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위진복 UIA건축사사무소 대표 & 홍석규 큐앤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 남산 자락 아래, 롤러코스터를 닮은 둥근 구름 모양의 구조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이 건축구조물은 해방촌 신흥시장의 새로운 지붕이다. 낮에는 자연광을 부드럽게 끌어들이고, 밤에는 다채로운 조명을 밝히며 활력을 불어넣는 '클라우드'는 위진복+홍석규 두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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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은 1970-80년대 니트 산업의 중심지이자 피난민들이 생필품을 팔며 살아갔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이었습니다. 영화 <오발탄>에서 묘사된 활기 넘쳤던 신흥시장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졌고, 시장은 낙후된 채 잊혀 갔습니다. 특히, 석면 슬레이트로 덮인 아케이드는 빛을 차단하고, 환기가 불가능해 1층과 위층이 단절된 채 음침한 분위기만을 남겼죠. 하지만 2016년, 서울시의 ‘신흥시장 환경개선 사업’을 계기로 신흥시장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두 건축가 위진복 + 홍석규의 손길에서 탄생한 ‘클라우드’ 아케이드는 단순한 재개발을 넘어,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 재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데요. 물리적 공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축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 중요한 사례로도 손꼽힙니다. ‘클라우드’의 설계와 시공 과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과 가치를 위진복 + 홍석규 두 건축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의 창의적인 접근이 신흥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지금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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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구름’ 아래, 다시 살아나는 삶의 터전
해방촌 신흥시장을 가보곤, 작은 시장 안에 모여든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해지더군요.
위진복(이하 위). 신흥시장 프로젝트는 낙후된 재래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서울시의 주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용산구청은 기존의 슬레이트 지붕을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서울시의 진희선 본부장님(당시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시장 지붕 구조 개선에 주목하셨어요. 이에 서울시가 단순히 기능적 교체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정체성을 살리며 활성화할 수 있는 디자인 접근을 제안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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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서울시의 설계 공모가 ‘클라우드’의 출발점인 거죠? 신흥시장을 처음 마주했을 당시에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위. 맞아요. 서울시의 ‘신흥시장 아케이드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신흥시장을 처음 방문한 후 가장 먼저 든 고민은 ‘좁은 골목에 기둥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채광과 환기를 제공할 수 있는 아케이드 덮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당시 신흥시장은 기존 석면 슬레이트 아케이드가 2층 슬래브에 막혀 1층과 2층이 단절된 구조로, 채광과 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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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아케이드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면서 고려한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요?
위. 건축은 단순히 아름다운 외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조도, 습도, 온도, 공기 질, 음향 등 모든 요소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해요. 새로운 아케이드는 신흥시장의 활력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좁은 골목에 최소한의 기둥으로 넓은 지붕을 지탱하면서도, 채광과 환기,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했죠. 그 결과, ‘클라우드’는 좁은 공간에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홍석규(이하 홍). 건축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아케이드는 단순히 비와 햇빛을 막는 기능적인 공간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의 건축물은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죠. ‘클라우드’는 단순히 지붕을 넘어서 사람들이 소통하는 플랫폼이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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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각기 다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신 두 분이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는 점이에요. ‘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 협업을 이루게 된 특별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위. 새로운 아케이드는 1층뿐만 아니라 2, 3층, 심지어 옥상까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옥상 너머로 비를 막고, 채광과 환기가 좋은 시스템을 고민해야 했죠. 여러 대안을 고려한 끝에 ‘ETFE 막 구조’가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를 위해 ETFE 전문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홍석규 소장에게 협업을 제안하게 되었고요.
홍. ETFE는 해외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소재예요. 가볍고 투명하며 구조적으로 매우 유리하죠. 이 ETFE 소재와 삼각대 구조로 신흥시장의 좁은 골목에 빛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고 다층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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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2. ‘구름’을 만든 마법의 소재, ETFE
‘클라우드’라는 이름은 이 건축 구조물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작명이라고 생각해요.
