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나 개인전 〈느슨한 시간〉
지금 카이스트 미술관에서는 김영나 작가의 개인전 <느슨한 시간>이 열리고 있다.

지금 카이스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영나의 개인전 〈느슨한 시간〉은 작가에게 유독 의미가 깊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 그가 30여 년 만에 모교에서 선보이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김영나는 그동안 세계 여러 도시를 오가며 보폭을 넓혀왔다. 작업의 스펙트럼도 자연스레 확장되었다. 평면과 입체,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오가며 특정한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김영나는 이 유동적인 작업의 궤를 종종 ‘자화상’에 비유한다. 이는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해당한다. 작품을 생산하거나 관람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자화상 그리는 일에 빗대는 것이다.



(오른쪽) ‘수직의 결’, 2026. 흔들리는 깃발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카이스트 미술관 옥상을 무대로 3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관 이래 처음 공개하는 장소로, 미술관의 공간적 확장을 모색하는 첫 시도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하늘 높이 휘날리는 36개의 깃발, 뜻밖의 장소에서 솟아오른 계단,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채 이리저리 움직이는 거울. 세 작품 모두 관객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전제로 한다. 높이 솟은 깃발 사이를 거닐며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흔적을 느끼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내리며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시야를 경험한다. 바닥에 놓인 원형 거울을 들여다보면 하늘과 구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물리적인 움직임이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감각을 일깨우고, 궁극에는 각자의 내면을 응시하도록 이끄는 구조다. 한편 지난 3월 3일에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는 전시의 메시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소리도 대사도 없이, 오로지 몸짓만으로 이루어진 퍼포먼스가 공간을 첨예하게 감각하도록 했다. 느슨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자화상을 그려보도록 권하는 이번 전시는 8월까지 이어진다.
기간 3월 3일~8월 28일
장소 카이스트 미술관 제6, 7 전시실
주최·주관 카이스트 미술관
큐레이터 김문성
참여 작가 김영나
전시 디자인 노네임프레스
웹사이트 art.kaist.ac.kr