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캔버스가 된 부산, 루프 랩 부산 2025
한국 최초의 국제 미디어 아트 페어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2025
요즘 부산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미디어 아트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아시아 디지털 아트의 흐름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자 하는 한국 최초의 국제 미디어 아트 페어,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루프 랩 부산’은 기술과 인간 생태가 융합되는 미래를 대비해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확장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기획되었다. 세계적인 비디오 & 미디어 아트 전문 아트 페어인 ‘루프 바르셀로나(Loop Barcelona)’를 모델로 삼아 기획되었지만, ‘예술 시장’에 초점을 두는 바르셀로나와는 다르게 예술과 산업, 창작자와 관객, 도시와 공동체가 만나는 공유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번 대규모 행사는 크게 아트페어, 포럼, 전시 세 가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각 프로그램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디지털 예술 생태계의 입체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전시는 부산시 전역 26개 문화기관과 공공장소에서 동시에 개최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도모헌, 영화의전당, 부산문화회관, 부산박물관, F1963, 해운대플랫폼 등 관공서부터 복합문화공간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루프 랩 부산만의 개방성과 네트워킹 전략을 드러낸다.


각 전시는 베뉴별로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디지털 서브컬처’, ‘무빙 온 아시아’, ‘박물관 미디어아트를 만나다’ 등 다양한 주제로 미디어 아트를 보여준다. 특히 전통적인 전시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김해공항과 야외조각공원 등 공공장소까지 확장해 조금 더 많은 대중들이 미디어아트를 접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특히 〈디지털 서브컬처〉 전시는 SNS 기반 크리에이터부터 현대미술 작가까지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며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흐리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Cemile Sahin, ROAD RUNNER, 2025, Video, single channel (color, sound), Duration_ 15min 15sec
자료 제공 에이플럭션

Refik Anadol_MACHINE HALLUCINATIONS-LNM-CORAL_Courtesy of the gallery and the artist
자료 제공 에이플럭션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는 해운대 그랜드 조선 호텔에서 열렸다. 기존 루프 바르셀로나에 참여해 온 세계적 갤러리들을 포함해 총 25개의 국내외 주요 미술관, 갤러리가 참가해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는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 제밀레 샤힌(Cemile Sahin)의 작품을, 파리의 페로탕(Perrotin)은 한국계 미국 작가 진 마이아슨(Jin Meyerson)의 작품, 런던의 타엑스(Taex)는 뉴미디어 작가 MAOTIK의 디지털 작품을, 한국 조현 갤러리는 한국 대표 작가 이배의 영상 작업을 선보였다. 또, 이스탄불의 필레브넬리(Pilevneli), 중국 청도의 사우전드 플래토 아트 스페이스(Thousand Plateaus Art Space), 파리의 갤러리 바오(Galerie BAO) 등 현대 미디어 아트를 이끌어가는 갤러리들이 다수 참여하며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현재를 조명했다.

