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위진복+홍석규의 A to Z: 런던 ‘AA 스쿨’부터 서울시 건축상 대상 ‘클라우드’까지

위진복 UIA건축사사무소 대표 & 홍석규 큐앤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대표

위진복, 홍석규 두 건축가의 여정은 세계적인 건축 명문 'AA 스쿨'에서 시작됐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이들은 일찍이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는 깊이 있는 건축적 유대감을 쌓아왔다. AA 스쿨에서 시작한 이들의 만남이 '클라우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본다.

[Creator+] 위진복+홍석규의 A to Z: 런던 ‘AA 스쿨’부터 서울시 건축상 대상 ‘클라우드’까지

해방촌 신흥시장을 변신시킨 ‘클라우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건축적 실험이자 가능성의 사례로 손꼽힙니다. 위진복과 홍석규 두 건축가는 자신들의 창의성과 건축 철학을 결합해 쇠퇴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했죠. <2024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포함한 다수의 건축상이 그 성과를 증명하고 있고요. 흥미로운 건 두 건축가가 각자의 길을 걷는 중에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다는 점인데요. 두 건축가의 여정은 어디서부터 시작했고, 또 어떻게 교차하게 된걸까요? A부터 Z까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두 건축가의 건축 세계와 지난 여정을 소개합니다.

프로젝트 A to Z

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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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복과 홍석규 두 건축가의 첫 만남은 1999년 영국 런던의 AA 스쿨(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시작됐다. AA 스쿨은 1847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건축 학교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접근법을 통해 건축계에서 명성을 쌓아온 교육 기관이다. 전통적인 대학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은 비영리 독립 기관으로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자하 하디드(Zaha Hadid), 렘 콜하스(Rem Koolhaas) 등 세계적인 건축가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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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클라우드’ 프로젝트

이 학교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설계 기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 예술,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를 익히게 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의 협업은 그들에게 설득력 있는 의사소통과 융합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했다. 이러한 경험은 두 건축가가 ‘클라우드’를 긴 설계 기간과 복잡한 협의, 까다로운 시공 과정 끝에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견고한 토대가 되었다고 두 사람은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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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있는 독창적인 건축물로, 신흥시장 환경개선 사업의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며, 해방촌의 새로운 정체성을 상징하는 건축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한때 용산 미군부대에서 나온 물건들을 거래하던 신흥시장은 1990년대 이후 쇠퇴하며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단순한 물리적 개선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한 디자인 중심의 접근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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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건축 구조물 모습

위진복과 홍석규, 두 건축가는 ‘클라우드’를 단순한 상업 공간의 부활이 아닌, 시장과 주민, 방문객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공공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신흥시장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시각을 더한 설계는 쇠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존의 슬레이트 지붕 교체 사업을 디자인 중심의 프로젝트로 전환해, 폐쇄적이고 기능 중심적인 기존 구조를 공공성과 유연성을 갖춘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위진복 건축가의 엔지니어링적 접근과 홍석규 건축가의 유형 변형 모델이 결합하여 시장의 전통적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과 건축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T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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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E(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는 ‘클라우드’ 설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채광과 환기 성능을 제공한다. 좁은 골목길에 적합한 소재로, 99% 공기로 이루어진 막 구조는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특징을 지닌다. 비닐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면서도 찢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고강도 소재인 ETFE는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며 상부 구조를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이 소재의 도입은 실용성과 경제성, 디자인적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는 중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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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바라본 클라우드 모습

위진복, 홍석규 두 건축가는 ‘클라우드’가 형태적으로 눈에 띄는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기를 원했다. 초기 설계는 12개의 기둥으로 건물에 횡력을 지지하도록 했으나, 서울시의 안전성 우려로 48개의 독립적인 삼각대 구조로 변경되었다. 이 구조는 삼차원적이고 복잡한 형태를 창출했으며, 지지대는 바닥에 매립되었다. 기둥 배치는 상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건물과의 간섭을 최소화하며 휘어진 형태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은 단순히 구조적인 안정성을 넘어, 미적인 조화와 실용성을 함께 추구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Q&Partners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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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규 건축가가 이끄는 큐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Q&Partners Architects)는 창의적인 디자인과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건축 해법을 결합하여, 지속 가능한 공간 창조를 목표로 한다. 다양한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반영한 설계를 통해 공간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하며,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미학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도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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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onkinliu

홍석규 건축가가 톤킨리우(Tonkinliu)에서 활동하던 시절 진행한 프로젝트로,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도버 해안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버 지역의 정체성과 환경을 반영하고, 해안의 동쪽과 서쪽 부두를 연결하여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해안 공간을 조성한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다.

도버 해변의 부드러운 파도, 조지안 테라스의 우아한 곡선, 백색 절벽의 웅장한 지형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여 도버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집합적 형태(Collective form)’를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 간의 소통과 연결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활발한 경제 활동, 사회적 교류, 다양한 문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이상적인 도시 공간을 구현했다.

