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김지용의 A to Z: 도쿄 하라주쿠 ‘GR8’부터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김지용 지용킴 디렉터·디자이너

햇빛으로 옷을 바래고, 런웨이 대신 전시를 택하는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은 창작의 방식부터 보여주는 방식까지, 기존 패션 산업의 시스템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선블리치 기법과 전시형 프레젠테이션, 클락스, 삼성전자, Super73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쌓아온 지용킴의 여정을 A부터 Z까지 되짚는다.

[Creator+] 김지용의 A to Z: 도쿄 하라주쿠 ‘GR8’부터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지용킴(JiyongKim)’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햇빛으로 옷을 바래는 선블리치(Sun-Bleach) 기법부터, 구조적 드레이핑, 전시형 프레젠테이션, 패션 외 산업과의 실험적 협업까지. 지용킴이 구축해 온 세계는 느리지만 확고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죠. 특히 “왜 이 옷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지용킴 디렉터 김지용의 창작은, 옷을 입는 행위에 시간과 태도, 맥락을 덧입히는 데 집중합니다. 런웨이 대신 전시, 유행보다 제작의 윤리, 전략보다 창작의 본질을 택해온 지용킴. 그가 걸어온 브랜드의 여정과 감각을 A부터 Z까지의 키워드로 짚어봅니다.

프로젝트 A to Z

Analog
A

최근 한남동에 오픈한 지용킴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옷을 단순히 진열해 놓지 않는다. 대신 직접 제작한 카탈로그를 통해 개체 하나하나의 차이를 소개하고, 고객이 이를 직접 입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었다. 모든 선블리치 제품은 빛의 방향, 시간, 날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패턴이라도 각기 다른 색감과 표정을 가진 옷들이 하나의 시리즈 안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매장에서는 각 개체의 실물 사진과 설명이 담긴 책자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지용 디렉터는 이 작업을 두고 “어떻게 이 모든 개체를 다 촬영하고 편집해서 책으로 만들겠어요. 정말 생산성이 떨어지는 방식이죠.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는 지용킴이 추구하는 ‘개체성’과 ‘시간이 만든 옷’이라는 철학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산업 논리와 반하는 이 느린 카탈로그는,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 기능한다.

Business
B

지용킴은 브랜드를 시작한 초기부터 비즈니스와 창작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 왔다. 단순히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 브랜드를 어떤 태도로 지속해 왔는가에 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졸업 무렵, 지용킴은 이미 Mr. Porter, SSENSE, GR8 등 글로벌 유통망에 입점해 있었다. 졸업 쇼가 끝나고 일주일 뒤, 그는 런던에서 단기로 빌린 플랫 아파트 거실을 임시 쇼룸으로 꾸며 바이어 미팅을 준비했다. 이곳에 도버 스트리트 마켓 런던(Dover Street Market London), 브라운스(Browns), 셀프리지(Selfridges) 등 세계적인 셀렉트숍의 바이어들이 직접 방문했고 실제 바잉으로 이어졌다.

“졸업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던 디자이너가, 자신의 플랫 거실에서 이런 바이어들을 응대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JiyongKim Exhibition at Platz 2 Seongsu 3

이처럼 지용킴은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가 설득력을 가진다면, 비즈니스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한편,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은 지용킴에게 단순한 영업 활동이 아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언어를 공유하는 중요한 접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지용 디렉터는 제품이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이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옷이 가진 디테일과 방식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용킴은 브랜드 초기부터 직접 바이어를 응대하며, 제품 하나하나의 구조와 제작 방식을 설명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브랜드의 깊이에 공감한 글로벌 바이어들이 자발적으로 입점을 제안해 오기도 했다. 김지용 디렉터는 옷으로 말하는 브랜드, 그리고 그 옷이 만들어지는 태도로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택되기보다는, 우리의 옷을 통해 직접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어요.”

Clarks Original x Jiy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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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4월, 지용킴은 클락스 오리지널스(Clarks Originals)와의 두 번째 협업을 공개했다. 클락스의 대표 모델인 왈라비(Wallabee)와 데저트 트렉(Desert Trek)에 지용킴 특유의 선블리치 기법을 더해, 브랜드의 실험적인 감각을 재해석했다. 데저트 트렉에는 자연스럽게 탈색된 패브릭 어퍼에 로우 엣지 프린지 디테일이 더해졌고, 왈라비는 측면 전체에 걸쳐 입체적인 패턴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선블리치가 입혀졌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여성 사이즈 라인업을 처음으로 포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울러 데저트 트렉 일부 모델은 지용킴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한정 발매로 공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앞서 2024년 클락스와의 첫 협업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인 만큼 단순히 ‘지용킴 스타일’을 덧입힌 제품을 넘어서는 창작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Dra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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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블리치와 함께 지용킴(JiyongKim)의 옷이 가진 또 다른 특성은 바로 드레이핑(draping)이다. 입는 사람의 체형과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지는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지용킴의 옷은 신체 위에서 ‘흐른다’. 주름을 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기고, 고정된 실루엣보다 착용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형태를 만든다. 이는 지용킴이 추구하는 조형 언어이자, 브랜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인 드레이핑(draping)을 통해 구현된다. 절개선 없이 구성한 카고 팬츠가 대표적이다. 보통은 포켓이 바깥에 부착되지만, 지용킴은 포켓을 안쪽 절개선에 숨겨 패턴 자체가 실루엣을 형성하도록 설계한다. 또한 안감과 겉감의 길이에 미묘한 차이를 줘, 옷을 입었을 때 겉감이 흘러내리는 듯한 인상을 만들기도 한다. 이는 고정된 형태 대신, 입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조형이 달라지는 유연한 옷을 만든다. 옷은 마치 몸 위에서 반응하는 조각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 담긴 감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변화하는 조형’이 된다.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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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ongKim Exhibition at Platz 5
플라츠2 커런트에서 선보인 지용킴(JiyongKim)의 첫 번째 전시 <JiyongKim Exhibition> 전경