독립적 공간 구성으로 관람객에게 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 루프 랩 부산 페어 사진 에이플럭션,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독립적 공간 구성으로 관람객에게 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 루프 랩 부산 페어 사진 에이플럭션,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페어는 작품 감상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데 집중했다. 호텔 한 층의 객실을 각 작품의 상영 부스로 활용한 독립적 공간 구성은 관람객에게 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했다. 그리고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조도와 사운드 세팅은 각 작업의 감각적 해석을 극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카탈루냐 포커스(Catalonia Focus)’ 섹션에서는 바르셀로나의 7개 갤러리가 참여해 이수원(Suwon Lee), 식스 앤 파이브(Six N. Five)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자매 도시 간 문화적 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포럼에서는 ‘미디어 아트 컬렉팅’과 ‘예술과 자본’을 주제로 깊이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전문가와 컬렉터,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미디어 아트의 수집 및 가치 평가 기준, 경제적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술이 예술의 형식을 끊임없이 바꾸고 있는 오늘, 예술이 산업과 어떻게 공존하고 공동체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Load Gallery_Ezequiel Pini (Six N. Five)_Species, 2023-2024, 3d animation, 1min 55sec
자료 제공 에이플럭션
모든 전시에 참여해 축제를 온전히 즐기면 가장 좋겠지만, 많은 전시 중 어디서부터 관람을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주목하자. 지금부터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물론, 이미 막을 내렸지만 주목할 만한 전시까지 루프 랩 부산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전시들을 소개한다.
1. 부산시립미술관 ≪디지털 서브컬처(Digital Subculture)≫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디지털 서브컬처(Digital Subculture)≫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실과 가상, 현대미술과 대중문화, 창작과 소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을 미디어 아트를 통해 알아보는 자리다. 시립미술관 야외조각 공원과 김해공항 등 연계기관에서 진행되며, 28개국 45명의 디지털 창작자가 참여한다. 전통적인 전시 공간을 벗어나 야외조각 공원에 설치된 LED 화면을 통해 작품이 전시해 디지털 미디어 아트 전시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전시는 네 개의 주요 섹션으로 나뉜다. 그 첫째인 ‘디지털 추상’에서는 비정형 추상성의 새로운 미학적 실험을 탐구한다. 두 번째 섹션인 ‘다다의 빛’은 기존의 물질적 형이상학 예술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며 신(新) 다다이즘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 다음으로 ‘미러링 네이처’ 섹션은 기술과 자연을 나누는 이원론적 사고를 넘어 융합된 미래사회 환경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미러링 휴먼은 창작자들에 의해 모방되고 창조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실제와 허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서브컬처≫는 단순한 기술 응용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미적 감각 변화와 예술의 공공적 실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을 곰곰이 곱씹다 보면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감각 경험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색다르게 야외에서 펼쳐지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전시인 만큼 놓치지 말고 방문해 전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부산시립미술관 ≪디지털 서브컬처≫
주소 부산 해운대구 APEC로 58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정원
기간 2025년 4월 15일 – 6월 29일
운영 시간 10:00-20:00
기획 부산 시립 미술관
2. 도모헌 ≪무빙 온 아시아(Moving on Asia)≫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하고 도모헌*에서 열리는 ≪무빙 온 아시아(Moving on Asia)≫는 동시대 아시아 미술의 역동적인 흐름을 재조명하고, 국가와 세대 그리고 지역을 초월한 미적·사회적 상상력을 교류하기 위해 기획된 국제 교류 행사이다. ‘이미지로 움직이는 아시아’를 주제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도모헌은 1984년 지어진 옛 부산시장 관사로, 현재는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장소다. 역사적 건축물의 멋을 간직한 이곳은 전시와 강연이 열리는 한편, 정원 산책과 도심 풍경을 함께 즐기기 좋은 문화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13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18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총 2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장우진, 유스케 사사키를 비롯한 각국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아시아 각국이 공유하고 있는 미학적 감각과 사회적 맥락을 경험할 수 있고 미디어 아트가 지닌 경계 없는 확장성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무빙 온 아시아(Moving on Asia)≫는 동시대 아시아 미디어 아트의 풍경을 보여주며 경계와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예술적 상상력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전시가 열리는 도모헌은 작품의 감상을 한층 풍성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전시가 끝나기 전, 아름다운 부산의 경치를 볼 수 있는 도모헌에서 전시도 보고 아름다운 문화산책을 꼭 즐겨보길 바란다.
도모헌 ≪무빙 온 아시아Moving on Asia≫
주소 부산 수영구 황령산로7번길 60 도모헌
기간 2025년 4월 15일 – 6월 29일
운영 시간 10:00-18:00
기획 부산시립미술관
3. 부산박물관 ≪박물관, 미디어아트를 만나다≫

