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실에서는 어떤 조명을 사용했을까?
덕수궁 돈덕전 특별전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전
근대화가 시작되었던 대한제국에서 어떤 조명 기구가 유행하고 사용되었는지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 땅에서 처음 불을 밝혔던 조명 기구부터 유물과 영상을 결합한 미디어 파사드까지 확인할 수 있다.
조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과거 대한제국의 황실에서는 어떤 조명이 유행하고, 설치되었었는지 알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11월 27일부터 2025년 3월 3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전은 개항 이후 전기를 도입하고 덕수궁에 조명기구를 설치하며, 근대국가의 모습을 갖추려 했던 대한제국의 노력과 시대상의 변화를 조명한다.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내외에 설치되었던 샹들리에, 촛대, 석유등, 유리 등갓 등 다양한 근대 조명기구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영상실에서는 이화문 샹들리에와 영상을 결합해 미디어 파사드 ‘모던 에이지 월(Modern Age wall)’을 선보이며 유물의 현대적 해석까지 함께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돈덕전은 1903년에 지어진 프랑스식 영빈관으로 파리에서 유행하던 건축양식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서양과 외교적으로 동등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지어졌다. 2019년부터 복원을 시작했고 건물 외관의 건축 양식은 물론 벽돌 개수, 아치, 건축규모 등 모든 것을 똑같이 구현하려고 노력해 2023년 9월 완공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공개된 이후 현재는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카이브실에서 대한제국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한제국의 첫 전등부터 이화문 샹들리에까지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대한제국, 빛의 세계로 들어서다’에서는 덕수궁에 전등 설비가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전시한다.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가 경복궁에 첫 전등을 밝히고,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를 설립해 덕수궁에 전등이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에디슨 전구, 덕수궁 평면도 등을 통해 살펴본다.
2부 ‘근대의 빛이 피어나다’에서는 정관헌부터 중명전, 돈덕전까지 덕수궁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들에 설치되었던 조명을 주제로 서양식 건축물과 전등에 대해 다룬다. 이 섹션에서는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mpany)’에서 대한제국 국가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넣어 제조한 〈이화문 샹들리에〉를 살펴볼 수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에디슨이 창립한 에디슨 전기회사와 1892년 톰슨-휴스턴 전기 회사(Tomson-Houston Electric Company)가 합병해 설립된 종합 전기회사이다. 전시 공간은 샹들리에 가지마다 장식된 이화문이 빛으로 피어나는 형상을 영상과 함께 거울의 방으로 구현해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3부 ‘황실을 밝히다’에서는 석조전의 실내 장식과 공간별 특성에 맞춰 사용된 영국, 미국산 수입 조명기구 유물들을 선보인다. 고전적인 문양과 이오니아식 장식 기둥으로 꾸며진 〈화로형 스탠드〉 한 쌍과 무드 등처럼 사용되었던 〈석유등〉을 대한제국 당시 석조전 내부 장식을 유통했던 영국 메이플 앤코(Maple & Co.)의 가구와 함께 연출해 과거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요정의 불빛처럼 빛난다는 의미에서 ‘페어리 램프’로 불렸던 〈화형 초 받침〉도 전시한다. 빅토리아 여왕이 아꼈다고 전해지는 이 램프는 관람객이 요정을 불러내듯 마이크에 바람을 불면 만찬이 시작되는 체험형 영상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4부 ‘이화문, 궁궐에서 빛나다’에서는 일제에 주권이 넘어가고 황실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이후의 덕수궁 조명기구를 살펴볼 수 있다. 1904년 덕수궁 대화재 이후 재건돼 새롭게 설치된 함녕전과 덕홍전의 샹들리에, 대한문과 덕홍전의 〈구형 유리 등갓〉, 대조전 욕실에 달려 있었던 〈트로자리에 등갓〉과 대청의 대형 샹들리에 중앙 등에 걸려있었던 〈마쓰다램프〉 등 당시 사용되던 다채로운 전등기구 4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돈덕전 로비에는 덕수궁 내부를 내 손으로 꾸며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체험공간 ‘궁궐의 빛을 찾아, 나만의 궁을 꾸미다’에서는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조명기구를 개성 있게 조합해 내부를 꾸민 뒤 핸드폰으로 전송할 수 있고, 덕수궁 꾸미기 외에도 궁 내부 곳곳의 조명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준비되어 있으니 전시 관람 후에 경험해 보면 좋을 것. 만약 조명 전시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2층으로 향해보자. 2층의 아카이브 자료실에서는 궁에 관련된 다양한 책과 자료가 구비되어 있으며, 옆 전시실에서는 근대 역사의 자료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