위. 처음엔 ‘서울챙’이라고 짓고 싶었어요. 모자의 ‘챙’처럼 ETFE 지붕이 넓게 펼쳐진 형태를 표현한 것이었죠. ‘서울’이라는 단어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홍석규 소장이 줄곧 ‘클라우드’를 고집했죠. (웃음)
홍. ‘서울챙’도 좋은 이름이지만, ETFE 지붕의 가볍고 구름처럼 떠 있는 이미지를 더 잘 표현하는 건 ‘클라우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서 ETFE 소재를 사용하는 첫 사례인 만큼,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단순한 지붕을 넘어 새로운 유형의 공간, 즉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통하는 플랫폼을 상징하는 이름이길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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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8 SeoulChaeng Edit 220726 21 2 832x1248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SeoulChaeng_Edit_220726-21-2-832x1248-1.jpg)
신흥시장 내에서 ‘클라우드’를 살펴보니, 투명한 풍선과 같은 지붕을 철골 구조물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더군요. 이처럼 독특한 디자인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위. 공기 충전 방식의 ETFE 막 구조는 비는 막고 채광과 환기는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방식입니다. ETFE는 99%가 공기로 이루어져 가볍고 투명해요. 이 소재 덕분에 상부와 하부 구조를 가볍게 설계할 수 있었죠. 여러 차례 구조 계산을 거쳐 직경 165mm의 스틸 파이프 기둥을 설계했는데, 이를 통해 남산 고도 제한선을 준수하면서도 독창적인 형태의 아케이드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구름처럼 보여, 신흥시장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죠.
홍. 삼각대 구조는 좁은 골목길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이었어요. 삼각형 형태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 최소한의 기둥으로 넓은 지붕을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기둥 간격이 넓어지니 기존 아케이드 구조의 촘촘한 기둥 배치가 주는 답답한 느낌을 해소하고, 개방감 있는 쾌적한 시장이 되었죠.
![[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9 KakaoTalk 20220310 083125128 06 1000x563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KakaoTalk_20220310_083125128_06-1000x563-1-832x46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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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11 KakaoTalk 20220209 152321719 832x1109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KakaoTalk_20220209_152321719-832x1109-1.jpg)
지붕이 투명해요. 덕분에 좁은 골목까지 햇볕이 잘 들어와서 공간이 더욱 개방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이 소재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홍. ‘클라우드’ 지붕에 사용된 ETFE는 에틸렌-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thylene Tetra fluoro Ethylene) 공중합체로, 내구성과 투명성이 뛰어난 첨단 소재입니다. 가볍고 투명한 특성 덕분에 채광과 환기가 잘 되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주죠. 특히 공기를 주입해 형태를 유지하는 에어쿠션 구조에 적합해 넓고 개방적인 형태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아케이드 구조와 달리 무겁고 제한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가벼운 인상을 주는 것이 큰 차별점이에요. 또한, 비 오는 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다는 후기도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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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주입한다는 점도 흥미로운데요. 어떻게 공기를 주입하면서 형태를 유지하는 건가요? 눈이나 비가 와도 괜찮은가요?
홍. ‘클라우드’ 지붕 내부에는 공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센서와 컴프레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이 시스템 덕분에 외부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죠. 눈이나 비가 많이 와서 지붕에 하중이 가해지면, 센서가 공기압 변화를 감지해 컴프레셔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며 추가 공기를 주입합니다. 폭설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13 resize SeoulChaeng Edit3 13 832x555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resize_SeoulChaeng_Edit3_13-832x555-1.jpg)
유지 관리나 내구성 측면에서 ETFE 소재만의 장점도 분명하다면서요.
홍. ETFE 소재는 내구성이 뛰어나 유지 관리 비용이 매우 저렴해요. 컴프레셔 작동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이 적어 한 달에 1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죠. 유리처럼 깨지거나 변색할 염려도 없고, 손상되더라도 용접이나 테이프를 이용해 간단히 수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ETFE는 적정 강도 안에서는 찢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특징이 있어요. 외부 힘에 변형되었다가도 원래 형태로 복원되며, 자동차가 지나가도 찢어지지 않고 제자리를 유지할 정도로 강도가 뛰어납니다.
