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기프트 숍

한국 공예와 문화를 알리는 면세점

지난 5월 신세계 본점이 면세점을 오픈했다. 신관 8층부터 12층까지 자리 잡은 신세계 면세점은 다른 면세점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와 서비스 제공은 기본, 외국 관광객에게 한류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 문화를 해외에 손쉽게 알릴 수 있도록 국내 공예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 이곳에서는 장인과 현대 공예가, 젊은 디자이너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세계 기프트 숍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면세점에 한 번쯤 관심 가져볼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테니까. 내·외국인이 한데 섞여 빠르게 소비되는 면세점의 주요 인기 품목은 화장품과 명품 브랜드다. 특히 면세점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아이템은 바로 K-뷰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면세점은 더 높은 매출을 위해 더 많은 종류의 품목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결국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돼버렸다.

최근 이 같은 국내 시장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면세점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신세계 본점에 오픈한 면세점이다. 신관 8층부터 12층까지 자리 잡은 신세계 면세점은 다른 면세점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와 서비스 제공은 기본, 무엇보다 외국 관광객에게 한류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 문화를 해외에 손쉽게 알릴 수 있도록 국내 공예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 이를 위해 12층에 ‘신세계 기프트 숍’이라는 공간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장인과 현대 공예가, 젊은 디자이너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신세계가 국내 공예가에게 주목한 것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껏 이마트나 SSG 푸드마켓 등을 통해 ‘국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많은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기업 아닌가. 그러니 한국의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는 국내 공예가의 작품에 눈길을 돌린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면세점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와 반대되는 성격의 공예품 숍을 오픈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작업을 위해 신세계 면세점과 함께한 파트너는 라니앤컴퍼니다. 공간 콘셉트, 작가 선정, 상품 구성 등 기획과 디렉팅을 맡은 박정애 라니앤컴퍼니 대표는 우선 신세계 기프트 숍의 의미와 우리 공예품의 매력을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하기 위해 ‘책가도’를 콘셉트로 정했다. 책가도는 선비의 애장품인 책과 문방사우를 비롯해 도자기, 화병, 부채, 술병 등 다양한 물건을 묘사한 정물화로 마치 지금의 편집 숍과 닮았다. 또한 서양화법의 영향으로 투시 원근법과 역원급법이 동양화와 조화를 이루는데, 이는 마치 내·외국인이 함께 이용하는 면세점의 모습과 비슷하다. 특히 책가도는 궁궐에서 반가, 민가로 퍼지며 복이나 장수, 부귀영화, 다산 등 소망과 염원을 의미하는 물건을 그려 선물용 그림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기프트 숍의 속성과 무척 닮아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에서 공예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브랜드, 문화 재단, 갤러리와 함께 1000여 작품을 선정했다. 일상적인 소품부터 소장 가치가 있는 장인의 작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균형 있게 공존할 수 있도록 선별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대까지 고려했다. 이렇게 깐깐하게 고른 작품을 책가도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선반과 유리관 등에 정성스럽게 전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라니앤컴퍼니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도 기획해 도예가와 협업한 작은 달항아리, 젊은 섬유 공예가가 디자인한 색동 비단 안감의 가방, 오방색을 모티브로 한 파우치 등을 선보여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살 수 있는 똑같은 상품으 로 넘쳐나는 면세점이 아니라 차별화된 콘텐츠와 우리 공예의 아름다움까지 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곳이다.

프로젝트 명 신세계 기프트 숍 
클라이언트 신세계DF 
기획·디렉팅 라니앤컴퍼니(대표 박정애) 
VMD 디자인 서다(대표 홍희수) 
프로젝트 기간 2016년 2~5월 
참여 브랜드 국립무형유산원, 아름지기&온지음, 모던마켓플레이스, 이도, 갤러리 보고재, 담연, KCDF, 제로퍼제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근대화상회, 낙낙, 함, 앤드바움, 저집, 은곡도마 등 

Interview
박정애 라니앤컴퍼니 대표
“속도가 다른 면세점과 공예품 숍이 어떻게 발을 맞추고 긴 호흡으로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매출과 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이와 별개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섰다는 데 의미가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면세점의 성격과 다른 공예품 숍이 어떻게 호흡을 맞춰 오래 유지할 것인가이다. 우리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 기업인 만큼 신세계 기프트 숍이 많이 알려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러러면 지속적으로 공예가를 발굴하고 이런 자리를 통해 소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57호(2016.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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