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연여인 비주얼 아티스트
비주얼 아티스트 연여인은 영화·드라마 포스터부터 글로벌 브랜드 협업까지, 예술과 상업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의 세계를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따라가본다.

연여인은 늘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수행처럼 반복된 선의 축적은 고유한 회화적 언어가 되었고, 그 언어는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 케이팝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 글로벌 브랜드 협업으로 확장되며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들었죠. 그러나 어떤 맥락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리는 행위 자체가 본질”이라는 신념입니다. 최근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6년 만의 개인전 <The House That My Mother Built>까지, 지난 창작의 궤적을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짚어봅니다.
프로젝트 A to Z
Ari Aster |
A |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 20250820 09493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4933-832x1192.jpeg)
연여인 작가는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의 한국 개봉을 맞아 스페셜 포스터를 제작했다. <유전>, <미드소마> 등 강렬한 공포와 불안의 정서를 담아온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 세계를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해, 영화 특유의 불안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포스터에 시각화했다.
“아리 애스터 감독 팬이에요. 흥미로운 게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작업에서 감독님들이 레퍼런스로 <미드소마>를 늘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만큼 제 작업이 가진 불안과 환상의 결이 아리 애스터의 세계와 닮아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래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 포스터를 맡게 된 건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분 좋은 접점이 되었죠.”
BIBI |
B |
연여인 작가는 가수 비비(BIBI)가 2020년 발표한 싱글 <I’m good at goodbyes(안녕히)>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다. 영상 전반을 감싸는 ‘이별’의 정서를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며, 비비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몽환적인 감각을 화면에 구현했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면 구성은 노랫말의 서사와 맞물려, 음악이 지닌 내밀한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 눈길을 끈다.
CASETiFY |
C |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2 a bird 2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a-bird-2-1-832x1040.jpg)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3 reel cover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el_cover-1-832x1479.jpg)
연여인 작가는 글로벌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와 협업해 자신의 회화 작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담은 특별 컬렉션을 선보였다. 휴대폰 케이스와 액세서리로 출시된 컬렉션 시리즈는 연여인 작가 특유의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확장한 프로젝트다. 작품의 세계관을 새로운 매체와 접점으로 이어내며,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을 잇는 또 하나의 실험으로 주목할 만하다.
Dr. Seuss |
D |
연여인 작가는 어릴 적 그림책 작가를 꿈꾸며 그림책에 큰 애정을 품어왔다. 그중에서도 닥터 수스(Dr. Seuss)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그는 <모자 쓴 고양이(The Cat in the Hat)>, <초록 달걀과 햄(Green Eggs and Ham)>, <그린치가 성탄절를 훔친 방법(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유머러스한 언어유희와 상상력 넘치는 캐릭터들로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아 왔다.
“초창기엔 그림책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휴학을 하면서 1년 반 동안 그림책을 직접 만들고 계속 출판을 시도하기도 했죠. 실제로 한동안은 그림책 작가를 진지하게 꿈꾸기도 했습니다.”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4 resize DSC0376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DSC03767-832x555.jpg)
연여인 작가가 특별히 꼽은 작품은 <오, 네가 갈 곳들!(Oh, the Places You’ll Go!)>, <잠의 책(The Sleep Book)>, <로랙스(The Lorax)> 세 권으로, 각각 ‘삶의 여정에 대한 격려’, ‘잠이라는 소재의 무한한 확장’, ‘환경 파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닥터 수스의 작업에서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위트와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의 회화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Graphic Novel |
G |
연여인 작가는 그림책에 이어 그래픽노블(Graphic Novel)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와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를 인상 깊게 꼽았다. 그는 이 두 작품이 보여주는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서사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고 말한다. <쥐>가 가족사를 통해 거대한 비극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페르세폴리스> 역시 개인의 성장과 시대적 경험을 교차시키며 독창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연여인 작가는 이러한 그래픽노블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에 주목한다.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라,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해 한 사람의 삶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그의 회화 작업에도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그는 언젠가 “나이가 더 들어 자전적인 이야기를 거칠고 간결한 잉크 드로잉으로 풀어내는 그래픽노블을 써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House and My Mother Built |
H |
연여인 작가의 개인전 <The House That My Mother Built>이 2025년 8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삼청동 DIA Contempora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유년 시절과 그로부터 비롯된 감정의 구조를 중심으로, ‘방’과 ‘집’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회화적으로 탐색한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5 20250820 092923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2923-1-832x1118.jpeg)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6 20250820 09292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2923-832x1219.jpeg)
(오른쪽) Wake up little one, See what we’ve become, 2025, Oil on canvas, 116.8 X 80.3 cm Photo by Studio Myung ⓒYeon Yeoin, DIA contemporary
전시 제목 속 ‘어머니’는 단순한 가족의 호칭이 아니라, 작가 내면의 구조를 형성한 정서적 기반이자 공간의 건축자를 의미한다. 연여인에게 유년기의 방과 집은 감정과 기억, 상상이 켜켜이 축적된 장소였으며, 이번 전시는 성인이 된 지금 또 하나의 집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정서를 다시 들여다보고 회화로 풀어낸 시도라 할 수 있다.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7 20250820 09251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2518-832x668.jpeg)
작품들은 잉크 드로잉에서 출발해 유화로 확장되었고, 반복과 밀도, 물성에 대한 실험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시각 언어로 구현한다. 작업의 주요 모티프는 어린 시절 방 안에서 접했던 그림책 이미지, 동물 인형, 반복적 상상 활동과 같은 경험들로부터 비롯되며, 이는 내면의 구조를 형성한 시각적 기호로 재조합되어 회화 속 장면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버팀’, ‘적응’, ‘극복’, ‘안전기지’라는 키워드를 탐구하며, 연약한 존재가 삶을 감내하고 자신을 지탱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연여인은 ‘회화’를, 감정을 기록하고 다스리는 수행의 시간으로 이해하며, 반복되는 노동 행위에 가깝다고 말한다. 전시 <The House That My Mother Built>는 그렇게 쌓여온 내면적 서사의 집을 외부 세계에 열어 보이는 첫 시도이자, 현대인의 감정적 피난처와 심리적 회복에 대한 조용한 선언으로 자리한다.