지용킴은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전시를 통해 옷을 소개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험해 왔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플라츠2 커런트에서 지난 2022년 7월 7일부터 7월 17일까지 진행한 아카이브 전시 <JiyongKim Exhibition>은 그 시작이자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패션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회화와 조형 등 시각 예술 언어로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매장처럼 옷을 나열하지 않고, 각 제품을 독립적인 오브제로 제시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입는 대상이 아닌, 읽고 감각하는 옷의 가능성을 제안했다.

한편, 지난 2024년 9월 4일부터 9월 29일까지 지용킴은 브랜드 전시 여정을 처음 시작했던 플라츠2에서 여섯 번째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2년 전 첫 전시가 열렸던 공간으로의 회귀이자, 그간의 궤적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었다. 전시는 건물 외벽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시간에 따라 색이 바래는 ‘선블리치’ 기법을 활용해 작품이 자연광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냈다. 실내에서는 회화, 조형, 텍스타일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된 지용킴의 작업을 전개했다. 아울러 24A/W 시즌 신제품, 협업 아이템 등도 소개해 브랜드의 예술성과 상업적 확장을 동시에 보여줬다.

Furniture & Flagship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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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디렉터가 인터뷰 말미에서 언급했듯이 지용킴의 다음 협업 장르는 ‘가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가구에 대한 그의 관심이 잘 묻어난다.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에 배치된 진열대, 테이블, 스툴 등의 가구는 모두 모듈형으로 제작되어, 시즌 콘셉트나 전시 구성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 지용킴에게 가구는 단순히 옷을 진열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가 아니다. 옷이 입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듯, 가구 역시 공간과 시간, 전시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브랜드의 태도를 전하는 조형 요소다. 옷과 공간을 넘나들며 조형 언어를 확장해 온 지용킴의 다음 협업이 ‘가구 브랜드’와의 조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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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 플래그십 스토어에 놓인 플로어 램프. 조명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화병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김지용 디렉터의 취향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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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 플래그십 스토어 곳곳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분재도 놓여 있다.

이 외에도 플래그십 공간 곳곳에는 지용킴 특유의 감각을 만날 수 있다. 식물이나 오브제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과 균형을 고려한 조형 요소로 활용한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다. 한쪽 벽면에 놓인 플로어 램프는 사실상 조명보다는 화병처럼 쓰이고 있는데, 그 안에 꽂힌 나무 역시 ‘꽃보다 나무가 좋다’는 김지용 디렉터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물건 하나하나에 그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관찰해 온 태도가 깃들어 있으며,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선블리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TV조차 최신형이 아닌 빈티지 TV를 고른 이유도 ‘어떤 화면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취향과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디자이너의 사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감각이 공간 전반에 은근히 스며 있다는 점에서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한 매장 이상의 역할을 한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김지용의 미감이 오롯이 구현된 장소이자, 지용킴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살아가는 방식’을 디자인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실질적인 플랫폼인 셈.

GR8
G

GR8(그레이트)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세계적인 스트리트 기반의 편집숍이다. 아방가르드하고 실험적인 패션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온 곳이다. 이곳은 일본 로컬 브랜드뿐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와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는 감각적인 셀렉션으로도 이름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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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3월 8일부터 3월 14일까지 도쿄 하라주쿠의 GR8에서 진행한 지용킴(JiyongKim)의 팝업 전경

GR8과 지용킴의 인연은 브랜드 론칭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지용 디렉터가 졸업 쇼를 위해 실험적으로 제작한 ‘선블리치(Sun-Bleach)’ 작업을 본 GR8은, 브랜드명이 정해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 전체를 단독으로 바잉(buying)했다. 이 뜻밖의 제안은 김지용 디렉터에게 브랜드 론칭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지용킴이라는 이름이 탄생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GR8은 현재까지도 지용킴을 소개하고 바잉(buying)해주는 주요 파트너 중 하나다. 최근에는 GR8을 통해 지용킴의 첫 해외 팝업이 도쿄에서 열리기도 했다.