#2 Fresh Flower Pavi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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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Keith Collie

이동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미적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결합한 건축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파빌리온은 런던의 여러 축제 장소에서 6주 동안 사용된 후, 4년 동안 다양한 행사에 재사용되면서 ‘이동성’과 ‘지속가능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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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Flower Pavilion 모습

파빌리온은 11개의 꽃잎 모양 유닛을 원형 기하학(Circle Geometry) 기반으로 설계하여, 조립과 분해, 적층이 용이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이러한 설계는 마치 거대한 퍼즐처럼 공간의 크기와 형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런던 건축 페스티벌(LFA) 기간 동안 네 개의 축제 장소를 이동하며 강연, 사회적 모임, 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으며, 이후 다른 행사에서도 재사용되어 단순한 임시 구조물을 넘어 지속 가능한 건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동성(Transportability)’을 통해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실현한 성공 사례로, 홍석규 건축가의 창의적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3 뉴질랜드 와이토모 방문자 센터(Waitomo visitor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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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와이토모 방문자 센터 모습 사진 Kristina D C Hoeppner

뉴질랜드 와이토모 방문자 센터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건축물로 주목받는다. 이 센터의 캐노피는 LVL(래미네이티드 베니어 럼버)와 ETFE(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라는 첨단 재료를 사용하여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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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Vector Foiltec

LVL은 얇은 목재를 겹쳐 제작한 고강도 소재로, 캐노피의 곡선미와 구조적 안정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캐노피 외장에 사용된 ETFE는 가볍고 투명하며 내구성이 뛰어나 실내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 센터에서의 ETFE 활용 경험은 이후 홍석규 건축가가 설계한 ‘클라우드’ 프로젝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와이토모에서의 성공적인 실험이 클라우드에서 더욱 정교하게 적용되며,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건축의 발전을 이끌었다.

Urban Idea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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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복 건축가가 이끄는 UIA(유아이에이) 프로젝트마다 요구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건축작업을 하고 있다. 2025년 4월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을 디자인하여 오픈 예정이다.

#1 파이빌99(Pi-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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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창업센터를 탈바꿈한 파이빌99 프로젝트 사진 신경섭

파이빌99는 폐기된 해상용 컨테이너 38개를 재활용하여 고려대학교 창업센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프로젝트다. 지속가능한 디자인, 환경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젊은이들의 꿈을 담은 공간, 이는 젊은 창업가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건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위진복 건축가는 컨테이너를 엇갈려 쌓아 다양하고 독특한 테라스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38개의 중고 컨테이너를 재활용함으로써 72.5톤의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38그루의 소나무가 286년 동안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과 같다.

#2 테헤란로 업무 빌딩 ‘스트레스(S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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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업무 빌딩 스트레스 타워 모습 사진 신경섭

위진복 건축가가 설계한 테헤란로 업무 빌딩 ‘스트레스’는 건물에 가해지는 다양한 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건축물이다. 350mm 두께의 북측 구조벽에 ‘의도된 응력 경로’를 구축하여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입면 형태를 만들어냈다. 또한, 혁신적인 포스트 텐션 시스템을 슬래브에 적용하여 기둥과 보 없이 탁 트인 업무 공간을 확보하여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철근 콘크리트 대비 약 30%의 구조 물량을 감소시켜 경제적인 시공을 가능하게 했다.

각 층당 500mm 이상의 층고를 줄일 수 있어 건축 비용을 절감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보를 제거하여 설비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설비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Stress’는 건축 구조 자체가 예술적인 표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며, 과학과 예술의 조화, 효율성과 아름다움의 균형을 추구하는 위진복 건축가의 철학을 잘 드러낸다.

#3 더리버사이드호텔 개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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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버사이드호텔 개발 프로젝트 랜더링 이미지

1981년 강남권 최초의 특급 호텔로 문을 연 ‘더리버사이드 호텔’이 위진복 건축가에 의해 ‘Tree(나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핵심적인 설계 콘셉트는 건물 저층부를 최소한의 로비 공간으로 남겨두고, 7층 높이(25m) 이상 건물을 들어 올려 인접한 시설 녹지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남 도심에 약 6,500㎡ 규모의 녹지 숲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축구장 면적에 달하는 도시 숲을 제공하게 된다. 마치 하늘로 뻗어 오르는 나무처럼 상부가 하부보다 넓게 펼쳐진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건물이 대지 면적의 20%만을 차지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푸른 숲을 조성하여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 도시의 랜드마크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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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버사이드호텔 개발 프로젝트 랜더링 이미지

또한, 29층 스카이 가든, 컨벤션 테라스 등 건물 곳곳에 녹지를 배치하여 대지 면적의 2배에 이르는 식재 가능 면적을 확보하여 도시 속에 살아 숨 쉬는 거대한 나무를 형상화하고,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휴식과 영감을 주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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