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디자인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방법

식물과 자연물을 이용해 디자인을하는 디자이너 최정원 인터뷰.

검색 포털사이트를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는 단어인 ‘식물 디자인’은 ‘정원놀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최정원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만든 단어이다. 식물과 자연물을 소재로 사용해 조경, 플랜테리어,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활동하고 있는 최정원 디자이너 인터뷰.

식물 디자인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방법

플랜테리어, 플로리스트, 조경 등의 단어는 많이 들어봤겠지만, 식물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듣고 약간의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검색 포털사이트를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는 단어인 ‘식물 디자인’은 ‘정원놀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최정원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만든 단어이다. 식물과 자연물을 소재로 활용해 조경, 플랜테리어,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활동하고 있는 최정원 디자이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Interview with

최정원 정원놀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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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대표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 최정원

— 보통 꽃꽂이나 플랜테리어, 조경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식물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떻게 디자인하는 건가요?

평소 많은 분이 알고 계시듯, 식물 디자인은 실내외 조경, 꽃꽂이, 플랜테리어 등 식물과 관련된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식물디자인’은 예술적인 요소가 디자인과 결합한 형태로 진행하고 싶었어요. 조경에도 패션이나, UX/UI 같은 다른 디자인처럼 공식이 어느 정도는 있어요. ‘어떤 크기의 나무가 들어가면, 그 아래 다른 크기가 있어야 하고 그 밑에는 어떤 돌이 배치되어야 한다’ 이런 밸런스에 대한 공식이요. 그런 공식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져서 저만의 창의적인 해석과 예술성을 가미해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없던 길을 개척하는 느낌이 있지만 그게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는 광고 PD로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식물 디자인을 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원래는 식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었어요. 영상과 공연을 전공하고, 졸업 후 TV CF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업계가 힘들어지는 순간이 왔어요. 일은 너무 재밌었지만, 진로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다른 걸 해보자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정원놀이를 하기 전 가죽 브랜드를 운영했었는데, 체력적 한계로 그만두기는 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손으로 만들고,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이후 식물을 접하고, 자연물로 디자인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매력에 빠져 식물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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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사용되는 돌과 자연물. 소재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는 것도 디자인을 할 때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한다. ⓒ디자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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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사용되는 돌과 자연물. 소재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는 것도 디자인을 할 때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제공 최정원

— 식물의 어떤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셨나요?

식물, 돌 등의 자연 소재의 각기 다른 외형 속에서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각 형태의 매력을 살려서 디자인하는 중에도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해요. 그리고 식물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줘요. 물을 주고, 햇빛을 쐬게 해주는 것처럼 관심을 챙겨주는 것에 대한 반응을 천천히 보여주잖아요. 생명의 경이로움도 느낄 수 있고, 반려 식물이라는 표현도 있을 만큼 ‘함께 한다’는 동반자 느낌이 좋아요. 그 외에도 성격이 급했던 저를 조금은 차분하게 만들어주기도 해서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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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요즘 가장 애정하는 식물로 꼽은 호야 종류의 다육식물. ⓒ디자인플러스

그렇게 해서 만드신 ‘정원놀이’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정원놀이라는 브랜드 이름에서 ‘정원’은 제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그리고 ‘놀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가드닝을 마치 흙 놀이 하듯이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붙였습니다. 요즘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많은 분이 계시지만, 아직도 식물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거나, 키우더라도 그 과정을 어렵게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식물을 조금만 키워보시거나, 만져보면 정해져 있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가드닝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재밌고 예쁘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전해지길 바라며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그리고 처음에 말씀드렸듯, 식물에 대한 해석이나 디자인에 예술을 가미해 풀어내고 싶었던 것을 브랜드의 방향성으로 잡았어요. 그것을 기반으로 지금은 식물과 관련된 클래스도 하고 있고, 브랜드 협업, 공간연출, 개인 작품 전시 등의 활동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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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블록과 현관의 통창을 통해 볕이 아름답게 드는 정원놀이 쇼룸. ⓒ디자인플러스

—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자인하시나요?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그냥 예쁘고, 보기 좋게 만들기만 한다고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공간이나 브랜드에 대한 충분한 공부를 한 후,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 알맞은 소재와 컬러를 선택한 후 형태를 만들어갑니다.

— 식물 디자인을 할 때 어디서 가장 많은 영감과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요.

정형화되지 않은 소재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대화를 하면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지인, 클래스 수강생, 브랜드 담당자, 누구든 가리지 않고 대화할 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 재밌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서 그 대화 속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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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렙x주네시 전시 현장 사진제공 최정원

— 올해 무브먼트랩, 주네시와 함께 전시하셨더라고요. 어떤 협업이었나요?

정석적인 루트대로 미대를 졸업하고 작가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니다 보니, 작가로서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에 대한 열망은 항상 있었어요. 전시를 어떻게 하는지, 어디서 해야 할지 알아보는 와중에 ‘주네시’라는 리빙브랜드의 대표님을 알게 됐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원놀이’와 브랜드의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 이후 주네시에서 무브먼트랩과 함께 전시할 예정인데 함께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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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렙x주네시 전시 현장 사진제공 최정원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전시였고 〈A Summer Night’s Dream: 여름 밤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전시였어요. 전시의 네 가지 주제 기억, 행복, 꿈, 위로 중 위로라는 키워드를 맡아서 〈Remember to Breathe〉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어요. 요즘 자연이라는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나 힐링의 대상이 되니, 자연물을 다루는 저에게는 너무 알맞은 주제였어요. 전시 장소였던 ‘무브먼트랩 한남’ 공간이 잘 꾸며져 있고 멋있어서 제 작품에도 생기가 돌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작품은 그에 걸맞은 공간에 있어야 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만족스러운 전시였고, 현장 반응도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 다양한 협업을 하셨어요. 그중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가 궁금해요.