부산박물관이 개관 이래 최초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영상이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융합의 장을 펼쳐낸다. 연출가 양정웅과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이 참여하여, 전통 예술과 첨단 미디어 기술의 만남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한국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제안한다. 두 작가는 전통 회화의 미감과 첨단 기술을 결합해 한국 전통미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문화유산이 지닌 미적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다.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는 양정웅의 〈엑스(X) 미인도〉와 이이남의 〈디엔에이(DNA)산수〉를 포함한 미디어아트 작품 4점이 공개된다. 〈엑스(X) 미인도〉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풍속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시각특수효과, 사진, 한복 디자인, 메이크업 아트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선시대 일상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전통적 풍류를 현대적인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는 시각적 몰입감을 제공하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이이남의 〈디엔에이(DNA)산수〉는 작가의 DNA 데이터를 동양 산수화와 결합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자아와 자연의 연결성을 탐구한다. 이 외에도 김홍도, 겸재 정선 등 한국 전통 회화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영상 회화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소통의 방식을 제시한다. 각각의 작품은 첨단 미디어 기술을 통해 전통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동양적 미감의 현대적 해석을 보여준다.
부산 박물관 ≪박물관, 미디어아트를 만나다≫
주소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63 부산박물관
기간 2025년 4월 23일 – 6월 29일
운영 시간 화 – 일 09:00 – 18:00 (월요일 정기휴무)
기획 부산 박물관
4. 고은사진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Loop Lab Busan≫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고은사진미술관 별관)에서 리노베이션 이후 첫 전시로 ≪고은사진미술관+Loop Lab Busan≫이 열린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지역 기반의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다양한 협업과 플랫폼 연계를 통해 동시대 시각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이번 전시는 루프 랩 부산과의 협업을 통해 사진과 미디어 아트, 지역성과 국제성을 잇는 새로운 전시 형식을 제안한다.



고은사진 미술관에는 태국 출신 작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아피찻퐁은 환상과 실재,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잘 알려져 있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엉클 분미〉의 작가다. 이번에 선보이는 〈불꽃 (아카이브)〉(2014)는 태국과 라오스 국경의 사원 ‘사라케오쿠’를 배경으로, 불꽃놀이와 조각상, 노부부의 이미지가 교차하며 정치적 억압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코라크릿은 방콕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며, 정체성과 공동체의 서사를 디아스포라적 감각으로 탐색해왔다. 〈죽음을 위한 노래〉(2021)는 작가의 할아버지 임종 경험을 출발점으로, 제주 4·3 사건, 태국 민주화 운동, 샤먼의 노래 등을 중첩시키며 삶과 죽음의 굴레를 영적인 차원에서 풀어낸다.


≪고은사진미술관+Loop Lab Busan≫ 전시는 기억과 역사,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영상 세계를 통해 동시대 아시아 사회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고은사진미술관 별관)
≪고은사진미술관+Loop Lab Busan≫
주소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16
기간 2025. 04. 18 – 06. 29
운영 시간 화 – 일 10:00 – 18:00
기획 고은사진미술관
5. 부산문화회관 ≪타임 큐비즘 (Time Cubism)≫
부산문화회관에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타임 큐비즘 (Time Cubism)≫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2022년 공동 기획한 ≪나는 미술관에 ○○하러 간다≫ 이후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로, 디지털 기술과 예술 융합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동시대 영상미술의 새로운 시간성을 탐구한다. 전시는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진행했다.


≪타임 큐비즘 Time Cubism≫은 미디어 고고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이 시간과 공간을 재편하는 방식을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 전시는 비선형적이고 다층적인 감각을 영상과 몰입형 환경으로 구현했다. 참여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와 철학을 통해 새로운 시간성을 풀어내며 신선함을 더했다. 날리니 말라니는 애니메이션 설치 〈My Reality is Different〉에서 억압된 이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카민 르차이프라싯은 불교적 순환 개념을 기반으로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몰입형 비디오 〈After Death Before Next Birth〉를 선보인다.

