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키타 선로 거리 프로젝트

2009년 뉴욕 하이 라인 파크가 일반에 공개된 이후 선로 재생 프로젝트는 많은 도시에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최근 도쿄에서 여기서 한발 더 진화한 프로젝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 프로젝트
©Odakyu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변신한 기차 선로

도쿄의 상징과 같은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급행 전철을 타고 서쪽으로 한 정거장만 가면 느긋한 보헤미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휴먼 스케일의 동네, 시모키타자와가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하이 라인 ‘시모키타 선로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오다큐선 시모키타자와역을 중심으로 세타가야 다이타역에서부터 히가시키타자와역까지 3개 역이 지하화되면서 탄생한 새로운 거리다. 길이 약 1.7km, 면적 2만 7000㎡에 달하는 선로 부지를 재개발한 것. 동네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던 기차 선로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었다.

부지에 들어선 13개의 개성 넘치는 시설은 거리를 한층 특별하게 해준다.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히 연결된 어린이집,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기숙사, 새로운 도전과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상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온천 료칸, 세련된 개별 점포가 모여 있는 상업 시설, 거리의 라운지, 테라스가 있는 임대주택,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이벤트가 이뤄지는 공터 등은 마을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이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의 차별화 포인트다. 뉴욕의 하이 라인 파크, 서울의 경의선숲길이 산책로(road)에 가깝다면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시설물들을 거점으로 지역민들의 교류가 일어나는 커뮤니티의 장이자 거리(street)인 셈이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라는 이름 중 ‘거리’에서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수익을 극대화하는 부동산 개발이 아닌,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마을 만들기’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Nacása&Partners(Arai Akira)

최근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수익성과 생활성을 통합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는데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매우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 이는 주민들이 환경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장기적인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마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지원형 개발이라는 점이다. ‘지원형 개발’에는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통해 도시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시모키타는 일본에서도 특히나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이다. 디벨로퍼는 기획 단계부터 지역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것이 미래에 이어져 더 많은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선 어떤 개발이 필요한지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아직 지역에 ‘없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이미 ‘있는 것’을 바라보고, 더 깊고 촘촘히 연결하며,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시모키타 주민들과의 협력 속에서 마을의 거리로 점진적으로 발전해가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공원 개념에서 한발 더 진화한 하이 라인 2.0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 Map

시모키타 선로 거리에는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Odakyu

1 리지아 다이타 테라스
‘2개의 정원이 있는 삶’을 테마로 한 테라스하우스형 임대주택. 세대마다 앞마당과 전용 테라스를 갖춘 이 복층형 테라스하우스는 출산·육아·주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유를 안겨주며 세타가야 다이타 지역의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

2 세타가야 다이타 캠퍼스
식문화로 연결되는 지역 커뮤니티 허브. 도쿄 농업대학의 오픈 칼리지, 안테나 숍, 지역 밀착형 카페·레스토랑 등 다양한 문화·상업 시설이 모여 있다. 광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아침 시장과 벼룩시장이 열리며, 음식을 통해 사람과 지역을 연결한다.

3 카페 칼디노Cafe KALDINO
세타가야 다이타를 기반으로 하는 로컬 기업의 베이커리 식음 공간. 세타가야구에 본사가 있는 식품 수입 회사 칼디Kaldi가 운영한다. 테스트 키친을 겸비한 테이크아웃 전용 베이커리 카페에서 지역의 풍요로운 생활을 지원한다.

4 온천 호텔 유엔 벳테이 다이타Onsen Ryokan Yuen Bettei Daita
도심에 자리한 온천 료칸. 도시의 번잡함을 잊게 하고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숙박 시설. 오다큐 철도를 통해 하코네에서 온천 물을 끌어온 노천탕, 레스토랑과 다실 & 바, 보디 케어 서비스 등을 갖추고 있으며 투숙객이 아닌 사람도 휴식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5 세타가야 다이타 진지 보육원
지역사회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접점이 되는 어린이집. 아이의 주체성을 소중히 여기는 어린이집이다. 커뮤니티 공간 등을 마련해 지역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보육원을 지향한다.

6 보너스 트랙Bonus Track
새로운 도전과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연립주택.

7 시모키타 칼리지Shimokita College
‘살다’와 ‘배우다’의 개념을 일체화한 거주형 교육 시설. 고등학생, 대학생부터 사회인까지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입주자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서로 배우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육성하는 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8 난세이 플러스Nansei Plus
역 앞의 ‘마을 라운지’. 음식점은 물론 미니 시어터와 셰어 라운지, 아트 갤러리 등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점포가 가득하다.

9 시모키타 에키우에
시모키타만의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역내 상업 시설. 생활 잡화, 그린숍 등의 판매점, 카페, 일반 주점, 스탠드형 술집 등이 모여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점포가 입점해 있어서 시모키타의 거리처럼 번화한 느낌이다.