우선 쉐보레와 함께했던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트랙스 크로스오버라는 차량이 출시됐을 때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됐었어요. 트랙스 공식 광고영상이 자연, 식물과 함께하는 콘셉트로 진행됐어서, 제가 꾸미는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궁금하다고 연락을 주셨었죠. 우선 차량과 식물이 공존한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브랜드에서 저한테 기획부터 디자인, 차량 색상까지 모든 걸 저의 선택에 맡겨주기도 하셔서,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 가미된 디자인을 좀 더 편하고 즐겁게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파인다이닝 ‘KORII’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예요.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쳤고, 김현빈 총괄 셰프님과 함께 공간부터 조명, 오브제, 조경, 디쉬에 올라가는 꽃 연출까지 세세하게 준비했어요. 한국의 식재료들이 메인 콘셉트였던 곳이라 자연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공간 디자인을 진행했고, 자연의 색과 땅의 질감을 넣은 저의 작품도 ‘KORII’ 안에 함께 걸렸었어요. 음식에 메시지를 담아 만드는 것이 제가 작품을 만들 때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재밌었어요. 작가로서의 작품활동을 할 때,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었던 전환점 같은 프로젝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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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 ‘KORII’와의 공간디자인 사진제공 최정원

— ‘정원놀이’ 유튜브에 전국은 물론, 미국까지 식물을 키우는 사람, 가게, 식물원을 투어하며 인터뷰하고 있으시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터뷰하러 다니며 만나는 모든 분이 저에게는 인상 깊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얼마 전 업로드했던 영상에 출연하신 명옥 님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다양한 종류를 많이 키우시기도 하고, 식물을 바라볼 때 나오는 눈빛에서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오시더라고요. 마치 아기를 키우는 마음으로 반려 식물을 관리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분이셨어요. 그런 애정 깊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만난 헨리도 신선한 충격을 줬어요. 미국인이 분재를 키운다는 상상을 하지는 못했었는데, 나뭇가지를 잘라서 실험하고, 번식시키며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저도 모르는 식물 취향에 대해 알아가고, 인사이트를 넓히고 있는 점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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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물 투어 중 찍은 화단. 식물을 키운다라는 개념이 생활기저에 깔려있어 주변에서 보다 흔하게 화단을 접할 수 있다. 사진제공 최정원

— 미국에 식물 투어를 다녀오셨는데, 미국과 한국의 식물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면?

‘식물을 키운다’라는 개념은 미국 생활 기저에 깔려있었어요. 근처에 식물이 항상 존재하는 환경이라 접근성이 조금 더 좋은 것 같아요. 한국은 식물을 키울 때 귀하게 자식처럼 키운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시들거나 죽으면 바로 교체하고 식물의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고요. 한국보다 ‘순리에 따르고 흘러가는 대로 키운다’라는 자유분방한 느낌이 더 강했어요.

식물 종류나 트랜디함은 한국이 훨씬 다양하고 빠른 것 같아요. 미국은 생활 기저에 식물이 깔려있지만, 그만큼 흔하기도 해 판매점에서도 관리가 덜 된다고 느꼈고, 생각보다 식물 종류도 한국처럼 다양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식물 디자인적인 측면 역시 한국이 더 세련됐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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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작업실 공간의 포인트가 되어주는 조명들. ⓒ디자인플러스

— 자연과 가구를 조화롭게 배치한 쇼룸이 인상적이에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셨나요?

쇼룸이 바뀔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꾸며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번 쇼룸은 우선 모던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던한 유리블록이 있는 이곳을 선택했어요. 식물이 자라야 하는 공간이니 채광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유리블록과 입구의 통창을 통해 볕이 잘 들어오는 것도 좋았어요. 내부 인테리어를 할 때는 조명을 포인트로 주고 그와 어울리는 가구들로 공간을 꾸미는 편이에요.

이제 홀리데이 시즌이 왔어요. 연말 연시 모임이나 파티에 추천 해주실만한 식물이나 플렌테리어 연출법 팁을 주시자면?

따로 식물을 새로 사지 않아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집에 있는 꽃이나 작은 다육이, 혹은 작은 화분에 빨간색 리본이나 전구를 활용해서 트리로 활용해도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를 살릴 수 있어요. 조금 더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리스를 만들어봐도 좋습니다. 정형화된 동그란 리스 말고, 자유로운 형태로 나만의 리스를 제작해 테이블에 올려놔도 연말연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 거예요. 진주 같은 장식용품을 더해 꾸며봐도 좋고, 실이나 작은 부자재를 포인트로 줘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플랜테리어도 많으니, 사람들이 식물이나 플랜테리어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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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놀이’ 클래스 중에 제작했던 리스. 정형화되지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내도 매력넘치는 연출이가능하다. ⓒ 디자인플러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꿈이 있다면 해외로 진출해 한국만의 색채를 가진 조경이나, 식물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조경에 대한 색채가 뚜렷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식물을 매개체로 세상에 없던 한국적인 스타일의 식물디자인을 하고, 그것을 통해 ‘한국의 식물, 조경은 이런 정서다’를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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