김기라는 시인과 래퍼의 협업을 통해 현실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플로팅 빌리지_위재량의 노래〉를 제시하고, 인공자연은 AI와 알고리즘 기반의 영상 〈얽힘〉을 통해 인간과 자연, 기술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타임 큐비즘 (Time Cubism)≫은 디지털 매체가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탐구하며, 동시대 영상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21세기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창출하는 시공간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 기간이 지나 직접 관람하지 못해 아쉽다면,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특성상 일부 작품은 온라인에서도 접할 수 있다. 물론 현장에서 경험하는 몰입감과는 다르겠지만 화면 너머로나마 그 감각의 일부를 따라가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타임 큐비즘 Time Cubism≫ 전시 작품 관련 링크
1. 인공자연(Artificial Nature)
<얽힘 Entanglement> 작품 관련 사이트
2. 카민 르차이프라싯 Kamin Lertchaiprasert (1964, 태국)
<바르도>, 2024, 이머시브 비디오, 8분 작품 관련 사이트
3. 날리니 말라니 Nalini Malani (1946, 인도)
<My Reality is Different>, 2020-2023, 34개의 아이패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9채널 애니메이션 룸, 사운드, Edition of 5+3 A.P, 작품 관련 영상 링크
4. 김기라 플로팅 빌리지_위재량의 노래 , 2015, 비디오 설치, 17분 30초, 작품 영상 링크
6. F1963 ≪토니아워슬러전≫
부산문화재단과 부산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토니 아워슬러(Tony Oursler)의 대형 설치 작품을 소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시는 문화재생공간인 F1963 석천홀에서 개최되었으며 아워슬러의 대표작 중 하나인 〈Lock 2, 4, 6〉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195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토니 아워슬러는 비디오, 조각, 퍼포먼스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그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무형의 존재를 시각화하며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퐁피두 센터,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수의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제 비엔날레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이미지 제공 울산시립미술관,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Lock 2, 4, 6〉은 2010년 발표된 이후,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심리적 감금을 시각화한 선구적 작업으로 평가받아왔다. 미로처럼 배치된 대형 패널 사이를 관람객이 이동하며 다양한 비디오 이미지와 마주하게 되는 공간 연출은 아워슬러 특유의 실험적 미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전시가 열린 F1963 석천홀은 과거 와이어 공장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산업적 흔적이 남은 구조와 어두운 조명이 작품이 지닌 불안한 정서를 더욱 강렬하게 뒷받침했다.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 방식과는 다른, 장소성과 감각이 맞물린 전시는 아워슬러의 작업 세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미지 제공 울산시립미술관,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흐름을 선도해온 아워슬러의 작품을 국내에서, 그것도 공간성과 1결합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혹시 이번 전시를 놓쳤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매년 열리는 소장품전을 통해 아워슬러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루프 랩 부산은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지향한다. 단순한 전시보다는 지역민, 관광객, 학생, 신진 작가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하며 디지털 미디어 아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적 환경과 감수성에 맞춘 콘텐츠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루프 바르셀로나가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결합을 통해 미디어 아트의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장하고자 한다. 일부 전시는 이미 종료되었지만, 루프 랩 부산은 오는 6월 29일까지 부산 전역 곳곳에서 계속된다. 디지털 아트의 흐름을 새롭게 쓰려고 하고 있는 ‘제1회 루프 랩 부산’을 놓치지 말고, 꼭 경험해 보자.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기간 2025년 4월 24일 – 6월 29일
조직 기관 부산시립미술관, 루프 바르셀로나, 에이플럭션 장소 부산시립미술관, 도모헌, 김해공항, 영화의 전당, 부산박물관, 부산문화회관,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카린갤러리, 이웰갤러리, 리앤배, OKNP, 뮤지엄원, F1963, 국제갤러리(부산), 공간 힘, 디오티 미술관, 초현화랑(달맞이), 리빈갤러리, 소비지갤러리, 해운대플랫폼, 유카로 오토모빌(해운대빌딩), 시청 미디어월, 영주맨션, 라우어 시니어타운,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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