과 메시지가 곧 2022년의 피치스가 되어야 하고 2023년, 2024년의 피치스는 당연히 또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늘어나고 비즈니스가 확장되면서 생긴 변화도 있나요?
사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일종의 격변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코어한 팬덤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겠다 싶었어요. 사실 도원을 열면서 노티드와 협업한 것도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에 조금은 편승해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어요.
피치스의 협업 영상 전략과 유사하군요.
맞아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대중적인 브랜드가 니치하게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니치한 브랜드가 대중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니치한 메시지를 잃지 않으면서 타깃은 조금 대중적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를테면 조금 낮고 특이한 차를 타고 다니는 차주들이 피해야 하는 주차장 리스트가 있어요. 노면 때문에 들어갔다 하면 바닥이 긁히고 휠이 찢어지는 그런 곳이죠. 티맵, 카카오 모빌리티 등 보통의 모빌리티 앱에서 이런 주차장 환경까지 알려주진 않는데 이들과 협업해서 이런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동차를 아끼는 이들이 선호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니치한 브랜드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네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게 피치스가 현재 주력 중인 주유소 프로젝트입니다. 사실 주유소는 차주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인데 인식 속에 서는 거의 죽어 있는 공간이었어요. 브랜드 로열티라는 게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래서 이 장소가 오히려 잠재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도원을 뛰어넘는 마일스톤을 고민하다 주차장을 떠올렸어요. 여기에 우리 색깔을 더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멤버십을 활성화시키면 피치스가 진짜 모빌리티의 혁신을 몰고 오는 회사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나중에는 세차장이나 자동차 극장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NFT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웹 3.0도 피치스의 화두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요즘 거론되고 있는 다른 NFT나 블록체인과는 다소 출발선이 달라요. 단순히 수익 차원에서 NFT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접근 중입니다. 이를테면 우리 제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일종의 전자 보증서처럼 활용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소유한 이들에게 향후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에서 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피치스의 진화 양상은 웹의 그것과 결이 같다고 봅니다. 읽기만 할 수 있었던 웹 1.0은 ‘우리는 이런 브랜드가 될 거야’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던 피치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고 쓰기가 가능한 웹 2.0은 도원 시절의 피치스에 비견할 수 있죠. 팬들이 와주기 시작했고 소통이 되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때도 여전히 팬들은 브랜드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죠. 저희는 그 주도권을 팬들에게 위임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2차 저작권 등의 이슈를 풀어가기에 적합한 분야가 블록체인과 NFT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여러 블록체인 관련 글로벌 파트너들과 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치스가 어떤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나요?
저희 직원들에게도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요, 피치스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생명력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관심을 받고 떠오르는 시기가 있으면 당연히 떨어지는 시점도 오죠. 이것은 막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브랜드가 영생하려면 결국 팀원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봐요. 회사는 팀원들을 아낌없이 지원하고요. 결국 브랜드는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회사에 오래 안주해야 한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피치스와 맞지 않아요. 우리의 시간이 끝나면 또 다른 친구들의 시간이 올 거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피치스는 또다시 그들을 지원해야 하죠. 피치스가 그런 브랜드, 그런 회사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