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입은 문화유산, 품절 대란 굿즈가 되다

나에게 온 보물 '뮷즈' 이야기

고려청자, 금동대향로와 같이 박물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유물들을 집에서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대중의 취향을 공략하는 날카로운 기획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모두 갖춘 새로운 박물관 기념품, '뮷즈'가 화제다.

디자인 입은 문화유산, 품절 대란 굿즈가 되다

최근 ‘뮷즈’ 열풍이 거세다. 뮷즈는 과거 박물관 기념품이라고 불리던 상품을 새롭게 브랜딩한 박물관 굿즈를 말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도 높은 디자인과 더불어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들을 모티브로 제작해 유물의 의미를 가까이에서 되새겨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뮷즈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기획팀에서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전담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을, 2022년에는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국보 287호 백제 금동대향로를 미니어처로 제작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가 품절 대란을 맞기도 했다. 해당 상품은 조선 후기 풍속화가 김홍도의 작품 <평안감사향연도> 속 인물들을 모티프로 삼았다. 잔을 채우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변하는데 그 인기가 대단해 현재는 품절인 상태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박물관 기념품에 이렇게 열성적이었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 과거 박물관 기념품이라고 하면 주로 소품 위주의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언제 또 오겠어?’라는 마음 하나로 시중 보다 비싼 가격을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했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의 ‘뮷즈’ 열풍이 더욱 궁금해졌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을 이끄는 김미경 팀장에게 ‘뮷즈’의 인기 비결을 물었다.

나에게 온 보물, ‘뮷즈’ 돌풍의 배경은?

Interview with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 팀장

얼마 전 SNS 피드에서 술을 채우면 빨개지는 술잔이라는 영상 하나를 봤는데요. 신기해서 찾아보니 박물관 기념품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흥미로운 건 이들 상품이 최근 ‘뮷즈’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인데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에서 ‘뮷즈’를 개발하셨다고요.

2022년 1월에 ‘뮷즈’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그 이전에는 ‘문화 상품’ 혹은’박물관 기념품’이라고 불렀는데,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을 모티브로 개발한 상품’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브랜드를 개발했어요.

브랜드 개발 이후부터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 2030 젊은 세대의 니즈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실용적인 아이템이나 현대적 디자인을 취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아이템이 인기를 얻고, 온라인과 SNS에서 회자되면서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 자개소반 무선 충전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인기상품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뮷즈가 브랜드로 주목받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뮷즈’는 기존 박물관 기념품과 어떤 부분에서 다른 건가요? “박물관 소장 유물을 모티브로 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구체적인 고민과도 맞닿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존의 박물관 상품은 ‘기념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했어요. 상품 구매 목적이 박물관 방문 기념이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자석, 공책, 배지, 연필, 지우개 등 저가 상품이 대부분이었고요. 디자인도 유물의 색감이나 형태가 그대로 인쇄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았어요.

‘뮷즈’는 우선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박물관의 문화유산이 지닌 가치를 유지하되 창의성과 실용성을 더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했죠. 자체 제작 상품의 비중을 늘렸고, 공모를 통해 제작된 상품 등 외부 상품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등 상품성 강화에 집중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개별 상품마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디자인을 입은 문화유산, ‘뮷즈’가 되다

뮷즈가 대중에게 과거 기념품과는 다른 상품으로 인식된 건 말씀하신 ‘상품성’ 덕분일 텐데요. 그중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가 많더라고요. 상품 제작 과정 중에서도 디자인 개발의 비중을 크게 둔 덕분이겠죠?

제작 단계 중 ‘기획’과 ‘디자인’ 부분에서 가장 많은 소요가 들어갑니다. 특히 디자인 단계에서는 유물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것인지 혹은 새롭게 그릴 것인지, 그도 아니면 유물 형태를 지우고 느낌만 가져올 것인지 등 고심 끝에 디자인 방향을 정하고서 그래픽 디자인을 시작하는데요. 과정에서 문화유산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재단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박물관 관계자들과도 긴밀하게 협의합니다.

상품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전반적인 과정도 궁금합니다.