10 시모키타 선로 거리 공터
모두가 함께 만드는 자유로운 놀이 광장. 시모키타 특유의 개성 넘치는 이벤트, 그리고 주기적으로 주인이 바뀌는 팝업 키친이 열린다. 모두가 제작자가 되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실험적인 광장이다.

11 리로드reload
개성 있는 세련된 가게들이 모여 있는 차세대형 상점가. 점주의 얼굴이 보이는 셀렉트 숍과 엄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카페· 식당, 빈티지 숍 등 23개의 다양한 매장이 휴먼 스케일의 저층 분동 형태로 모여 있다.

12 아드리프트ADRIFT
시모키타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카페. 작은 라이브 공연이나 연극 등 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겸비했다. 일반인도 대관할 수 있으며 문화의 도시 시모키타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소이다.

13 머스터드 호텔 시모키타자와Mustard Hotel Shimokitazawa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도심형 호텔. 국내외 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이다. 시모키타 문화에 기반한 음악 공연과 이벤트도 개최된다.

2021년 6월에 오픈한 리로드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 13개 시설 중 대표적인 커뮤니티형 상업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acása&Partners(Arai Akira)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설, 리로드

시모키타자와역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위치한 상업 시설 리로드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의 히가시키타자와 지역 내에서 방문객과 지역 주민을 위한 상업 중심지 역할을 담당한다. 전쟁 전 생활 동선인, 복잡하게 얽힌 좁은 골목길이 남아 있는 휴먼 스케일의 동네, 시모키타자와의 맥락 아래 탄생한 상업 시설이다. ‘리로드’라는 이름에는 시모키타자와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 가게, 문화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매일 주민과 소통을 거듭하는 개성 넘치는 테넌트들과 그때그때 표정을 바꾸는 팝업 공간을 조합해 완결 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다시 말해 새로운 역사를 ‘갱신’하는 시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수직의 빌딩형 상업 시설과 달리 이곳은 총 24개 동으로 구성된 분동형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각 점포를 연결하는 야외 통로 덕에 동네 특유의 유쾌한 번잡함과 거리를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중간중간 배치한 공용 벤치와 테라스는 방문객의 체류 시간과 교류의 기회를 늘리며,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풍부한 식재는 공간의 인상과 연결되며 경험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 건물이 길게 하나로 이어져 있지 않고 단독 건물로 구분돼 건물군을 이루는 형식.

리로드에는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한 20여 개의 로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Nacása&Partners(Arai Akira)
리로드는 빌딩형 상업 시설과 달리 마치 동네 골목길을 거니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공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Nacása&Partners(Arai Akira)

‘어떤 브랜드’냐보다 ‘누가 이 공간을 운영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모집한 24개의 테넌트들은 리로드를 지역과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오가와 커피 실험실에선 바리스타가 일대일로 붙어 원두를 추천하고, 고객이 직접 로스팅과 추출까지 체험하도록 하며,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는 ‘산조 도쿄Sanzou Tokyo’는 이색적으로 카레 전문점과 패션 매장을 겸한다. 또 사진 예술 중심의 갤러리 ‘그레이트 북스Great Books’와 에르메스, 구찌 등의 빈티지 제품을 시즌마다 큐레이션하는 정통 빈티지 숍 ‘포레스티에Forestière’도 동네가 지금까지 쌓아온 문화를 존중하고 이곳의 비전에 공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형형색색의 테넌트가 리로드라는 흰색 캔버스를 채우는 생동감 있는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각 매장마다 점주가 상주하다는 것이다. 얼핏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이것은 리로드를 다른 상업 지구와 구분 짓는 결정적 특징이다. 즉 단순한 상업 행위를 넘어 매장 주인과 고객 사이에 환대와 소통이 일어나는데 이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사업장으로만 테넌트를 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과 지역, 문화가 연결되고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교류의 거점인 리로드는 향후 상업 공간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차세대형 상점가(street)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주소 도쿄도 세타가야구 기타자와3-19-20
기획·프로듀스 그리닝
설계 제너럴 디자인
협력 모듈렉스(조명 계획), SOLSO(식재 계획)
시공 스미모토 미쓰이 건설
소유자 오다큐 전철 주식회사
운영자 그리닝
주요임차인 구성 상품 판매점 11점포, 서비스 3점포, 음식점 8점포, 기타(팝업 스토어) 1점포
인스타그램@reload_shimokita

Designer Interview

제너럴디자인 대표, 리로드 건축가
오호리 신

제너럴 디자인은 시모키타자와 13개의 핵심 시설 중 상업 공간인 리로드의 건축설계 사무소다. 리로드로 2022 일본공간디자인어워드에서 상업 공간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general-design.net

리로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시모키타자와는 역 주변은 좁은 골목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빈티지 숍, 술집, 레코드 가게 등 지역 문화를 전하는 가게가 즐비해 전반적으로 사람 사이의 거리가 밀접한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자본력을 갖춘 얼굴 없는 체인점들이 들어서면서 거리 풍경이 점차 변하고 있다. ‘이런 동네에 새롭게 탄생하는 상업 시설로 어떤 형태가 적합할까?’라는 본질적 질문을 시작으로 사업주인 오다큐, 기획과 프로듀스를 맡은 그리닝Greening과 함께 논의한 끝에 점주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시모키타자와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독립 상점가를 만들게 되었다.