“진짜 가족분들이 다 지용킴을 위아래로 입고 오셔서, 제 앞에서 아주 많은 피스를 그냥 다 구매하시고 가시는 걸 봤어요. 그걸 보고 해외에서도 우리 브랜드를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구나, 정말 많이 느꼈어요.”

“한국에서는 저희 옷을 어떻게 설명하고 보여주는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그런 경험을 해외에서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GR8과 지용킴의 관계는 단순한 유통 파트너십을 넘어, 브랜드가 어떻게 국제적 무대에서 정체성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저희가 하고 있는 것들을 더 완벽하게 수행하자는 게 일차적인 목표예요. 그와 동시에 해외 활동을 더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만약 지용킴이 가장 먼저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된다면, 그 무대는 일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R8과의 지속적인 협업과 도쿄 팝업에서 확인한 현지 고객들의 높은 호응은 브랜드에 강한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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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한남동이니까’ 선택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가장 잘 맞는 분위기와 동선을 가진 공간을 오랜 시간 탐색한 끝에 도달한 결과다. 김지용 디렉터는 “이곳까지 걸어오는 길이 너무 저희 브랜드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한다. 매장 인근은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아,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이는 오히려 지용킴이 추구하는 브랜드 경험과 닮았다. 누구나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고, 좋아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천천히 도착하는 공간’. 지용킴은 이곳이 그런 따뜻한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Kinfolk x Jiy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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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은 지난 2022년 11월 18일부터 11월 27일까지 킨포크 도산에서 두 번째 전시를 선보였다. <JiyongKim x Kinfolk: 2023 SS presentation>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의 2023 봄/여름 컬렉션을 소개했다. 아울러 지용킴의 시그니처 기법인 ‘선블리치(Sun-Bleach)’를 활용한 다양한 레디 투 웨어 아이템과 아트워크 선보였다.

전시는 킨포크 도산 라운지에 비치된 프렌치 모더니즘 가구들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 세계관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김지용 디렉터는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선반 컬러에서 모티프를 얻어 컬렉션용 셔츠의 컬러를 제작했고, 선블리치 원단을 아트 퍼니처에 접목하는 등 오브제와 의류 사이의 경계를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현재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빈티지 브라운관도 이곳에서 먼저 선보였다. 햇빛에 오랜 시간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지용킴의 ‘선블리치’ 원단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Music Frame
M

지난 2024년, 지용킴은 삼성전자와 협업해 뮤직 프레임(Music Frame)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브랜드의 대표 기법인 ‘선블리치(Sun-Bleached)’를 활용한 패브릭 아트 패널을 통해, 햇빛과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독특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이 작업은 액자형 스피커의 커스터마이징 기능과 어우러지며, 오디오를 하나의 감각적인 오브제로 확장하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기술과 예술, 라이프스타일이 만나는 접점에서 지용킴만의 조형 언어를 새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패브릭은 약품이 아닌 햇빛과 습도를 이용해 만들어졌고, 같은 방식으로 제작했음에도 패턴과 색이 모두 달라 하나하나가 전부 다르다.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단 하나뿐인 물건’이 된다는 점이 지용킴이 추구해 온 고유한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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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의 김지용 디렉터는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2024년 LVMH PRIZE 세미파이널리스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되며 브랜드의 실험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았다. LVMH Prize는 LVMH 그룹이 주관하는 권위 있는 글로벌 패션 어워드로, 매년 전 세계 유망 디자이너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지용킴은 브랜드 론칭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선블리치(Sun-Bleach)’ 기법과 조형적 실루엣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LVMH Prize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김지용 디렉터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과정 당시 그의 작품을 심사한 인물 중 한 명이 파비오 피라스(Fabio Piras)를 LVMH Prize에서의 2년 만에 재회했다고.

“파비오 피라스가 석사 과정 당시에 ‘지용킴(JiyongKim)’ 브랜드가 이미 있었는지 몰랐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동안 잘 성장해 줘서 고맙다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어요.” 

Super73 x JiyongKim
S

지용킴은 미국 캘리포니아 감성을 담은 프리미엄 전기바이크 브랜드 Super73과의 협업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의류 너머로 브랜드의 영역을 확장했다. 도시 주행용 ‘S2’ 모델과 오프로드용 ‘S-Adventure’ 모델 두 종을 지용킴 특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각각 다른 무드와 그래픽을 입힌 한정판 전기 바이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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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ongKim x Super73 협업 전시 전경

바이크를 단순한 탈것이 아닌, 몸과 감각이 연장되는 또 하나의 오브제로 접근한 점이 눈길을 끈다. 패션과 모빌리티, 두 접점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는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몸–공간–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협업 제품은 2024년 4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익선동 ‘누디트(NOUDIT)’에서 전시되었으며, 일부 제품은 현재 한남동 지용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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