PLUS 3. 5년의 기다림, 혁신을 향한 끈기와 집념
![[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14 신흥시장 클라우드 단면 832x468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신흥시장_클라우드-단면-832x468-1.jpg)
해방촌 신흥시장 아케이드 ‘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준공까지 5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이유가 있었나요?
홍. ‘클라우드’는 단순히 낡은 아케이드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 신흥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 소재를 도입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있었고요.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적 측면에서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특히 신흥시장의 활성화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위. 해방촌 신흥시장이 남산 자락에 있다 보니, 남산 고도 제한 문제를 피할 수 없었어요. 신흥시장을 옥상까지 활성화하려면 ‘클라우드’가 기존 아케이드보다 높게 설계, 설치되어야 했지만, 고도 제한을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를 여러 번 수정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건축법 서적을 집필하신 윤혁경 대표(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서울시와 협의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고도 제한을 준수하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15 resize SeoulChaeng Edit3 28 832x555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resize_SeoulChaeng_Edit3_28-832x555-1.jpg)
기둥이 상점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열어둔 들창과 간발의 차로 빗겨 선 클라우드의 기둥을 보면서,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어요.
위. 신흥시장 ‘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시장 상인들의 삶과 공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공사 기간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상인들의 우려와 반대 의견이 많았어요. 이에 상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기둥이 업장 앞을 가려 영업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해 바닥에 기둥 위치를 그려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홍. ETFE 지붕을 지지하는 기둥의 개수와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에도 많은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초기 설계에는 12개의 기둥을 건물에 붙여 횡력을 지지하려고 했지만, 서울시에서 건물 안전성을 우려했어요. 신흥시장을 이루는 건물의 노후 상태를 염려한 것이었죠. 결국, 독립적인 삼각대 구조로 변경하여 총 48개의 기둥을 설치했습니다.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염려한 상인의 우려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네요.
위. 그렇죠. 저희도 상인들의 걱정을 충분히 공감했어요. 공사는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 상황이 오히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상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홍. 팬데믹 여파로 시장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상인들의 영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상황을 활용해 상인들과 협의하여 공사 시간을 조정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이용해 1층에 비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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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는 신흥시장을 재래시장이라는 기존 틀을 넘어 ‘힙’한 공간으로 변모케 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 세대나 아이를 데려온 가족,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을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데요. 낡은 시장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로 변화했다는 점에 흐뭇한 기분마저 들더군요.
홍. 저희는 1층뿐만 아니라 2층, 3층, 그리고 옥상까지 신흥시장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1층의 슬레이트 지붕을 단순히 교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확장해 옥상까지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죠. 특히, 옥상을 활성화하려면 아케이드 구조가 옥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아케이드 아래 공간은 채광과 환기가 좋아졌고,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어요.
위. 아직 상층부와 옥상 공간의 활용이 활발하지 못한 점은 아쉽기도 합니다. 옥상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다양한 상점이나 오피스가 입점해 1층만큼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현재는 이용이 미흡하지만, 2층과 3층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옥상 공간도 더욱 활발히 사용될 수 있겠죠.
![[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17 resize DSC08885 배경 편집 832x554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resize_DSC08885-배경-편집-832x554-1.jpg)
PLUS 4. 건축, 그 이상의 가치
‘클라우드’가 지역 경제와 공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성과를 높이 사, <2024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비롯해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죠.
홍. ‘클라우드’는 침체된 신흥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어요. 상인들과 협의하는 과정은 어려움도 컸지만, 결국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끝없는 협의와 조율, 설계 변경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그 끝에 낙후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개선하게 된 것이 큰 기쁨입니다.