기존의 수직형 상업 시설과 다른 수평형의 휴먼 스케일의 분동형 디자인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오다큐선 복선화에 따른 지하화로 생긴 1.7km의 길쭉한 시모키타 선로 거리 안에 위치한 부지는 길이 113m, 면적 2300㎡로 주변 상가 주택가에 비해 매우 길고 좁다. 여기에 존재감이 큰 수직형 건물이 단독으로 들어선다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모키타자와의 휴먼 스케일을 반영한 건축을 설계하고자 했다. 테넌트 공간을 15㎡에서 130㎡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로 구상한 뒤 이를 엇갈리게 배치하고, 중첩하거나 대비시키기도 했다. 또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개별 건물과 구성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거친 질감의 흰색 마감과 녹색 식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건축물을 화이트로 마감한 의도가 있나?
각 건물마다 직사각형 입구를 두고, 심플한 화이트 큐브에 거친 질감의 석고로 마감했다. 상점가 전체의 통일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개별 점포의 특성이 흰색 배경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각 건물 사이에는 열린 공간을 조성했다. 골목길, 중정, 옥상 테라스의 녹지, 테이블, 벤치 등을 배치하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벤트나 팝업 스토어로 보다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기존 상업 공간의 한계를 넘어 교류가 이뤄지는 매력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뷰 이원제

©Tefu
©Tefu
©Tefu

테푸 라운지
시모키타자와역 남서쪽 개찰구 앞에 여러 개의 건물로 구성된 ‘역 앞의 새로운 구조물’이 탄생했다. 5층짜리 복합 시설 테푸 라운지Tefu lounge는 이곳의 중추 역할을 한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을의 라운지를 콘셉트로 식료품점, 커피 스탠드, 카페 라운지, 미니 극장, 셰어 오피스 등으로 구성했다. 이 외에도 음식을 테마로 한 가게 4개와 함께 세타가야 다이타 쪽에는 잔디 광장, 아트 갤러리, 원예 매장 등이 들어서 있다. 부담 없이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te-fu.jp@tefu.official

주소 도쿄도 세타가야구 키타자와 2-21-22
기획·프로듀스, 설계·건축기본설계 및 디자인 감수, 인테리어, 랜드스케이프 디자인 UDS
조명 계획 SOLA Associates

©Odakyu

세타가야 다이타 진지 보육원
‘지역과 연계하여 새로운 교육과 보육을 이루어가는 것’을 콘셉트로 한 보육원이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에서 어린이집을 기점으로 한 마을 만들기로 보육원과 지역민 간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어린이집 이용자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원내에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갤러리도 함께 마련했다. 이 보육원은 담벼락을 아이들 키보다 조금 높은, 무척 낮은 높이로 설계해 외부에서 지역 주민이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지역사회와 높은 벽을 쌓고 있는 추세와 상반된 모습이다. 세타가야 다이타 진지 보육원 관계자는 “보안을 우선시하면서도 개방된 시설을 통해 교육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jinji.educare.tokyo

주소 도쿄도 세타가야구 다이타 2-32
건축설계 Hibino Sekkei
식재 계획 Solso
운영 진지 보육원

©Bonustrack

보너스 트랙
주거와 상업 시설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상점가. 일본의 전통적인 상점가, 쇼텐가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장 주인이 1층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위층에 거주할 수 있는 2층 건물을 설계했다. 동네를 단순히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부지 내 광장에서는 벼룩시장 등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개인 사업과 젊은이들의 도전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게 주인의 얼굴’이 보이는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소 도쿄도 세타가야구 다이타 2초메 36-12-15
기획·프로듀스 Sampo
구조 목재 프레임(2층)
연면적 907.4㎡
설계 쓰바메 아키텍츠Tsubame Architects
경관 디자인 En Landscape Design
사인 디자인 Compound
시공 산료 건설 주식회사
클라이언트 오다큐 전철 주식회사

오다큐 전철 주식회사 | 마을만들기 사업본부 지역사업창조부
무카이 다카아키

시모키타 선로 거리 프로젝트를 총괄한 오다큐 전철 주식회사에서 2015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공식 오픈 전까지 각 시설의 기획과 개발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각 시설 관리와 운영, 이벤트 진행, 브랜딩을 맡고 있다.

