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가 디자인한 루이비통 남성복 쇼의 공간

'드롭하우스'부터 '언타이틀드 토론토', '자파 밸리 도쿄'까지

올해 초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2026년 F/W 멘즈 컬렉션에서는 패션과 더불어 건축과 일상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연출되어 화제가 되었다. 지속 가능한 주거와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기획된 쇼의 공간은 조립식 주택 '드롭하우스(DROPHAUS)'다.

퍼렐 윌리엄스가 디자인한 루이비통 남성복 쇼의 공간

올해 초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2026년 F/W 멘즈 컬렉션에서는 패션과 더불어 건축과 일상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연출되어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 에이셉 라키(A$AP Rocky), 잭슨 왕(JACKSON WANG), 존 레전드(John Legend) 등 유명 가수들이 참여한 미발매 신곡이 최초로 공개되어 쇼의 몰입감을 높였다.

이번 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음악적 감각과 패션,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역량이 집약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인테리어, 음악, 패션 이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통합되는 ‘미래 생활 개념’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제안하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담겨 있다.

패션쇼에서 선보인 디자인은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고급스러움과 기능성도 동시에 고려한 실루엣으로 구성되어 눈길을 끌었다. 일상복으로 확장 가능한 깔끔하고 균형 잡힌 테일러링이 중심을 이루었으며, 무채색과 탄, 카키, 딥 그린 등 어스(Earth)톤 팔레트가 차분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더했다. 또한 빛의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기능성 원단, 구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주름 소재, 리본 디테일 등이 조화를 이루며 실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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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비통 유튜브 채널

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트렁크들은 소품이 아닌, 서사적인 장치로 기능했다. 각 트렁크에는 개성을 지닌 아름다운 작품이 프린트되어 있어 관객들의 눈길을 자연스럽게 사로잡았다. 이는 루이비통이 여행용 트렁크 브랜드로 시작한 기원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축적된 브랜드의 유구한 헤리티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또한 수많은 여정을 거친 끝에 도달한 안식처와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쇼의 중심, ‘드롭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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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비통 유튜브 채널

쇼의 공간 디자인은 지속 가능한 주거와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쇼의 중심에 자리 잡은 ‘집’은 퍼렐 윌리엄스가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낫 어 호텔 (NOT A HOTEL)’과 협업하여 제작한 조립식 주택 ‘드롭하우스(DROPHAUS)’다.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주거 방식의 기준을 제시하는 이 건축물은 루이비통의 쇼 무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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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드롭하우스 홈페이지

이 드롭하우스라는 이름은 건물의 외부를 감싸는 유리 벽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붕과 땅 사이에 매달린 한 방울의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유리 구조는 내부와 주변 경관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역할을 하며, 자연을 일상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주거 공간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퍼렐 윌리엄스는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드롭하우스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저는 물에 둘러싸인 세상에서 자랐습니다. 물은 본능적으로 저를 끌어당기고, 물과 접촉할 때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을 만들어냅니다.”라며 “드롭하우스는 제가 꿈꾸는 미래를 구현한 공간입니다. 기능성, 장인 정신, 그리고 진정한 인간의 필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뿐 아니라 20년 후에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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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비통 유튜브 채널

미래 건축과 주거 환경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공간 내부에는 디자이너가 이번 쇼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홈워크(Homework)’ 가구 컬렉션이 배치되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불규칙한 형태와 표면은 공장에서 대규모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장인들의 손길이 깃든 특별한 작품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의도적으로 끌어들인 ‘약간의 불완전성’은 수공예가 디자인의 본질적인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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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비통 홈페이지

이처럼 퍼렐 윌리엄스가 쇼의 중심에 주거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끌어들인 이유는 옷이 그저 소유의 존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또한 경험으로서 럭셔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 요소들은 필수적인 장치였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모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거나 그 주변을 거닐며 주거 공간과 일상, 그리고 패션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세계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뮤지션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그리고 건축가로서 퍼렐 윌리엄스