‘뮷즈’ 상품 개발은 크게 콘셉트 기획, 디자인, 시제품 검토, 상품 제작 순으로 진행되는데요. 먼저 유물 선정을 시작으로 콘셉트 기획을 진행합니다. 선정된 유물의 가치와 이야기, 시각적 특징 등 유물에 대한 연구와 상품 판매 데이터, 시장 조사 등 상품에 관련된 여러 자료를 동시에 확인한 후 상품 개발 방향을 수립하죠. 품목을 정한 뒤에는 유물을 활용해 상품에 들어갈 그래픽 디자인을 제작하고, 상품의 사양과 패키지 디자인 등을 결정해요. 개발 단계 마지막에는 샘플을 확인하면서 상품이 최종 제작되어도 문제가 없는지 한 번 더 체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게 최종 안이 정리가 되면 수요 예측을 통해 제작 수량을 결정해 생산합니다.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보장된 상품성과 함께 유의하시는 점이 있다면요?

‘뮷즈’ 브랜드의 존재 가치는 상품을 통해 국립박물관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널리 확산하는 것에 있어요. 상품 기획 및 발굴 과정에서 디자인과 실용성 등을 모두 고려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상품의 모티브가 되는 문화유산이 지닌 고유의 매력과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뮷즈’에 열광하는 2030, 그 비결은?

‘뮷즈’의 가격대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주 소비자의 연령층이 낮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브랜드를 최초 개발할 때 설정한 페르소나도 있을까요?

박물관 관람객을 구분하는 기준은 연령, 성별, 지역, 소득 수준 등 일반적인 시장에서 고객을 분류하는 사회통계학적 기준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박물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의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텐데요. 이론적으로는 문화유산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이 ‘뮷즈’의 고객이 될 확률이 높겠지만, 또 반드시 그러한 건 아닙니다. 따라서 상품을 통해 박물관을 알리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시장 영향력이 크며, 미래 트렌드를 이끄는 2030 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타깃 했습니다. 상품 구성 또한 이에 맞춰 확대하고 있고요.

뮷즈 상품의 가격대가 높다는 점이 오히려 프리미엄 효과를 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요. 가격 설정의 기준도 궁금합니다.

뮷즈는 국내 제작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작비가 다소 높게 책정되는 편인데요. 유사한 품목의 시장 평균 판매 가격을 고려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편 2030 세대에게 ‘뮷즈’가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박물관 문화유산을 모티프로 둔 브랜드 정체성이 가치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데, 단순 기념품이 아닌 ‘뮷즈’가 그 대상이 된 것이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지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한편 ‘뮷즈’에 대한 다양한 리뷰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뮷즈 덕분에 국립박물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 방 안이 박물관이 된 것 같다’, ‘유물은 유리 속에 갇혀 있는 가질 수 없는 대상이지만 뮷즈는 내 일상으로 옮겨 올 수 있다’, ‘박물관 유물을 실제로 사용하는 느낌이라 신기하다’ 등의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특히 ‘국립박물관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일상에 가치를 더한다’라는 피드백은 뮷즈 브랜드 가치와 부합하는 의견이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뮷즈’와 함께 성장하는 박물관

‘뮷즈’의 23년도 매출은 149억으로 22년도 117억 대비 27%의 상승을 보였는데요. 뮷즈의 매출 증가가 박물관에 끼치는 영향도 궁금합니다.

박물관 관람객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뮷즈의 매출도 증가했는데요. 뮷즈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박물관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죠. 앞으로도 이러한 선순환 구조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뮷즈’에 대한 박물관 내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단순 브랜드로의 성장 과정을 뛰어넘어, 국립박물관 문화유산의 확산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도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어요. 뮷즈의 성장을 곧 박물관 문화유산의 성장으로 인식해 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신상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매하는 뮷즈의 내부 팬도 많아지고 있어요.

한편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기획팀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일은 일반 기업에서의 업무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태도나 마음가짐의 측면에서 말이죠.

뮷즈 브랜드만의 정체성 인식과 함께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낀달까요. 최신 트렌드를 쫓아가되, 국립박물관들의 문화유산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뮷즈를 이야기하며 줄곧 강조하신 것이 ‘국립박물관 문화유산의 정체성’이라는 점인데요. 앞으로 소개해 보고 싶은 유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 ‘뮷즈’로 상품화하지 않은 문화유산이 정말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박물관에 소장된 회화, 십이지신, 책가도, 경천사지십층석탑 등 뮷즈로 개발하고 싶은 소장 유물이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조선시대 회화와 십이지신으로 볼 수 있는 열두 동물은 기회가 된다면 꼭 공들여 작업해 보고 싶어요. 아울러 뮷즈만의 독창적인 그래픽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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