위. 하지만, ‘클라우드’를 공공 건축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섭섭하기도 합니다. 공공의 성격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온 프로젝트지만, 시장의 가치를 높여 상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많이 증가시켰으니까요. 시장을 활성화해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저희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상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으니, 상업 건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저희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건축 프로젝트도 잘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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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19 SeoulChaeng 220721 Edit1 1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SeoulChaeng_220721_Edit1-13.jpg)
두 분이 추구하는 건축은 무엇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위. 제가 생각하는 건축의 본질은 ‘엔지니어링’이에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은 사실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건축은 단순히 아름다운 외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조도, 습도, 온도, 쾌적성, 공기, 음향 등 모든 요소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지갑을 디자인한다고 할 때, 그 지갑의 재료, 내구성, 구조적 안정성 등을 고려하는 것 또한 엔지니어링의 영역이라 할 수 있죠. 저는 건축을 엔지니어링적 사고를 바탕으로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홍.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유형의 변화’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건축물의 유형도 변화해야 한다는 거죠. 단순히 과거의 디자인이나 유행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와 기술 발전을 반영하여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형의 변화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사람들의 생활 방식, 사회적 가치, 기술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Creator+] 건축가 위진복+홍석규: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만나 해방촌 새 지붕을 짓다 20 resize SeoulChaeng Edit3 14 832x555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4/12/resize_SeoulChaeng_Edit3_14-832x555-1.jpg)
두 분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어떠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작업을 해나가시고 싶으세요?
홍. ‘클라우드’처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계획이에요. 특히 엔지니어링 기술 활용에 집중하여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속 가능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고 싶어요.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낙후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 재생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건축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방법을 찾아나가 볼 예정입니다. 하나 덧붙인다면, ‘클라우드’로 영국건축사협회(RIBA) 상도 받고 싶네요. (웃음)
위. 아파트를 혁신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파트는 시행사, 건설사, 시민들의 인식 등이 합쳐져 탄생한 유형인데요. 주거가 바뀌어야 시민의 인식과 공동체 가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겠죠. 새로운 아파트를 디자인하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업 주체와 잘 협의해서 미래 디지털 혁신 시대와 함께하는 아파트를 디자인하려 합니다. 저희 같은 디자인 중심의 회사가 유연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제의 ‘APT’처럼 히트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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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복+홍석규 건축가에게 영감을 준 건축가 3
-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서울 여의도에 있는 마천루, 파크원(Parc1)은 로저스 팀에서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로저스의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위진복 건축가는 리처드 로저스 사무실에서 일하며 건축의 디테일을 넘어 도시와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배웠다. 그는 특히 리처드 로저스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식에 감동했다. 로저스의 역차별주의, 즉 여성과 흑인 등 소수 집단을 먼저 고용하는 정책과 회사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단 운영 방식은, 위진복 건축가로 하여금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도시와 인간을 대하는 로저스의 태도는 위진복 건축가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이를 통해 그는 건축을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도구로 삼으려는 원동력을 얻었다.
- 금성건축
위진복 건축가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금성건축에서 근무하며 건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용미 건축가와 함께 일하며 얻은 건축에 대한 통찰력은 건축가로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1957년에 설립된 금성건축은 한국 건축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김용미 건축가의 리더십 아래, 건축 연구와 담론의 확장에 이바지하며 후배 건축가들에게 배움과 성장을 위한 든든한 토대를 제공해 왔다.
-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
홍석규 건축가는 AA스쿨에서의 지도 교수였던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를 꼽았다. 크리스토퍼 리 교수는 현재 하버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자 ‘Serie Architects’의 공동 창립자로 활동하며, 건축의 유형 변형과 도시주의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그의 ‘유형학적 변환 모델(Typological Transformation Model)’ 이론은 홍석규 건축가에게 건축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 모델은 건축의 다양한 요소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한국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했다. 크리스토퍼 리 교수의 이론과 연구는 홍석규 건축가가 건축 디자인에서 유형 변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한국 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넓히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건축과 도시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TIPPING POINT
위진복, 홍석규 두 건축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위진복 건축가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설계를 통해 공간의 모든 요소를 공학적으로 완성한다. 반면 홍석규 건축가는 사회적 요구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건축 유형을 창조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건축을 해왔지만, ‘클라우드’에서는 단순 구조물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합심했다. 그 결과 침체된 신흥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커뮤니티를 재활성했다. 서로 다른 건축 철학이 교차할 때 발견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가능성을 앞으로도 계속 펼쳐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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