퍼렐 윌리엄스는 스스로를 건축가 아니라 ‘해결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펼쳐온 다양한 프로젝트를 둘러보면 음악과 패션 외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었던 분야는 단연 ‘건축’이었다. 공간이 삶의 방식과 사고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은 여러 협업과 시도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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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낫 어 호텔 뉴스룸

특히 패션쇼에서 드롭하우스를 선보인 낫 어 호텔과의 관계는 그의 건축적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우정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이어온 니고(NIGO)와 함께 낫 어 호텔의 투자자 겸 자문가로 참여하며 크리에이티브 듀오로서의 영향력을 건축 영역까지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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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언타이틀드 토론토 홈페이지

낫 어 호텔과의 협력 관계 이전에도 퍼렐 윌리엄스의 건축에 대한 관심은 토론토 중심부에 위치한 주거 공간 개발 프로젝트 ‘언타이틀드 토론토(Untitled Toronto)’를 통해 드러났다. 2019년에 공개된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공간과 사람 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제목 없는(Untitled) 삶을 사는 것은 어떤 것에 부딪히거나 기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요구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이 반영된 덕분에 언타이틀드 토론토는 주거 공간의 진정한 의미가 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개인적인 ‘경험’에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은 새로운 주거 개념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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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더 굿타임 호텔 페이스북

이후 그는 호텔 설립에까지 관여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공간 감각을 확장했다. 마이애미에 위치한 ‘굿타임 호텔(The Goodtime Hotel)’은 호스피탈리티 사업가 데이비드 그룻맨(David Grutman)과 함께 참여한 프로젝트다. 여기서 퍼렐 윌리엄스는 ‘좋은 시간(Good time)’이라는 개념을 음악·패션·비주얼 전반에 걸쳐 풀어내는 데 관여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과 사고방식을 마주할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듯, 굿타임 호텔에 방문하는 이들 역시 활력과 흥미진진한 스릴을 느끼길 원했다. 그래서 호텔에 들어설 때부터 모든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고 온전하게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경험형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의 대표곡 ‘해피(Happy)’를 연상시키듯, 호텔 전반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분홍빛을 중심으로 한 화사한 컬러 팔레트, 아르데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인테리어, 활기 넘치는 식음료 서비스와 공간, 카리브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조경, 음악과 이벤트가 어우러진 프로그램까지, 굿타임 호텔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즐거운 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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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자파 밸리 홈페이지

이제 그의 행보는 일본 도쿄로 이어진다. 퍼렐 윌리엄스는 니고와 낫 어 호텔과 함께 도쿄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영감을 받은 ‘자파 밸리 도쿄(Japa Valley Tokyo)’의 구상 계획을 보면 언타이틀드 토론토, 굿타임 호텔, 드롭하우스로 이어져온 그의 이전 프로젝트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그와 더불어 도심에서 일상에 예술을 더하는 공간을 실험해온 낫 어 호텔의 철학 또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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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자파 밸리 홈페이지

자파 밸리 도쿄는 카우스(KAWS)의 대형 조각 작품 〈컴패니언〉을 중심으로 아치형 창문을 갖춘 목조 건축물들이 미로처럼 놓여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여기에 녹지가 더해져 도시 안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인공과 자연, 건축과 예술이 유기적으로 얽힌 이 구성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하나의 ‘경험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2027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이 복합문화공간은 세계적인 뮤지션 겸 디자이너가 참여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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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비통 유튜브 채널

퍼렐 윌리엄스가 걸어온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와 실험들을 돌아보면, 패션쇼에서 건축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그에게 음악, 패션, 공간, 경험, 라이프스타일은 분리될 수 없는 요소들이며, 결합할수록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번 패션쇼를 통해 자신이 꾸준히 탐구해온 세계관을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풍경이 펼쳐질 가능성을 암시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의 해답을 제시해온 그의 다음 제안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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