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손규리의 A to Z: 엔믹스 정규앨범 ‘Blue Valentine’ 커버부터 tvN 셀럽 케이크까지

손규리 미소바케카케 디자이너

“세상을 모른 척하지 않는 것이요.” 손규리 디자이너는 좋은 장면이든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이든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이런 시선으로 의뢰인의 사연을 읽어내고, 그 이야기를 색과 형태로 번역해 케이크로 구현하는 미소바케카케를 운영하고 있다.

[Creator+] 손규리의 A to Z: 엔믹스 정규앨범 ‘Blue Valentine’ 커버부터 tvN 셀럽 케이크까지

미소바케카케를 운영하는 손규리 디자이너는 의뢰인의 사연을 색과 형태로 번역해 케이크로 구현한다. 단순한 커스터마이징이 아니다. 마치 일기장 속 한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을 조형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최근 엔믹스(NMIXX) 정규앨범 [Blue Valentine] 커버 앨범과 tvN 드라마와 예능 속 캐릭터와 그들의 서사를 담은 ‘셀럽 케이크’ 시리즈로도 주목받았다. 케이크라는 일시적이고 소멸하는 매체를 선택한 뒤로 그는 반복되는 주문 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며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확립해 왔다. 손규리가 구축해 온 미소바케카케의 세계를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프로젝트 A to Z

Atelier
A

손규리 디자이너는 미소바케카케를 케이크숍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작업실(Atelier)’이라고 정의한다. 케이크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연을 조형적으로 해석해 하나의 결과물로 만드는 창작의 장소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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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근처에 자리한 미소바케카케 작업실 모습

작업실에는 공방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오븐과 믹서기 옆에는 식용 색소, 깍지, 꽃 등이 놓여 있다. 손규리는 이 공간에서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하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형태’로 번역할지 고민한다고.

“저는 케이크를 만든다기보다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기를 가게보다 작업실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워요.”

Blue Valentine
B

지난 10월, 엔믹스(NMIXX)의 정규앨범 [Blue Valentine] 커버에 등장한 케이크는 많은 이목을 끌었다. 멤버별로 서로 다른 콘셉트와 정서를 케이크에 담아내야 했기에 손규리 디자이너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각 멤버의 캐릭터와 서사를 정리한 이미지 자료를 전달받고, 이를 ‘미소바케카케식 언어’로 번역해 가는 과정은 작은 전시를 준비하는 것과도 비슷했다고 말한다. 시안을 세 차례 조정하며 케이크를 총 18개 제작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촬영 장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오브제의 위치나 색의 미묘한 차이가 어떤 인상을 남기는지까지 세밀하게 고려해야 했던 작업이기에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한다.

Collective
C

손규리 디자이너는 최근 3355 콜렉티브와의 작업을 통해 케이크 바깥의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3355 콜렉티브는 인문학, 예술, 경영, 디자인, 홍보,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 문제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소셜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미소바케카케는 지난 11월 12일 열린 전시 <HERE I AM>의 오프닝을 위한 케이터링에 참여했다.

Fine dining
F

손규리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갈증이 있다. 최근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파인 다이닝 디저트의 기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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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방에 온 듯한 재료와 도구로 가득한 미소바케카케

“혼자서 알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파인 다이닝 디저트처럼 기술이 많이 필요한 분야가 있는데, 그런 기법을 전문적으로 배워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Gaze
G

창작자로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손규리 디자이너는 단순하지만, 강한 한 문장을 남겼다.

“세상을 모른 척하지 않는 것이요.”

좋은 장면이든,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든, 그는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연을 해석하고 이야기를 케이크로 번역하는 그의 작업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Misobakecake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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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한 미소바케카케의 모습

‘미소바케카케’라는 이름은 2018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소공녀>(감독. 전고운)에서 가져왔다. 주인공 캐릭터 이름이 ‘미소’다. 미소는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손규리 디자이너는 그 유연하고, 단단한 태도에 강하게 끌렸다고 말한다.

“그 캐릭터가 가진 자유로움과 유연함이 너무 좋았어요. 가난하고 누군가 보기에 짠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미소는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기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잖아요. 그 태도를 늘 취하고 싶었거든요.”

Price
P

손규리 디자이너는 케이크 가격을 책정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케이크의 적정 가격 인식’을 꼽는다. 아무리 창작 요소가 크더라도 그 선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크라는 것에 사람들이 떠올리는 가격대가 있어요. 그 선을 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고민과 조율 끝에 지금의 가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Refresh
R

손규리는 미소바케카케를 운영하며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다”라고 말한다. 그 무게를 버티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한 달에 한 번 여행’이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여행을 가요. 자연 속에서 충분히 쉬고 떨어진 에너지를 채우는 것 같아요.”

그에게 가장 큰 회복은 햇빛을 보고, 바다에 몸을 담그는 시간에서 온다. 그래서 여행지도 대부분 바다가 있는 곳을 찾는다. 물빛과 바람,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시 충전할 수 있다고. 겨울엔 바다 대신 따뜻한 온천을 찾아가 에너지를 보충한다.

Skate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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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홍어처럼 만들어져서 뿌듯했어요.”

손규리 디자이너는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홍어 케이크’를 꼽았다. 지난 9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레이프로젝트 서울에서 열린 김보림 작가의 전시 <홍어와 잔칫상>을 위한 케이크다.

보통 동물 케이크는 사연을 해석할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그에게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된다고.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 조형 작업의 본능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손규리 디자이너는 홍어 케이크를 올해 자신의 작업 중 가장 순수한 기쁨을 준 순간으로 기억한다.

tvN
T

미소바케카케는 올해 tvN과 함께 ‘셀럽 케이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tvN의 드라마와 예능 속 캐릭터가 가진 정서와 서사를 ‘케이크’라는 매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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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극 중 셰프로 등장하는 주인공 연지영(배우 임윤아)을 위한 케이크

tvN 드라마와 예능 <원경>, <별들에게 물어봐>, <그놈은 흑염룡>, <감자연구소>, <이혼보험>, <금주를 부탁해>, <폭군의 셰프>, <신사장 프로젝트>, <식스센스: 시티투어 2>, <태풍상사>까지. tvN과의 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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