시모키타자와는 어떤 동네인가? ‘시모키타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문화와 상업 공간, 한적한 주택가까지 오롯이 품고 있어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동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다양성이 넘치는 동네가 ‘시모키타다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골목과 낮은 건물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게가 많아 휴먼 스케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소상공인을 지원하며 지역과 함께 만드는 지원형 개발을 표방한다. 빌딩형 상업 시설은 주로 높은 건물에 획일적인 디자인, 톱다운 같은 키워드가 중심이 되는 반면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낮은 건물을 중심으로 개성적인 콘셉트와 디자인, 보텀업이 키워드다. 1.7km 거리의 선로를 큰 공원과 같은 공간으로 여기고 낮은 건물에 푸른 식물과 광장, 그리고 산책로를 정비했다.

13개의 구역에 들어선 각기 다른 시설은 어떻게 선정했나?
지역과 소통하며 다음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시설을 계획했다. 가장 먼저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고자 했다. 시모키타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개인 점포를 메인으로 한 상가인 보너스 트랙과 상업 시설인 리로드를 만들었으며 라이브 공연이나 연극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 ‘아드리프트’도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썼다. 어린이집에 입학하지 못한 대기 아동 문제와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목했다. 이를 위해 시모키타 선로 거리에 세타가야 다이타 진지 보육원을 마련하고 온천 ‘료칸 유엔 벳테이 다이타’와 ‘머스터드 호텔 시모키타자와’를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성이 넘치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상업이나 숙박 시설은 물론 땅콩집 구조의 임대주택 ‘리지아 다이타 테라스’, 주거와 교육을 융합한 거주형 교육 시설 ‘시모키타 칼리지’, 문화와 관련된 점포나 셰어 오피스로 구성된 복합 공간 ‘난세이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아트 갤러리와 미니 시어터 등을 갖추고 있다.

각 시설이 서로 다른 건축 형태를 띠는 점이 인상적이다. 디자인을 통일하지 않은 의도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 디자인을 규격화하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지역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세타가야 다이타, 시모키타자와, 히가시키타자와 각 지역의 특징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고 지역별 특색을 존중하고 싶었다. 가령 예부터 문화인이 많이 거주해왔던 지역이자 여전히 오래된 저택이 남아 있는 세타가야 다이타에 일본의 근간 사상인 ‘와(和)’를 표현할 수 있는 온천 료칸을 계획한 식이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 풍경 ©Nacása&Partners(Arai Akira)

선로 내 상업 시설인 보너스 트랙과 리로드는 어떤 차이가 있나?
두 시설 모두 대규모 상업 시설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점포를 입점시킴으로써 지역의 개성을 살리고자 했다. 보너스 트랙은 점포 겸 주택이라는 성격을 기반으로 작은 규모로 공간을 구획해 처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반면 리로드의 경우 비교적 큰 규모로 시모키타자와에 분점이나 지점을 내고자 하는 사업자들에게 적합하다.

리로드의 공간 경험은 일반적인 상업 공간과는 다르다. 리로드 건축 디자인을 통해 방문자에게 어떤 경험을 전하고자 했나?
리로드는 시모키타자와와 요요기우에하라라는 각기 다른 매력적인 지역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요요기우에하라스럽게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시모키타자와답게 골목길을 탐색하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설로 기획했다. 체류와 회유(回遊)를 테마로 삼아 방문객에게 시모키타자와의 이색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재방문을 유도하는 게 청사진이다.

철도의 지하화 후 지역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걷기 쉽고 편리해졌다는 점이다. 건널목이 길로 변하면서 남북 간 교통 편의성이 높아지고, 선로였던 곳이 녹음이 우거진 산책로가 되어 구경하기 좋아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 기쁘다’는 의견도 많았다.

오다큐가 그리는 시모키타 선로 거리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지원형 개발을 표방하며 만들어온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모두 함께 만든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를 무대로 지역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활동을 벌이고 사업을 추진하며, 또다시 사람이 모이는 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선로에 무엇이 생길지 통제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어디까지나 지역 주민이 주역이 되어 시모키타 선로 거리가 그 시도에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 이원제

이원제 상명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 교수.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도시 공간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관찰·연구 중 동네 고유의 맥락을 읽고 해석하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SPC그룹, UDS코리아, SEL 인테리어 디자인, 중앙일보 〈폴인〉의 자문 교수 등을 역임했고, 최근에는 맘스터치 브랜드 리뉴얼 및 혁신 매장의 공간 디자인을 진행했다. 저·역서로는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 〈인간을 위한 도시만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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