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유토피아가 여기에

소설가 김초엽과 국내외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7인이 함께하는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 전

당신을 위한 유토피아가 여기에

유토피아.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유토피아를 상상할 여유마저 박탈당한 현대인들을 위한 전시가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린다.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는 SF 소설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세 번째 단편 〈공생가설〉을 각색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나승준, ‘INTO THE UNCERTAINTY’, 2023

〈공생가설〉은 인간의 사회성이 외부에서 왔다는 설정과 유년기의 기억 상실을 연결 지어 풀어낸 소설이다. 전시는 〈공생가설〉에서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그곳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한다’는 부분을 차용해 세계관을 정립했다. 소설 속 ‘류드밀라의 행성’이 전시에서 유토피아인 것. 김초엽 작가가 직접 각색에 참여했으며, 전시 텍스트라는 형태로 김초엽 작가의 글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우리에게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에게 자리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김초엽, 〈공생가설〉
헤이든 클레이, ‘Big City Pipe Dream’, 2019
나승준, ‘roller coaster’, 2022
스틴 오를란스, ‘Summer Memoires’, 2020

현실에 없는 이상향, 유토피아를 그리는 전시답게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 전에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7인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안디카 라마디안(Andhika Rmadhian), 나승준, 제시 스톤(Jesse Stone), 헤이든 클레이(Hayden Clay), 발렌틴 파바조(Valentin Pavageau), 마리아노 페치네티(Mariano Peccinetti), 스틴 오를란스(Stijn Orlans)의 3D 아트, 디지털 콜라주, 모션 그래픽 작품이 김초엽 작가의 세계관 안에서 펼쳐진다.

관람객은 7인의 아티스트가 던져주는 유토피아에 대한 힌트를 따라 소설의 ‘류드밀라의 행성’처럼 기억 속 망각된 채 남아있는 유토피아로의 여정을 떠난다. 오래된 우주 정거장처럼 꾸며진 인트로 존에서 시작된 전시는 7개의 챕터, 200여 점의 디지털 아트로 구성된 유토피아를 지나 마무리된다.

제시 스톤, ‘Moonlight Drive’, 2023

구형 텔레비전부터 4K LED까지 폭넓은 디스플레이 사용과 소설의 문법을 차용한 구성이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들이 그려내는 풍경이 모두 다른 유토피아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는 김초엽 작가의 말처럼, 전시에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찾아보길.

나승준, ‘Way back home’, 2021
나승준, ‘surg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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