Ink Collection |
I |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8 20250820 09182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1826.jpg)
연여인의 주요 재료 중 하나는 잉크와 종이다. 그는 청소년기부터 일기 쓰듯 꾸준히 잉크 드로잉을 이어왔으며, 그래서 잉크 작업은 창작 활동이라기보다 일상의 일부에 가깝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매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듯, 매일의 조각들을 담은 잉크 작업에도 별도의 제목 대신 반복과 순환의 의미를 담아 번호를 부여했다.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9 resize 02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029-832x832.jpg)
2023년 5월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선보인 개인전 <001030>에서는 그간의 잉크 작업 중 001번부터 030번까지의 연작이 전시되었다. 이는 사적인 기록이자 회화적 수행의 단면으로, 작가의 일상적 태도와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K-Pop |
K |
연여인은 다양한 K-POP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무대와 영상, 음악 비주얼로 확장해 왔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싱글 <Cosmic> 뮤직비디오에서 세트 벽화와 애니메이션을 맡아 몽환적인 화면을 구현했고, 가수 비비(BIBI)의 싱글 <I’m good at goodbyes(안녕히)>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해 곡이 지닌 내밀한 서사를 시각적 장면으로 풀어냈다.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0 resize 0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01-832x520.jpg)
이러한 작업은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K-POP이 가진 서사성과 세계관 구축에 회화적 깊이를 더하는 시도였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곡의 정서와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에게 또 다른 감각의 경험을 제공한다.
Nine Puzzles |
N |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1 20250820 09124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1241-832x1040.jpg)
연여인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의 공식 포스터 작업을 맡았고, 크랭크인 전부터 합류하여, 시리즈 속 메인 소품으로 사용된 ‘나인 퍼즐’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잉크 드로잉을 기반으로 디지털 편집을 거쳐 완성된 포스터와 퍼즐 소품은 작품이 지닌 미스터리 한 분위기와 서늘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듯 구성된 이미지들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선취하며, 시청자에게 서사의 결을 미리 체험하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해당 시리즈는 2024년 5월 21일 OTT 플랫폼 ‘디즈니+’를 통해 단독 공개되었다.
Recess |
R |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2 resize gentlemonster shenzhen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gentlemonster_shenzhen-1-832x398.jpg)
젠틀몬스터의 ‘HAUS NOWHERE Shenzhen’ 파사드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 월에 연여인 작가는 작품 <Recess>을 선보였다. 브랜드 특유의 감각적인 공간 연출과 어우러진 작업은 작가의 회화적 상상력을 대규모 스크린과 영상 언어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이미지들은 일상의 소비 공간을 넘어, 몰입적이고 낯선 체험의 장으로 관객을 이끈다.
Park Chan-wook |
P |
연여인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스테디(STEADY)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작품 포스터 작업에 참여했다. HBO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의 한국 공식 포스터에서는 분열된 정체성과 복잡한 서사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통해,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적·정치적 긴장을 회화적 언어로 응축했다. 이어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작업에서도 서늘한 색감과 ‘배롱나무’라는 상징적 모티프를 활용해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SeMA Bunker |
S |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3 20250820 09504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95046-832x555.jpg)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4 P20190825 145207000 E1281692 3192 48B3 84BC AB53B591F30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P20190825_145207000_E1281692-3192-48B3-84BC-AB53B591F309-832x555.jpg)
2019년 8월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SeMA 벙커에서 열린 첫 개인전 <Engram; 기억흔적>은 작가 연여인의 출발점이다. 기억과 무의식의 잔재를 시각화한 전시는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파편을 회화로 번역해 내며 작가만의 언어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의 실험적 시도는 이후 이어진 유화, 디지털 작업, 영상 미디어 확장으로 발전하며 연여인의 작업 세계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었다.
Uncertainty |
U |
연여인은 작업 전반에 걸쳐 ‘불안’과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정서를 탐구해 왔다. 그의 회화 속 인물과 캐릭터는 늘 낯설고 모호한 상황 속에 배치되며, 감정의 균형을 잃은 듯한 장면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삶을 감내하고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감정적 언어로 기능한다. 불안정한 균열과 균형 사이를 오가는 화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 내면을 투영하고,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심리적 피난처를 모색하도록 만든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5 20250820 06560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65608.jpg)
![[Creator+] 연여인의 A to Z: 박찬욱 감독 신작〈어쩔수가없다〉포스터부터 케이팝 뮤직비디오까지 16 20250820 08254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20_08254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