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가장 예술적으로 시작하는 방법
미술관이 된 올림픽대로와 공항
여름휴가를 떠나는 길목에 ‘즉석 미술관’이 펼쳐진다. 올림픽대로 전광판 6곳에선 MMCA 소장품이 송출되고, 인천·김포·김해 공항 3곳에선 AI·AR 기반 미디어아트 등 14팀의 체험형 전시가 진행된다.

여름휴가의 설렘이 시작되는 길목, 그저 스쳐 지나기엔 아까운 풍경이 있다. 공항과 도로 위에 등장한 ‘즉석 미술관’ 덕분이다. 분주한 성수기, 이동의 순간을 감상의 시간으로 바꿔주는 이색 전시를 소개한다.
올림픽대로 위, 예술을 만나다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도~노량진 구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2025 캠페인 〈지금 여기, 국립현대미술관(MMCA Here and Now)〉 콘텐츠가 대형 디지털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여섯 곳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은 상·하행선 주요 지점에 분산되어 하루 24만 대 이상의 차량이 지나는 도심 정체 구간 속에 현대미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전광판 속 콘텐츠는 대국민 투표를 통해 선정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장욱진, 서세옥, 황규백, 이제창, 김상유, 주경의 대표작이 선별됐는데, 운전자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공 예술 콘텐츠를 도시 경관 속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옥외광고센터와 민간사 ‘올이즈웰’이 공동 운영하며, 발생 수익은 도시 환경 개선과 공공사업 재원 마련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여행과 이동이 집중되는 여름 휴가철,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이 구간에서 예술을 마주하는 경험은 일상 속 작은 여유를 선사한다. 잠시 멈춰선 차량 안에서도 현대미술은 조용히 말을 건다. 이번 여름, 휴가의 시작을 예술로 열어보는 건 어떨까.
여행의 출발선, 공항에서 감상하는 미술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인천·김포·김해 국제공항 3곳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협력 전시를 7월 14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공항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한국의 신진 및 중견 작가 14팀이 참여해 미디어아트, 대형 설치작품 등 총 30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AI, AR 기반의 인터랙티브 아트를 접목해 관람객이 직접 반응하고 체험하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는 디지털 조각 전시 <필링: 코드>가 열린다. 물리적 조각이 디지털로 환생해 공항이라는 흐름의 공간에 다시 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진아 작가의 AI 인터랙티브 조각 ‘히페리온의 속도’, 오묘초 작가의 대형 설치작 ‘인비트로’는 면세구역 서편 노드광장에 설치돼 공항을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재영 작가의 ‘쌍둥이 정원’, 현정윤의 ‘Stretching’, 문이삭의 ‘윤슬’, 윤순란의 ‘그리움 No.6’은 디지털 조각으로 변환돼 출국장 대형 전광판과 K-컬처 뮤지엄 외벽에서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다. 게이트 앞 쇼케이스 존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전체 작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도 함께 열린다.

김포공항에서는 도시 속 버려진 식물과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생명의 순환을 그려낸 전시 <The Overstory: 교차하는 물질들>이 펼쳐진다. 국내선 3층 메인 홀에는 정찬부 작가의 조각 작품 ‘Yellow–변모된 공간’, ‘피어나다’가 설치돼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제선 3층 대합실 로비에 설치된 장용선 작가의 ‘찬란한 잔해’는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켜지고 멀어지면 꺼지는 반응형 조형물로, 마치 작품이 살아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김해국제공항에서는 부산의 자연과 일상에 대한 시선을 담은 전시 <가까이 더 가까이>가 열린다. 국제선 2층에는 정혜련 작가의 ‘US crack’이 빛과 선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드로잉 캔버스로 전환시키고, 상환 작가의 ‘닿아있는 것들’은 검은 점토를 활용해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을 시각화한다. 국내선 2층에서는 정혜련, 상환, 강재원, 정진 작가의 협업 작품들이 전시되며, AR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아트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번 전시 기획을 두고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장호 대표는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휴가철과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리는 9월을 잇는 시기, 공항이라는 국제 관문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게 되어 더욱 뜻깊다”라며, 전시가 가진 의미와 더불어 여행철 공항이라는 공간이 지닌 상징성과 파급력을 강조했다.
전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11월 14일까지, 김해국제공항은 11월 13일까지, 김포국제공항은 11월 19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