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잔향, 암스테르담 아트 주 뮤지엄

동물의 사체, 예술이 되다

지난해 암스테르담에 문을 연 ‘아트 주 뮤지엄’은 박제를 과학적 기록이나 전리품이 아닌 ‘예술’의 언어로 다시 꺼내 든다. 사냥 대신 자연사한 동물의 사체를 활용해 박제가 지닌 역사적 모순과 낯선 아름다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곳에서 동물은 단순한 표본을 넘어 하나의 장면이 되고, 유리 진열장은 극장의 무대로 변모한다. 죽음의 잔향을 기묘하고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공간, 아트 주 뮤지엄을 소개한다.

기묘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잔향, 암스테르담 아트 주 뮤지엄

박제(택시더미, taxidermy)는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었다. 첫 출발은 탐구로, 먼 대륙에서 발견한 동물을 보존해 연구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동시에 그것은 사냥의 전리품이자 권력의 상징이었고, 자연을 소유했다는 증거처럼 벽에 걸린 장식물이기도 했다. 이렇듯 박제는 지식을 향한 열망과 지배의 욕망, 경외와 소비가 하나로 얽혀 있는 모순의 영역이었다.

1 11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시간이 흐르며 박제된 동물들은 자연사 박물관의 유리장 속으로 들어갔고,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비교적 안전한 위치를 얻었다. 그러나 질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죽은 동물의 몸을 보존해 전시하는 일은 과연 어디까지 정당한가. 우리는 그것을 배우기 위해 바라보는가, 아니면 아름다움과 희귀함을 소비하기 위해 바라보는가.

2 9
사진 아트 주 (Art Zoo) 뮤지엄 내부

예술의 언어로 다시 꺼내 든 박제

지난해 문을 연 암스테르담의 아트 주 뮤지엄 (Art Zoo Museum)은 바로 이 오래된 모순 위에 서 있다. 이곳은 박제를 과학도, 트로피도 아닌 ‘예술’의 언어로 다시 꺼내 든다. 그리고 묻는다. 동물의 사체는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서부터가 감상의 대상이 되는가.

3 9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4 10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아트 주는 사냥한 동물을 박제해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동물원 등에서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한 동물의 사체로 제작된 것이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박제가 지닌 역사적 그림자와 동시에 그 낯선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 동물은 표본이 아니라 장면의 일부가 되고, 유리 진열장은 극장의 무대처럼 변한다. 관람객은 전시를 ‘보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5 9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작품 때문만은 아니다. 박물관이 자리한 건물 자체가 이미 하나의 역사적 무대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엘리트 상인이었던 야콥 크롬하우트(Jacob Cromhout)을 위해 지어진 이 저택은 당시 상인 계층의 부와 취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운하 주택이다. 로코코 스타일의 곡선 계단, 천장의 벽화와 장식 등 시간이 쌓아 올린 장식적 요소들은 전시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래서 관람객은 박물관을 돈다기보다, 상류층 주택 내부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방 하나가 살아 있는 그림

6 9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아트 주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보다 공간이 먼저 설계된다는 점이다. 각 방은 하나의 ‘살아 있는 그림’처럼 구성되고, 동물들은 그 안에서 배우처럼 역할을 맡는다. 조명은 회화처럼 부드럽게 떨어지고, 동물들의 시선은 서로 교차하며, 관람객의 동선까지 장면의 일부가 된다. 전시는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분위기로 먼저 말을 건넨다.

7 11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특히 수십 마리 새들의 화려하고 찬란한 깃털이 한데 모여 향연을 이루는 거대한 새장은 관람자의 위치를 바꿔 놓는다. 인간이 자연을 내려다보는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의 세계를 엿보는 존재가 된 듯한 시점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방문 전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다소 기괴하고 두렵게 느껴졌던 동물들이 실제 공간 안에서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우리는 동물 한 마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빛과 공간, 그리고 거리감까지 포함된 하나의 장면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냄새’가 날 법한 곳에서 오히려 공간은 이상하리만큼 세련되고 우아하다. 조명은 따뜻하고, 장면은 세밀하다. 박제된 동물의 털 결, 유리 눈동자, 포즈의 긴장감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며, ‘죽은 몸’이 아닌 한 폭의 정물화처럼 다가온다.

아트 주(Art Zoo)를 만든 두 명의 연출가

8 10
아트 주 (Art Zoo)의 아티스트 얀 신케 (Jaap Sinke)와 페리 판 통헤렌 (Ferry van Tongeren) 사진 아트 주 (Art Zoo)

아트 주를 설계한 주인공은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 듀오 얀 신케 (Jaap Sinke)와 페리 판 통헤렌 (Ferry van Tongeren)이다. 다윈, 싱크 앤 반 톤게런(Darwin, Sinke & van Tongere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원래 광고와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시각 연출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택시더미에 대한 열정을 따라 과감히 본업을 내려놓고, 현재는 택시더미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의 택시더미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정교한 박제가 아니라, 빛과 구도, 서사를 치밀하게 계산해 완성한 ‘3차원 회화’에 가깝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이른바 더치 마스터들의 동물 정물화는 이들 작업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그들은 이러한 회화적 미학을 입체 공간으로 옮겨오며, 한 편의 그림을 조각처럼 구성해낸다.

11 10
17세기 더치 마스터의 동물 정물화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빛이 어디에서 떨어지고 어떻게 반사되는지, 깃털의 광택이 어떤 질감을 만들어내는지, 여러 개체가 함께 놓였을 때 어떤 시각적 리듬이 형성되는지까지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설계된다. 그 결과 박제된 동물은 단순한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아니라, 서사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배우로 존재하게 된다. 눈동자의 방향, 목의 각도, 날개의 긴장감 같은 미세한 요소들조차 장면의 정서에 맞춰 섬세하게 조율된다.

미술계의 주목, 그리고 다른 방향의 죽음

두 아티스트가 빠르게 명성을 얻는 데에는 영국의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동물의 신체를 작품의 재료로 활용해 온 허스트는 이 듀오의 초기 작업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런던에서 열린 초기 전시 이후, 허스트가 작품 다수를 자신의 컬렉션에 편입하면서 이들의 이름은 단숨에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2 10
자신의 작품인 ‘The Incredible Journey’ 앞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작업이 허스트와 닮은 듯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허스트가 죽음을 차갑고 직접적인 오브제로 제시한다면, 싱케와 판 톤헤렌은 죽음을 회화적 아름다움과 극적인 연출 속에 녹여 보여준다. 같은 재료를 다루지만, 한쪽이 개념의 충격에 가깝다면 다른 한쪽은 감정의 여운에 가깝다.

매혹과 불편함, 그 사이에서

13 6
사진 아트 주 (Art Zoo) 컬렉션

아트 주는 자연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우리는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이미지로 소비하고, 장식으로 사용하며, 희귀함에 매혹된다. 관람객은 아름다움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그것이 죽은 몸이라는 사실 앞에서 문득 멈칫하게 된다. 이 불편함과 매혹의 교차가 바로 이 뮤지엄이 만들어내는 가장 현대적인 감각이다.

14 7
아트 주 (Art Zoo) 외부 모습

이곳은 편안한 박물관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운하의 물결과 거리의 소음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머릿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한 장면이 남아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잊히지 않고, 동시에 너무 낯설어 쉽게 정리되지 않는 이미지다. 아트 주는 단순히 동물의 사체를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죽음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조용히 우리를 따라온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