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장성호의 A to Z: 창작자의 태도를 배운 영화부터 최고로 인정받은 VFX 기술까지

장성호 감독·모팩스튜디오 대표

한 컷만 작업한다고 해도 애정을 담아 작업하는 장성호 감독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기술의 한계를 넘고 창작자로서 자리 잡은 그의 세계를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따라가 본다.

[Creator+] 장성호의 A to Z: 창작자의 태도를 배운 영화부터 최고로 인정받은 VFX 기술까지

장성호 감독을 애니메이션 감독에만 국한하여 소개하기엔 어렵습니다. 지난 30년간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특수시각효과를 담당하고, 450편이 넘는 영화 예고편을 제작했으며, 할리우드의 드라마와 영화의 특수효과까지 작업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쌓은 장성호 감독의 경험은 애니메이션 제작, 연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이번 A to Z는 장성호 감독이 이룬 ‘기술적 업적’보다 ‘작업 태도’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프로젝트 A to Z

A Little P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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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2010)은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장성호 감독이 처음으로 공동 제작한 영화다. 한국 연극계의 대부인 이상우 연출가가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한국의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다. 장성호 감독이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상우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영화 이후, 친해진 이상우 감독은 “네가 하는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이 예술이라고 평가해 줄 수 있지만, 너 스스로가 예술한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아라.”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이 조언은 장성호 감독에게 큰 울림이 되어 창작자로서 작업하는 데 방향이 되고 있다.

CG(Computer 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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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부터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했던 장성호 감독은 졸업 후, 잠시 광고계에서 활동하다가 <은행나무 침대(1996)>을 시작으로 영화 CG 분야로 들어왔다. 이후 30년 동안 300여 편의 영화, 드라마를 작업하면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CG·VFX(Visual Effects) 감독이 되었다. 스스로 남이 안 하는 짓만 골라서 했다는 장성호 감독이 제일 좋은 CG 작업으로 꼽는 영화는 ‘CG가 보이지 않는 영화’다. 그가 꼽은 CG가 보이지 않는 영화 중 한 편은 <선생 김봉두(2003)>다.

“<선생 김봉두>의 영화 속 계절은 여름인데, 겨울에 촬영했거든요. CG 팀이 겨울 분위기가 나는 장면들을 다 여름으로 바꿔 놓았죠. 심지어 배우들 입김까지 다 지웠어요.”

이렇게 CG·VFX 는 계절까지 바꾸는 힘이 있다. “그런데 관객들은 어디에 CG가 들어갔는지 모른다는 점, 그 부분이 재미있는 지점이죠.”

Drew Struz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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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름, 드루 스투루잔(Drew Struzan). <스타워즈>, <인디아나존스>, <백투더퓨처> 등 유명 영화 시리즈의 포스터를 디자인한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봤던 장성호 감독이 대학교 전공을 시각디자인 학과로 정한 이유도 바로 드루 스트루잔과 같은 포스터 디자이너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비록 2D와 3D의 차이지만, 결국 장성호 감독은 영화계로 들어와 그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 되었다.

Mofa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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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감독은 2002년, VFX 스튜디오 ‘모팩스튜디오(mofac Studio)’를 설립했다. 이후 모팩스튜디오는 VFX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로 성장하여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미국 등 해외 여러 영화/드라마 제작사와 작업하고 있다. 모팩스튜디오가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자체 연구 개발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워터 시뮬레이션, 매트 페인팅, 버추얼 프로그램과 플랫폼 서비스, IP 콘텐츠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VFX 분야의 개척자로서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Sparta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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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감독과 모팩스튜디오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와 드라마의 시각특수효과를 담당하고 있다. 여러 작품 중 장성호 감독은 드라마 <스파르타쿠스>(2010)를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태왕사신기(2007)> 를 작업하면서 친해진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Wata, <반지의 제왕> 시각효과 담당)의 담당자가 모팩스튜디오를 추천하면서 <스파르타쿠스> CG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Volcano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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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한국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이 화두였다. 무협 액션을 보여준 <화산고>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블록버스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액션 장면에 필요한 특수효과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부터 색 보정까지 CG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화산고>가 기념비적인 영화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특수효과를 적용하기 위해 촬영한 필름을 모두 디지털로 입력, 출력했다는 점이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기술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로 여겨지는 사례이기도 했다. 장성호 감독은 CG 감독으로서 이 쉽지 않은 과정을 지휘했다. 비록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미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CG 기술만큼은 인정받았던 영화다.

Water Sim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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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 오브 킹스>는 예수 생애 속 기적적인 순간을 모팩스튜디오의 기술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중 명장면 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갈릴리 호수 위를 걷는 예수가 등장하는 씬인데, 예수와 제자들 주변의 거친 파도가 매우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물의 표현은 모팩스튜디오의 특징으로, 이는 영화 <해운대>(2009)에서 시도한 ‘워터 시뮬레이션(Water Simulation)’ 기법부터 점차 발전하여 이뤄낸 성과다. <해운대>에서 거대한 쓰나미를 작업한 장성호 감독과 모팩스튜디오는 이후 <명량>(2014)까지 작업하면서 바다처럼 거대한 자연을 더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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